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 찬란한 방은진
감독과 배우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녀가 연극 <비Bea>의 캐서린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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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데뷔한 35년 차 배우이자 데뷔 19년 차 감독이다. 오랜만에 극장으로 돌아온 소감은
코로나 이후 문화 산업계가 위축되면서 어려운 상황과 함께 잠식당한 기분이었다. 연출을 맡은 작품이 중단되면서 노력을 쏟아 부은 시간이 사라져 버린 듯한 열패감이 들기도 했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캐서린’ 역을 제안받았다. 워낙 강렬하고 신선한 작품이라 긴 고민 없이 선택했지만, 배역 비중이 커서 살짝 당황한 상태. 지금도 살짝 울렁거리는 것 같다(웃음).

연극 <비 Bea> 은 2월 17일부터 3월 24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비 Bea>는 2010년 런던 소호 극장에서 초연을 선보인 믹 고든의 대표작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2019년 이후 5년만에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을 방은진의 언어로 소개한다면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내리는 선택을 도와주거나 머뭇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죽음으로 자유를 얻고자 하는 젊은 여성의 선택을 그리고 있다. 이준우 연출을 필두로 젊고 감각적인 창작진과 배우들이 만나 새로운 시대 언어에 맞게 윤색하는 작업을 거쳐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배우로 복귀하며 이번 연극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서사나 장치가 있었나
진지한 이야기를 무겁게 다루지 않아서 좋았다. 엄청난 통곡과 화투 치며 웃고 먹고 떠드는 소리가 공존하는 장례식장 같은 느낌. 인생의 파노라마가 이 연극에 담겨 있다. 또 이유도 모르는 병으로 8년째 병원에 누워 있는 캐서린의 딸 ‘비’라는 역에 두 가지 자아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거동하지 못하는 환자로서의 자아와 자신이 꿈꾸는 모습의 자아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사회 이슈를 작품에 담아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과 화두를 던지는 것이 연출자로서 방은진의 정수라는 평이 많다. <비 Bea> 또한 ‘안락사’라는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메시지가 작품에 담겨 있을 때 마음이 움직이나
사실 어떤 메시지나 구호성을 전달하기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고민이 드는 작품이라면 더더욱. 이번 연극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딸의 편지를 받고 딸아이를 8년간 간호하던 엄마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라. 인물의 선택과 행보에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덧붙이고 곱씹어 볼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동료와의 호흡은 어땠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습이 끝나고 술자리에 가야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오는 건 똑같다(웃음). 후배들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이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에 같은 역할의 다른 배우가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설정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역시 배울 수 있었다. 두 명이 한 명의 캐릭터를 온전하게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한 인터뷰에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는 이 세상에 내가 무언가를 베풀고 가는 것 아닐까?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제자들에게 보탬이 되는 인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 있다.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것 같다
남보다 조금 더 많이 아는 부분이 있으면 나누고 싶었을 뿐,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늘 그들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확실한 나만의 소신이 있다면
‘가지려는 자는 더 잃을 것이고, 놓으려는 자는 더 얻는다’는 것. 욕망에 사로잡히면 인생이 비루해진다. 진정한 나로서, 있는 내 모습대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나 역시 아직도 그 답을 찾는 중이다.
결국 엄마 캐서린은 딸 비를 떠나보냈을까. 방은진에게 ‘성숙한 이별’이란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 누군가의 선택에 진심으로 박수 쳐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시간에 기대 희미해지길 기다리지 않는 것. 마음속 한구석에, 서랍 한 켠에 잘 묻어두고 그것이 다치거나 상하지 않게 잘 돌보아주는 것이 좋은 작별 인사라고 믿고 싶다.
Credit
- 어시스턴트 에디터 이의영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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