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미카'를 만나다
복잡한 '미로'에서 서성이는 것처럼 헤어나오기 힘든 남자, 완전한 '매력체' 뮤지션 미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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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 디테일의 네이비 셔츠, 더비 슈즈는 모두 Dior Homme, 벨트로 활용한 네이비 타이는 Burberry Prorsum, ‘HOPE’ 글씨가 새겨진 네크리스는 미카 개인 소장품, 옐로 프티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수트와 브레이슬릿은 모두 Dior Homme, 패턴 셔츠는 Etro, 리본으로 연출한 도트 스카프, 네크리스는 모두 미카 개인 소장품, 행커치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재킷과 셔츠, 그린 팬츠는 모두 미카 개인 소장품, 슈즈는 Giorgio Armani, 스카프와 뱅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카(Mika)? 세상에, 그 뮤지션 미카?” 바로 그 미카와 만나기로 한 어느 초여름, 그의 오랜 팬들은 진작부터 진짜 미카가 <엘르>와 인터뷰하느냐고 여러 번 확인해 왔다. 글로벌 뮤지션이, 그것도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는 공연 당일 시간을 할애한다는 건 드문 일이다(그만큼 미카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소속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트위터 ‘멘션’을 날리기까지 했다).
단독 공연이 아니라 여러 명의 뮤지션과 무대를 나누는 ‘서울재즈페스티벌 2013’에 참여하면서 서울에 잠시 머물렀던 그의 얼굴은 붉었다. 실핏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얇은 피부는 공연 리허설의 열기로 가득차 촬영 스튜디오로 이동한 후에도 흥분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머니 ‘조안’과 함께 보디가드 없이 단출하게 도착, 이내 파우더 룸으로 직행한 미카는 열정적인 무대 위의 모습과 다르게 수줍음이 많은 타입. 에디터에게도 데면데면했다. 공연 전엔 목을 사용하는 일을 삼간다는 걸 한국 소속사의 스태프가 일러주지 않았다면 정말로 서운했을 뻔. 반면 좋아하는 화제(‘생 로랑’, ‘디올’ 같은 고전적인 패션 하우스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스타일리스트와 익숙하게 최신 트렌드를 논했다)가 나올 땐 또 신이 나 대화에 동참했다. “아줌마가 펌한 것처럼 보이기 싫어요. 웨이브 굵기가 다양할 수 있게 손질해 주세요.” “눈 밑에 다크 서클만 없애면 좀 덜 피곤해 보일 것 같지 않아요?” 하면서 ‘비주얼’에 대한 관심으로 컴퓨터 모니터가 놓인 책상 위치를 수시로 바꿔가며 자신의 모습을 꼼꼼히 체크했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 장 가까이 팔린 미카의 데뷔 앨범 <Life in Cartoon Motion>은 수록된 10곡 모두 골고루 인기를 얻는 행운을 누렸다. 3옥타브의 음역을 자유로이 오가고 전곡을 마스터링하는 프로듀서로서의 역량까지 인정받은 실력파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은 ‘코스모폴리탄’으로 조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엔 따돌림을 당하고, 방황도 많이 했다(레바논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레바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아버지가 인질로 감금되면서 파리, 런던으로 이주해야 했다). 다행히 학교 대신 홈 스쿨링으로 음악을 처음 접하며, 악보 속에서 차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나갈 수 있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성장기를 보낸 미카의 사연은 긍정적인 그의 음악과 대조적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불안했던 기억을 딛고 재생력 강한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프레셔스 팝 지니어스’를 <엘르>가 단독으로 만났다.
미카는 언제나 스무 살, 늙지 않는 것 같다 와, 엄청난 칭찬이다! 곧 서른 살이 된다(한국 나이론 31세). 
