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엘르가 돌아본 2023년, FLASHBACK! (1)

커플화보 홍수부터 더글로리를 대하는 엘르의 방식, 그리고 BTS와의 조우까지

프로필 by 이마루 2023.12.14

 바쁘다 바빠, K드라마

OTT 춘추전국시대 같은 헤드라인은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2023년 출격 준비를 마친 드라마가 정말 많다는 걸 실감한 순간은 바로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방송국, 제작사, 홍보대행사의 화보 요청들! 작품을 위해 한마음으로 뭉친 주연 배우들과 관계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여력이 되는 한’ 많은 커플과 마주했다. 유연석 · 문가영(<사랑의 이해>), 이재욱 · 고윤정(<환혼: 빛과 그림자>), 박형식 · 전소니(<청춘월담>), 김영광 · 이성경(<사랑이라 말해요>), 김희애 · 문소리(<퀸메이커>), 김태희 · 임지연(<마당이 있는 집>), 전혜진 · 수영(<남남>), 황민현 · 김소현(<소용없어 거짓말>), 한지민 · 이민기(<힙하게>), 려운 · 최현욱(<반짝이는 워터멜론>), 지창욱 · 위하준(<최악의 악>), 이세영 · 배인혁(<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서인국 · 박소담(<이재, 곧 죽습니다>), 김유정 · 송강(<마이 데몬>), 정우성 · 신현빈(<사랑한다고 말해줘>)…. 판타지, 로맨스, 사극, 정치, 스릴러 등 온갖 장르는 물론 갖가지 플랫폼을 넘나들며 만난 남남, 여여, 남녀 커플의 다양한 조합에서 한국 드라마의 팽창을 지켜봤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 라쿠텐 비키, U-NEXT, VIU 등 해외 OTT 채널에서 ‘흥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반갑고 안심되기도! 
 
 
올해 에디터 선정 최애 커플 화보는 다음과 같다. 에디터 이마루가 꼽은 것은 <환혼: 빛과 그림자>의 주인공 이재욱과 고윤정. 판타지 멜로 사극이지만 현대적 비주얼을 가진 두 배우가 함께 선 모습을 상상했을 때 떠오른 것은 근미래 디스토피아 영화 <네버 렛 미 고> 속 영국 홀컴 해변의 풍경이었다. 비록 두 배우에게 준비된 것은 바다와 절벽 풍경을 인쇄한 폭 2.5m 남짓의 현수막 두 장과 배경천이 전부였지만…. 두 사람의 애절한 눈빛은 모든 것을 ‘진짜처럼’ 만들어줬다. 배우들의 눈과 손짓이 가진 힘을 깨달았던 순간. 전혜진의 선택은 <최악의 악>의 ‘핫 가이들’. 마약 카르텔 소재, 유혈 낭자한 언더커버 장르라지만, 그럼에도 지창욱과 위하준 두 남자의 누아르를 누구보다 아름답게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타이어와 비닐 등 격한 소품 앞에서 다정하기까지 했던 남자들. “이 장르를 흔히 남성 서사라지만, 이 작품은 선과 악 사이에 놓인 휴머니즘”이라는 지창욱의 말대로 이 색다른 언더커버물은 통했다. IMDb 평점 8.6점으로 올해 공개된 글로벌 OTT 한국 시리즈 중에서 1위를 달성했으니! editor 이마루, 전혜진
 
 

BTS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

2023년, 드디어 만난 <엘르>와 BTS. 뷔 그리고 지민과의 연이은 조우를 통해 실감했던 건 이제는 가장 상징적인 팬덤이 된 ‘아미(A.R.M.Y)’의 강력한 힘이었다. 숫자로 또렷하게 기록된 각종 소셜 미디어 수치와 판매 부수는 물론이고, 뷔와 셀린느의 첫 공식 행보를 기념하며 <엘르> 사옥을 뷔의 현수막으로 뒤덮었던 3월에는 ‘인증 샷’을 위해 팬들이 사옥을 찾아오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제작 시스템과 팬덤 문화가 본격 태동하던 90년대 후반에는 10대였고, 자연스럽게 K팝과 함께 성장한 나는 현재 ‘잡지 에디터’로서 직간접적으로 아이돌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K팝 아티스트를 만나거나 인터뷰하는 동시에 팬의 입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K팝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하는 지금 확신하는 것은 팬과 아이돌 사이의 상호작용이 결코 일방적이지 않으며, 정말로 긍정적인 에너지와 교감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미 분들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읽으며 저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요즘 어떤 것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뭐가 힘든지 등 그런 글들이 큰 힘이 되죠. - 뷔
 
저희 일곱 명과 아미가 함께 모여 있는 공연장. 그곳이 제게 가장 ‘집(Home)’같이 느껴져요. - 지민
 
지민과 뷔의 인터뷰 답변 행간마다 팬덤 아미에 대한 신뢰와 애정, 무한한 감사를 읽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한편 엔데믹 이후 팬 사인회와 투어, 각종 콘서트 등 오프라인 이벤트가 완전히 궤도에 올랐던 2023년은 팬들을 대하는 소속사나 공연업체 혹은 경비업체의 기본 태도와 과도한 통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발한 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애정을 토대로 한 이 산업에 전환점이나 각성이 필요한 때다. editor 이마루
 
