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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종이라는 다정한 우주

양세종이 그리는 사랑은 늘 계절을 들뜨게 한다. 호기심이 설렘으로 변하는 찰나 발견한 그의 얼굴. <이두나!>로 그린 또 하나의 다정하고 낯선 우주.

프로필 by 전혜진 2023.10.30
니트 카디건은 Greg Lauren by G.Street 494 Homme. 슬리브리스는 Recto.

니트 카디건은 Greg Lauren by G.Street 494 Homme. 슬리브리스는 Recto.

 
'플러팅’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느껴지나요. 요즘 꽤 자주 쓰이는 말이죠
저는 꽤 멀게 느껴지는데요. 누군가에게 제대로 플러팅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닐까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웃음). 어쩌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일종의 선택을 받는 배우라는 직업과 밀접한 말일 수 있겠네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로맨스 <이두나!>에서 당신은 실컷 플러팅당해요. <나의 나라> 이후 4년 만에 화면에서 움직이는 양세종을 봅니다. 설레나요
제 작품 첫 화를 모두 잠든 새벽, 조용할 때 혼자 봐요. 약간의 떨림이 있거든요. <이두나!>는 전역하고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작품이니 긴장과 떨림을 더욱 잘 느끼고 있죠. 물론 결과에 후회하지 말자는 각오로 촬영에 임했지만요.
 
코트와 브이넥 티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Gucci. 부츠는 Givenchy.

코트와 브이넥 티셔츠, 데님 팬츠는 모두 Gucci. 부츠는 Givenchy.

 
촬영 끝낸 지 일 년이 넘었죠. 돌이켜보면 후회 없이 연기한 것 같나요
솔직히 느낀 대로 얘기하자면 마음이 꽤 아렸습니다. 아직도 잔상이 남고요.
 
<이두나!>의 어떤 면이 당신을 건드렸나요
대본을 읽는데 심장이 간질간질거리고, 또 막 뛰었어요. 로맨스 장르지만 두나와 원준이라는 인물이 성장하고 감정이 변화하는 지점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려지거든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20대 초반인데 그들의 서사도 잘 나타나 있었죠.
 
데님 재킷은 Maison Margiela. 셔츠는 Ferragamo. 타이는 Burberry. 팬츠는 Recto. 로퍼는 Dolce & Gabbana.

데님 재킷은 Maison Margiela. 셔츠는 Ferragamo. 타이는 Burberry. 팬츠는 Recto. 로퍼는 Dolce & Gabbana.

 
청춘들이었군요
그래서 <이두나!>가 스물 초반의 청년을 연기하는 제 마지막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원준이처럼 그때만의 순수함을 지닌 친구들을 연기하는 것 말이죠. 제가 서른둘이고 원준이는 스물 초반인데, 자꾸 그와 저를 함께 바라보게 되더군요. 이제 스무 살을 연기하는 건 욕심이지 않을까(웃음).
 
작품을 연출한 이정효 감독은 <이두나!>를 두고 “내 서툰 20대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스무 살의 양세종은 이 작품에 얼마나 묻어 있나요
옷차림 같은 이미지는 끌어왔지만, 그때 경험이나 그때의 저 자신을 끌어오진 않았어요. 스무 살 양세종과 스무 살 원준이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죠. 주변 동생들에게 요즘 대학생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웃음). 원준이의 성격이나 특징이 대본에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서 그에 충실하면 충분했어요.
 
양세종이 해석한 평범한 대학생 원준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이처럼 무해하고 순수한 면과 어른처럼 성숙한 면을 동시에 지녔어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학교도 열심히 다니는 열정적인 청년이다가도 두나와 마주하면 ‘키다리 아저씨’처럼 성숙한 사람이 되거든요.
 
니트 집업은 ERL by G.Street 494 Homme.

니트 집업은 ERL by G.Street 494 Homme.

 
웹툰 원작 속 원준이 당신을 통과하며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물론 싱크로율도 중요하지만, 대본이 주는 느낌이 중요하니까 상상력을 발휘해 봤어요. 어떤 원준이가 나왔을지 저도 궁금해요.
 
신기하게도 이 작품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역할이자 섬세한 감정선을 지닌 <사랑의 온도>의 온정선을 기대하는 분이 많더군요
두 사람은 온도가 전혀 달라요. 정선이는 완전 ‘직구’를 던지잖아요. 보자마자 “사귈래요?” 묻고, 첫 키스하기 전에도 “피해, 싫으면” 이러고(웃음). 원준이는 좀 더 보듬어주고 살펴주고 함께하는 타입이랄까요.
 
표현하는 게 서툰 두나와 그런 두나를 이해하는 게 서툰 원준의 관계성이 담긴 <이두나!> 또한 상대와 연기 호흡이 중요한 작품인데요
사실 이번 현장에서 신기했던 건 대본에서 읽히는 감정선을 연기하다가도 상대와 호흡하며 새롭고 미묘한 감정들이 튀어오를 때가 많았다는 거예요. 전에는 그런 감정이 생기면 대본 흐름과 다른 것 같아 애써 배제하곤 했는데 <이두나!>에서는 그대로 드러냈어요.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런 미묘한 감정이 증폭되거든요. 한 신에 다른 감정이 치고 들어오면 그 다음 신에서 감정 연결을 맞추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요.
 
