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패셔너블한 수다!
제9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위너가 된 최유돈과 허환은 런던 RCA 출신으로 절친한 사이다. 런던 패션위크 때조차 서로 만나기 힘든 이들이 잠시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나눈 지극히 패션적인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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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런던 RCA(Royal College of Art)에서의 첫만남은 허환 2005년쯤이었는데 당시에 유돈은 스타일리시하기로 유명했다. 슈퍼마켓에 갈 때도 차려입고 나간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최유돈 다 옛날 얘기지만 팔색조라는 별명이 있었다. 사실 RCA의 MA 과정 자체가 각자의 작업을 들이파는 과정인데다 전공도 달라서(허환은 남성복, 최유돈은 여성복) 자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졸업 후 전시를 계기로 가까워졌고 그 이후 줄곧 디자이너로서 고충을 털어놓는 사이다. 그래서 이번 수상의 의미가 더 크다. 이렇게 함께 인터뷰하는 것 자체도 좋고(좀 오그라드나?). 허환 솔직히 최종 인터뷰 보고 나서 그런 얘길 나누긴 했다. ‘둘이 함께 받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겠지?’ (최유돈 난 3년 연속이라 더 기대하기 힘들었지.) SFDF(Sam-sung Fashion & Design Fund)는 해외 디자이너들과 유학생들에게도 꿈이다.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명성면에서도.
 
ELLE 두 사람 모두 런던 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는데, 런던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나 최유돈 영국 문화원의 스폰서십과 런던의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굉장하다. 과거 재미는 있지만 입을 수 없는 옷을 선보인다는 혹평을 들었던 런던은 이제 독창성과 상업성, 세련미를 겸비한 니치 마켓으로 진입한 것 같다. 그 배경엔 런던 출판업계의 막강한 파워도 빼놓을 수 없다.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가 직접 토니 블레어 총리와 함께 디자이너들의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적극적으로 설득했다고 들었다. ‘봐라, 이 아이들이 이렇듯 열심히 일해서 런던의 패션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이건 10년 전 얘기다. 그 지원의 결과는? 지금 보는 것처럼! 만약, 내가 런던이 아닌 밀란이나 파리에서 쇼를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을 거다.
 
ELLE 서로의 2014년 S/S 컬렉션에 대해 평가한다면 최유돈 허환 시뮬레이션 디테일을 보면 깊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번 더 생각한 결과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SFDF 전시장을 보니 내 옷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자극이 된다. 허환 그건 유돈이 겸손하게 한 말이다. 유돈초이 컬렉션은 디자이너로서 여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더 정연화되었다고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더욱 끌리고 매력적인 옷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 유돈은 고수다.
 
 
 

 
ELLE 그럼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가 최유돈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있는 여자(Understated Presence). <엘르> UK의 시니어 에디터 나탈리 웬스부르 존스가 이런 칭찬을 해줬다. “유돈의 옷을 입으면 요란한 옷을 입지 않고도 그 방에서 가장 시크한 여자가 된다”고. 허환 예전에 앨버 엘버즈가 한 말 중에 ‘엘레강스는 애티튜드에서 나온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매력을 만드냐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 난 지성적인 면을 어떻게 하면 매력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ELLE 요즘 서울의 화두는 90년대다.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인 1994년엔 뭘했나 최유돈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한 연세대학교 94학번! <응사>는 내 이야기다. 심지어 그때 소나기 밴드 오디션도 봤다가 떨어졌다. 여행 스케치의 ‘운명’이 나올 땐 옛날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 허환 그때라면 군대 가기 전인데 난 록 밴드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있는 한양대 록 밴드 보헤미안의 드러머. (최유돈 그럼 머리도 길렀어?) 그땐 앞머리를 길렀다.
 
ELLE 기억나는 90년대 스타일은 허환 함께 음악 하는 애들은 아주 센 스타일이었는데 난 나름대로 예쁘게 입고 다녔던 것 같다. 인터메조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최유돈 그때 인터메조 모델이 송병준이었는데 내가 송병준 닮았다는 얘길 좀 들었다. 캘빈 클라인, 프라다 옷 사려고 과외도 했고. 당시 혜성처럼 나타난 톰 포드의 첫 구찌 컬렉션을 잊을 수가 없다.
 
