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이번 시즌 새로운 실루엣으로 떠오른 '어깨'

현재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어깨'다. 날카롭게 세우고, 끝없이 넓히고, 풍선처럼 부풀리고, 다양한 모양으로 과장된 어깨는 이번 시즌 새로운 실루엣으로 떠올랐다.

프로필 by ELLE 2009.10.20


 


 

 


패션 월드의 뜨거운 감자, 어깨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관심이 꽂힌, 가장 ‘핫’한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 (요즘 공항이나 큰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열 감지기를 런웨이 모델들에게 대보면, 어느 부분이 가장 붉게 보일까? 답은 보나마나 뻔하다. 머리와 가슴 사이의 뾰족한 두 언덕! 바로 ‘어깨’다. 올가을 컬렉션을 준비하며 디자이너들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아마도 ‘자,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어깨를 만들까?’였던 듯하다. 마크 제이콥스 쇼에는 80년대 뉴욕의 클럽에서 만날 것 같은 과장된 모양의 어깨가, 발맹과 니나리치의 런웨이에는 드라마틱하게 솟아오른 날렵한 어깨가, 돌체 앤 가바나와 루이 비통 쇼에서는 두둥실 떠오를 것만 같은 애드벌룬 어깨가 등장했다. 저마다 방식은 달랐지만 실루엣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부위는 어김없이 어깨였다. 재킷과 드레스, 톱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옷에 두툼한 어깨 패드가 장착됐다(심지어 발맹의 데카르닌은 평범한 스트라이프 니트 톱의 어깨에까지 손을 댔다!). 어찌나 어깨를 심하게 강조했던지, 안그래도 어깨가 봉긋하게 올라온 몸매를 가진 모델 라라 스톤은 (심하게 말해) 곱추 딸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직 쇼를 위해 만들어진, 과장된 실루엣의 의상들은 그렇다 치자. 양쪽 어깨에 신무기를 장착한 여전사처럼 위풍당당 런웨이를 걷던 모델들은 그래, 멋있다 치자. 당장 거리로 나와도 무방할 만큼 웨어러블한 옷에도 기어이 기괴한 어깨가 붙었으니 저걸 도대체 누구더러 입으란 말인가!!!

하지만 놀랍게도 어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빠른 시간 안에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로 전염됐다. ‘뽕어깨’ 의상은 TV 속 연예인들의 룩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멀티숍은 물론 자라와 톱숍 등 SPA 브랜드 매장에도 이미 즐비하게 진열됐다. 다음은 청담동의 한 멀티숍에서 엿들은 고객과 직원의 대화 한 토막. <여인1>: “이거 너무 어깨가 봉긋한 거 아닌가? 웃기지 않아? 어, 근데 은근히 날씬해 보인다~” <여인2> : “(개그우먼 안영미 톤으로 콧소리를 섞어가며) 어머나 그럼요, 고객님~어깨가 뾰족해지니 훨씬 더 ‘엣지’ 있어 보이세요~팔도 허리도 가늘어 보이시는 걸요~”  (언뜻 보기에)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그 고객은 멀티숍 직원이 추천해준 발맹의 블랙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는 너무 과한 디자인이라며 결국 그 옷은 벗었지만 그녀는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젊었을 때 입었던 어깨 넓은 재킷들을 다시 꺼내야겠어. 떼어냈던 어깨 패드도 다시 달고 말이야!”

SHOULDER  RULES
1 파워 숄더 재킷에는 스키니한 팬츠를 매치할 것. 키가 크고 몸이 가늘어 보일 것이다.
2 어깨가 강조된 상의에는 단순한 디자인의 (그러나 핏이 좋은) 티셔츠가 제격이다.
3 파워 숄더 재킷을 파워풀한 디자인의 스커트와 매치하는 것은 피할 것. 그야말로
 ‘무서워’ 보일 것이다.
4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세! 파워 숄더 재킷을 입고 구부정하게 서 있지 말 것!