니트는 ERL by 10 Corso Como Seoul. 팬츠는 Bottega Veneta. 부츠는 Givenchy.

니트는 ERL by 10 Corso Como Seoul. 팬츠는 Bottega Veneta. 부츠는 Givenchy.

 
은퇴한 아이돌 두나를 연기한 수지와의 호흡이 좋았나 봐요
최고였습니다(웃음). 현장에서 감독님과 수지 씨와 리허설을 많이 했는데,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대한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어요. 현장이 물 흐르듯 흘러갔죠. 수지 씨는 분위기 메이커인 데다 참 털털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제 기준으로는  이두나 역에 수지 씨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이 우주에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그래서 새로운 감정들이 튀어나온 것 같아요. 수지 씨에게도 그 말을 해줬죠.
 
실제로 당신은 어떤 상대에게 흔들리나요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를 나누다가도 이 사람 뭘까, 왜 이렇게 말이 잘 통할까,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정서적으로 공감되면 꽤 흔들립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이두나와 같은 존재일 텐데요. 자신의 어떤 면이 어필되는 것 같나요
몇 가지 기억을 떠올려 보면 상대에게 자주 들어왔던 말은 ‘너 생각보다 의지된다’였네요(웃음).
 
두나와 원준의 세계가 섞이듯 배우 양세종과 평범한 청년 양세종의 세계는 잘 섞여왔나요
여전히 잘 섞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작품 할 때는 온전히 캐릭터에 몰두하는 편이라 연기한 캐릭터를 보내고 나면 몸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무기력해서 집에만 있고 싶을 때도 있어요.
 
카디건은 Greg Lauren by G.Street 494 Homme. 슬리브리스는 Ami. 팬츠는 Recto.

카디건은 Greg Lauren by G.Street 494 Homme. 슬리브리스는 Ami. 팬츠는 Recto.

 
그 사람으로 사는 데 에너지를 오롯이 다 쓰나 보군요
그래야 후회가 없더라고요. 촬영 끝나자마자 일상으로 돌아가는 선배도 많은데, 저는 아직이죠.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원준을 연기할 때도 성격이 꽤 달라졌어요. 말도 더 부드럽게 하고, 차분해지고, 표현 방식도 조심스럽고. 자신보다 상대에게 균형을 맞추고요.
 
온전히 자신으로 돌아오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끝내고 연이어 <듀얼>과 <사랑의 온도>를 찍으며 야생마처럼 달린 적 있습니다. <사랑의 온도> 마지막 신 촬영을 끝내고 정선의 집 세트 소파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스태프들이 장비 정리하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혼자 멍하니요. “끝난 건가. 뭐지? 진짜 끝난 거야?” 하면서요(웃음).
 
‘군백기’ 이후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한때 “대본만 붙들고 살던 삶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 균형을 찾았는지 
복싱을 만나 행운이에요. 소위 ‘쇠질’은 몸으로 받아들이는 운동인데 복싱은 털어내는 운동이거든요. 복싱장에 가면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 제 해방구죠. 행복을 많이 느끼는 시기예요.  
 
재킷은 Dries Van Noten. 슬리브리스는 Ami. 팬츠는 Recto. 로퍼는 Dolce & Gabbana.

재킷은 Dries Van Noten. 슬리브리스는 Ami. 팬츠는 Recto. 로퍼는 Dolce & Gabbana.

 
여전히 한강을 걸으며 대사와 작품 생각도 자주 하나요
여전히 한강도 한참을 걷는데요. 걸으면서 웃음기 가득한 커플을 구경해요. 해가 저무는 시간이 좋아요. 감사하게도 들어오는 작품 대본 모두를 꼼꼼히 읽는데 아까 읽은 작품은 어땠더라, 그 캐릭터는 왜 그랬더라, 걸으며 생각합니다(웃음). 결국 선택하게 되는 작품 기준은 읽다가 뭐지 하게 되는, 그냥 보자마자 이거다 싶은, <이두나!>처럼 심장이 뛰거나 간질간질한 것들이죠.
 
양세종이 소처럼 일하길 바라는 팬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만, 당신은 속도보다 다른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 같아요
아직 뭐가 중요한지 정답은 모르겠지만, 시기나 속도보다 제가 캐릭터를 사랑하고 그 작품을 온전히 사랑할 자신이 있으면 합니다. 사랑하지 않고, 흥미가 없는데 어떻게 해요. 그런 마음은 연기에도 묻어나와요. 저는 그렇게 선택해 왔어요.
 
마음껏 사랑할 캐릭터를 만나기까지 그 여백을 SNS로 일상을 공유하며 채우는 건 어때요
정말 해보려고요.
 
첫 피드는 어떻게 쓰고 싶나요
‘안녕하세요. 배우 양세종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뭐 이렇게?  
 
그냥 예쁜 이모티콘 하나만 써도 충분할 것 같은데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웃음).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가 김영준
  •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 헤어 스타일리스트 정선이
  • 메이크업 아티스트 하영주
  • 어시스턴트 이의영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