ELLE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 해보고 싶은 건 최유돈 소나기 오디션에 재도전하기? 사실 94학번인 X세대는 원없이 놀다가 IMF를 맞은 비운의 학번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많이 놀았던 거 후회는 없다. 허환 패션은 다른 필드에 비해 비주얼적인 면에서 가장 자극적이다. 중요한 건 테이스트인데 요즘 학생들도 그때처럼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고민했으면 좋겠다. 최유돈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패션은 다른 디자인과 비교해 생명력이 극도로 짧아서 동시대에 일어나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그 모든 걸 흡수해서 가장 빨리 반영하는 매체다. 디자이너가 트렌드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동시대의 문화를 몸으로 느끼고 본능에 따라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형용할 수 없는 트렌드가 탄생하는 거다. 이토록 크레이지한 분야도 없을 거다.
 
ELLE 지금 진행 중인 전시 <Club to Catwalk>를 보면 런던의 화두는 80년대가 아닌가 싶은데 허환 특정 시대가 유행이라기보다 최근 각 시대를 테마로 한 일련의 기획 전시 시리즈에서 주목할 점은 특정 시대를 끌어와 텍스처에 대한 부분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미래에 우리 시대를 돌이켜본다면, 텍스타일과 텍스처의 시대로 불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 하이패션을 끌고 나가는 브랜드도 텍스처(발렌시아가, 지방시)와 캐주얼(겐조, 아크네)이 대세 아닌가. 디자이너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그 다음을 제시해 주는 거다.
 
ELLE 그럼 동시대 디자이너들 중 누굴 좋아하나 최유돈 드리스 반 노튼. 그는 쇼피스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무조건 런웨이의 옷이 곧 판매되는 옷이란 의미다.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하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운 옷을 만든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이브 생 로랑. 존 갈리아노의 과거를 떠올려보면(갈리아노가 돈이 없어서 검은색 레이온 원단 하나만으로 컬렉션을 만들었는데 그게 정말 기막히게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의 천재 시절을 알지 못하는 요즘 세대가 야속할 때도 있다. 허환 비오네, 스키아파렐리, 디올, 발렌시아가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을 좋아하지만 잊혀진 브랜드를 찾아내는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 이번 시즌엔 크리지아의 펄럭거리는 러플을 컬렉션에 차용했다.
 
ELLE 최근 관심사는 최유돈 좋아하는 이벤트 중 하나가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다. 아티스트 친구들을 따라 프리뷰에 가보면 작품 보는 재미도 있지만 하이 테이스트를 가진 사람들의 패션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ELLE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허환 코스(Cos)? 농담이지만 그만큼 시간 여유가 없기도 하다. 지난 런던 컬렉션 때도 쇼장인 서머싯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곳에서 바라다보는 시내와 템스 강 풍경에 힐링이 되더라.
 
ELLE 서울의 변화에 대한 생각 허환 패션의 특징이 빨리 질린다는 점인데 그 궁극을 보여주는 게 바로 서울의 패션이 아닐까 싶다. 작업실이 있는 가로수길은 매일 공사가 진행 중이고 매일 사라지는 것도 있다. 그런 게 좋다, 싫다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런 현상 자체가 흥미롭다. 그 현상에 대해 난 뭘 얘기할까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ELLE 2014년의 바람은 허환 정말 하고 싶은 건 내가 만족하는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다. 고민이 길어져서 벼락치기를 할 때가 많다. 최유돈 그건 모두의 고민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리조트 컬렉션을 시작하려고 한다. S/S 시즌부터 살롱 쇼에서 캣워크 쇼로 승격됐으니 정말 비장한 각오로 해야 한다. ELLE 마지막으로, 오늘 입은 옷은 허환 난 내가 직접 만든 옷을 입었다. 유돈은 늘 그렇듯 옷을 참 잘 입는다. 최유돈 난 형이 입는 옷에 관심이 많은데, 내가 추구하는 여성상의 남자 버전이랄까. 오버하거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 있는!
 
 
 
Credit
- EDITOR 주가은 PHOTO 맹민화
- IMAXTREE.COM
- COURTESY OF HEOHWAN SIMULATION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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