맛은 취향의 문제다. 맵다, 달다, 짜다, 고소하다 등 맛과 음식을 수식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지만 결국엔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의 두가지 답만 남는다. 때문에 맛에 관해서는 어떤 이론과 계산도 통하지 않는법. 색과 소리는 객관적이다. 예를들어 레드와인의 컬러는 ‘짙은 붉은색이다’라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같은 와인을 마셨을 때도 사람마다 뇌에서 반응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보르도 와인협회의 마케팅 담당 토마스 줄리앙은 “무턱대고 와인을 공부하려하지 말고 맛을 탐험하라. 많이 시음해 본 뒤에 어떤 스타일의 와인이 좋은지 기준이 생겼다면 그때부터 그 와인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좋다. 와인메이커가 누구인지, 아로마는 어떤지 차근차근 알아나가는 것. 이렇게 하면 와인에 대한 지식이 깊고 풍부해질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와인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버티컬 테이스팅(Vertical Tasting), 호리젠털 테이스팅(Horizontal Tasting)을 하는 것이 좋다. 버티컬 테이스팅은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품종을 와인 빈티지별로 마셔보는 것. 이 시음은 날씨가 좋았던 해와 나빴던 해의 차이를 알 수 있고 와인의 숙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반면 호리젠털 테이스팅은 같은 해에 나오는 같은 품종의 와인을 지역별로 시음하는 것이다. 같은 조건의 떼루아라도 생산된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Vintage effect 떼루아는 원래 토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지만 와인이 만들어지는 모든 환경, 즉 포도가 자라는 토양과 기후조건, 자연조건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등을 뜻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토양의 지질은 포토밭의 영양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결과적으로 포도알과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다. 좋은 떼루아는 포도 재배자와 자연의 완벽한 만남이란 말이 있다. 특히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보르도는 최상의 떼루아를 경험할 수 있는 곳. 포도나무는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데, 포도 나무가 물을 찾기 위해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며 이때 뿌리깊은 포도나무는 잘 농축된 포도알을 만든다. 넓은 대서양, 맑은 강,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보르도는 레드 와인, 드라이 화이트 와인, 세미 스위트 와인, 스위트 화이트 와인 등 단일 와인생산지로는 가장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와인을 버티컬, 호리젠털 테이스팅해보는 것은 보르도의 떼루아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 먼저 버티컬 테이스팅 방법으로 샤또 라 꼬망드리 생떼스테프 와인 2003년, 2005년 빈티지를 시음했다. 2005년은 보르도에서도 손꼽는 최고의 빈티지. 반면 2003년의 경우 8월에 닥친 폭염으로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일조량이 많았다고. 날이 뜨거울 수록 물을 더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포도나무의 특징은 2003년의 폭염과 잘 맞아 떨어졌다. 그해 평소보다 뿌리를 깊게 내린 포도나무들은 물과 함께 땅속 깊은 곳에 있던 미네랄을 다량 섭취했고 2003년의 폭염은 농익은 과일맛의 독특한 빈티지를 탄생시켰다. 샤또꼬망드리의 두 빈티지는 공통적으로 진한 적색을 띄며 풍부하고 파워풀한 과일 아로마와 강렬하면서도 정교하게 다듬어진 탄닌의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다. 과일의 풍미와 농축된 맛, 깔끔하면서도 은은하게 이어지는 여운이 좋아 숙성잠재력도 뛰어나다. 바실을 뿌려 구운 토마토와 햄 요리, 치즈 퐁듀, 야채를 곁들인 양고기 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Gracaful Classic 와인을 진지하게 음미하고 싶다면 보르도산의 드라이한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레드 테이블 와인의 대명사인 보르도 와인의 클래식한면 때문일 것이다. 보르도 지역에서 최고의 빈티지로 평가되는 2003, 2005. 상대적으로 2004년 빈티지는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4년은 보르도 와인만의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특징이 잘 드러난 해다. 2004년 빈티지를 지역별로 비교해 보았다. 보르도 우안에 있는 생떼밀리옹과 포므롤, 이 두 곳의 와인으로 호라이젠털 테이스팅을 시도한 것. 포므롤과 쌩떼밀리옹은 도르도뉴강을 끼고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만큼 가까운 지역이다. 맛이 비슷할 것 같다는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생떼밀리옹 지역의 와인에선 꽃향이 많이 났다. 가볍게 향이 코끝을 스치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던 것. 반면 포므롤의 와인에선 가죽향, 동물향이 짙게 풍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과일향이 서서히 올라왔다. 처음엔 강한향, 열리지 않은 맛으로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에 지남에 따라 다양한 맛과 아로마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와인이었던 것. 메독과 같은 보르도 좌안 지역은 남성적인 와인에 비유된다. 다시말해 와인의 구조감이 강하게 느껴지며 맛과 향이 강한 것. 또한 오래 기다려야 와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포므롤, 생떼밀리옹과 같이 보르도 우안 지역은 텍스처가 부드럽고 향이 많아 흔히 여성적인 와인에 비유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풍부해지는 포므롤 지역의 와인. 보르도 우안에 있는 포므롤의 와인의 첫 맛에서 같은 강한 아로마, 구조감이 느껴진 것은 독특했다. 때문에 와인을 시음할 때는 한번에 여러가지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빈티지별, 지역별로 와인을 선정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마시면 와인을 더 깊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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