짤랑짤랑짤랑짤랑, 으쓱! 으쓱!
그렇다면 왜 다시 어깨인가. 왜 이토록 갑자기 모두가 어깨에 집착하는 걸까? 결국 (지겹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80년대 패션으로 돌아가야 한다. 컬러와 실루엣, 디테일 등 모든 것이 과장됐던 당시의 패션을 떠올리지 않고서는 현재의 어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발맹의 데카르닌이 히트를 친 일명 ‘마이클 잭슨 재킷’으로 시작된 ‘뽕 어깨’ 신드롬. 그것은 몇 시즌째 이어지는 ‘80년대 패션으로의 회귀’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갑자기 향상된 80년대에는 파워 수트의 커다란 어깨가 여성의 권위를 상징했다. 클로드 몬타나가 선보였던 어깨는 넓히고 허리는 꽉 졸라맨 맥시 코트. 그리고 ‘모든 여성을 여신으로 만들고 싶다’던 티에리 뮈글러의 글래머러스한 동시에 파워풀한 실루엣.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이브 생 로랑의 턱시도 수트! 그들은 짧은 스커트나 잘록한 허리로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어깨를 한껏 부풀려 자신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거리의 여심을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럭셔리한 젯셋족의 이야기를 담은 TV시리즈 <다이너스티(Dinasty)>가 그것이다. 다이너스티는 전 세계적으로 (믿거나 말거나) 2억5천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주인공들의 룩이 딱 이번 시즌 프레타 포르테 무대 위의 의상들과 흡사하다. 가는 허리와 긴 실루엣, 그리고 한없이 부풀려진 어깨! 당시 의상 디자인을 맡았던 놀런 밀러(Nolan Miller)는 한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 룩의 포인트는 ‘빅 숄더’였다고 이야기했다. 80년대의 평범한 시청자들은 병실에서 퍼 코트를 입고 돈 페리뇽(샴페인)과 벨루가(캐비어)를 즐기는 상위1% 여인들의 룩을 동경해 마지 않았고, 조금 더 쉬운 형태로 바꾸어 따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어깨’는 80년대 룩과 전혀 상관 없다고 이야기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저는 80년대 파워 우먼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비의 날개를 떠올렸죠. 서 있게 하는 데만도 애를 많이 먹었어요.” 12인치가 넘는 실크 어깨를 만든 록산다 일리닉(Roksanda Ilincic)의 말이다. 자신의 새로운 숄더를 ‘영웅적’ (heroic)이고 ‘자신만만’(proud)하다고 표현하는 그는 그의 누나와의 대화에서 라운드 모양 숄더를 생각해냈다고 말한다. “커다란 소매가 달린 빈티지 드레스를 샀다는 누나의 얘기를 듣고 이 소매를 떠올렸어요.  패드가 들어가지 않은 빅 숄더를 만드는 방법을 고심했죠.” “80년대는 저와 맞지 않아요. 전 차라리 강하지만 여성스러운 40년대 스타일에 가까워요.” 혹자는 새로운 숄더가 경제 침체에 의한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 말한다. 요즘 같은 드라마틱한 숄더가 등장한 것은 40년대와 80년대. 그때도 지금과 같이 경제 침체에 시달렸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그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닐 테니. 그리고 어떤 이들은 디자이너들이 단지 조금이라도 튀는 의상을 만들기 원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깨의 변형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뿐이라고. 이유야 어쨌든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중 현재 가장 중요한 부위가 어깨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다양한 어깨가 선보여졌다는 것도. 발맹의 익스트림 숄더 미니드레스,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보이프렌드 재킷, 돌체 앤 가바나의 풍선 어깨, 루이 비통의 라운드 숄더. 어떤 것을 골라도 좋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초밥처럼, 지금은 그저 다양한 맛을 즐기면 되는 시기니까!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editor 김자혜 photo imaxtree.com(컬렉션)
  • Alexi Hay(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