3집 앨범 <The Origin of Love>를 스스로 정의하자면 사랑 노래 모음집. 어떤 곡은 클래식한 교향곡, 어떤 곡은 분노와 슬픔에 차 있는 일렉트로닉, 또 어떤 곡들은 그저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다. 형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겪는 여러 단계의 감정 기복이 담겼다. 사랑의 궤적,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싶었다. 왜 우리가 사랑 앞에선 이토록 맹목적인가 하는…. 사랑은 절대 영원하지 않은데, 왜 우리는 그걸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는 걸까 사랑하면 행복하고 기쁘다. 동시에 두렵고 억울한 감정이 생긴다. 이런 총체적인 감정이 우리를 결과적으로 행복하게 한다. 3집 앨범 작업을 시작하기 직전에 누군가를 사랑한 경험이 상당한 영감이 됐다. 그 순간과 과정을 앨범에 포착했다. 햇살, 자유, 빛, 투쟁 등 사랑에 대한 비유가 굉장히 다양하게 노랫말에 녹아 있다.
방금 말한 ‘그 사람’과의 기억이 담긴 건가 이전 연인과 편지로 헤어졌다. 내가 느낀 억압받은 감정을 편지에 썼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평범해져 버린 순간을 ‘Rain’으로 표현했다. 가장 가슴이 저민 순간 중 하나였다. 어떤 아티스트는 슬플 때 좋은 노래를 만들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가슴이 아플 땐 최악의 노래만 만든다. 소통해야 할 대상의 부재, 절실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난히 사랑이란 감정에 예민한 느낌이다. 그런 당신에게 사랑이란 사랑은 로맨틱하지 않다. 사실 매우 위험한 감정이다. 휘발유처럼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게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활활 태워 버리기도 하는 이중적인 것. 3집 앨범을 두고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과정이 담긴 가장 중요한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로 한국에서 벌써 네 번째 공연이다 한국 팬들은 특별하다. 내 노래 가사를 전부 기억한다. 수천 명의 팬이 내가 만든 노래를 따라부른다고 생각해 보라. 꿈같은 일이다. 일전에 공연이 끝나고 한국 팬들과 월드컵 경기를 본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세 나라를 오가며 성장해 어떤 곳에 가도 문화적인 적응력이 뛰어난 편인데, 한국 팬들이 보여준 환대는 나를 늘 감탄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한국을 사랑한다! 유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에너지가 이곳엔 존재한다. 풍경, 사람들의 관대함, 음악, 디자인 문화 등 다음 앨범 준비를 서울에서 하고 싶을 정도다. 서울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의 다양한 트렌드를 섞어내는 창의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철두철미한 공연 전문가 미카의 ‘리즈’ 시절이 궁금해진다. 첫 무대는 런던의 아주 작은 술집에서 했던 공연이다. 그때도 술집 전체를 양초, 야생화로 꾸몄다. 불은 모두 끈 채로. 관중에게 적어도 한 시간은 나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심어주고 싶었다. 
서른이 다된 나이에도 어머니와 이토록 가깝게 지내는 게 신기하다 어머니는 음악적 동지로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나한테 학교는 재앙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홈 스쿨링으로 하루에 서너 시간씩 음악 공부를 시켰다.
만약 나한테 초능력이 생기면 시간을 멈추고 싶다. 재미있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잖아.
얼마나 많은 일을 벌일 수 있을까. 훔치고 싶은 그림도 산더미다. 상상력이 풍부한 것 같다.
미카에겐 작가도 어울린다 어른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A.A. 밀른(A.A. Milne)의 <곰돌이 푸 Winnie The Pooh>를 다시 읽었는데 그 책이 왜 대단한지 새삼 깨달았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모두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린이용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책의 진가는 어른들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 앨범 계획은 벌써 작곡을 시작했다. 70년대 빌리 조엘(Billy Joel)의 음악과 비슷한 사운드가 될 것 같다. 새 음악에 담길 그림들은 ‘사이키델릭 아트’처럼 컬러풀하고 기발하다.
 
Credit
- EDITOR 김나래
- PHOTO 로빈 김
- DESIGN 오주희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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