 

<악귀> <무빙> <이두나!>의 남자들

K오컬트의 저력을 보여준 <악귀>, 초능력 히어로물 <무빙>, 그리고 로맨스로 직진한 <이두나!>의 세 청년을 골고루 만났다. 9월호에 만난 홍경은 의심 끝에 악귀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싸우던 이홍새 형사만큼이나 진중하고 사려 깊었지만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악귀에 들리면 몸을 불사를 거예요”라고 말하는 뜨거움도 있었다. 10월호로 만난 <무빙>의 이정하는 ‘봉석이’ 그 자체였다. 소품으로 준비한 소금빵을 보자마자 바로 볼에 갖다 대는 모습이라니! “제 한계점을 향해 멋지게 날아보고 싶다”는 뚜렷한 포부를 안고 계속 즐겁게 날아갈 수 있길. <이두나!>로 4년 만에 돌아온 11월호의 양세종은 다정한 남자였다. 자신은 ‘플러팅’과 거리가 멀다면서도 질문마다 진심으로 경청하는 모습과 몸에 밴 배려를 느끼며 원준이를 사랑하게 된 두나의 심정을 100% 이해할 수 있었을 정도. editor 전혜진
 
 

THE GLORIOUS WOMEN

학교폭력의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백했던 유튜버 표예림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변한 것 하나 없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올해를 강타한 <더 글로리>는 강력한 사회적 고백을 이끌어냈다. <엘르>는 극중 세 여성을 연기한 세 배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학교폭력 피해자 동은을 연기한 송혜교는 2월호 커버로, 가정폭력 피해자 현남 역의 염혜란과 어른들의 싸움 이후 남겨진 예솔 역의 오지율을 4월호 화보로 말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연기한 이들. 저마다 연령대는 다르지만, 자신의 캐릭터에 책임을 갖고 있었다. 마치 소명처럼. 무력하지만 강인한 동은을 완성한 송혜교는 말한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장소에서조차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인물이에요. 심지어 엄마한테도요. 그런 인물이 죽으려다가 다시 살고, 복수를 결심할 정도면 어른이 된 동은은 정말 많이 단단해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외적인 부분은 연약하고 피폐해 보이더라도 속은 더없이 강인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휴가를 떠난 현남을 보고 싶다는 바람에 기꺼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 염혜란은 현남의 그 이후를 꿈꾼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삶을 살겠죠. 큰 산을 넘었으니 더 용감해질 테고. 좀 더 나답게, 말 그대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열 살 배우도 지지 않는다. 인생 첫 화보로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낸 오지율은 “예솔이와 닮은 점이라면 어른들 싸움에 절대 휘말리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며 “학교폭력은 문동은 선생님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게 바꿀 수 있는, 정말 나쁜 행동”이라며 까만 눈동자를 빛냈다. 어쩌면 선한 사람의 이야기나 안쓰러움을 유발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지루해하거나 더는 몰입하지 않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염혜란은 그럼에도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저런 사람이 어딨어’ 하는 시대에 살고 있더라도 그런 인물을 진정성 있게 연기해 내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끝없이 보여주는 게 배우의 몫 아닐까요.” editor 전혜진
 
문동은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어려웠지만 전에 해보지 못한 감정을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지금의 나에게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 송혜교
 
 

올해의 어깨

2022년 겨울은 카타르월드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뛰어난 실력, 당당한 태도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조규성은 <엘르맨> 2월호 촬영을 위해 하루를 비웠다. 모든 게 멈춘 것 같던 연말연시, 국가대표라는 어깨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채 스튜디오로 그가 들어섰을 때의 존재감을 잊을 수 없다. 예상외의 반가운 승전보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거푸 들려왔던 2023년 하반기, 한국 수영 황금 세대를 이끄는 2000년생 백인철 · 김건우가 대회를 마치고 재빨리 들른 곳도 <엘르> 촬영장이었다. 그 중간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에는 세븐틴 원우가 있었다. 넓이 58cm, 타고난 ‘어깨’로 유명한 원우는 <엘르맨> 8월호로 첫 단독 커버 촬영을 진행하며 소년과 청년의 중간에 선 모습을 제대로 남겼다. editor 이마루
 
 

THE AMBASSADOR

패션 하우스에서 K팝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극대화됐던 한 해. 다국적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아름다운 젊음을 패션 신이 놓칠 리 없다. 샤넬, 루이 비통, 디올 등 일찌감치 움직였던 하우스들 외에도 돌체 앤 가바나, 베르사체, 토즈, 로에베, 지미 추 등 수많은 브랜드가 K팝 아티스트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공표했다. <엘르> 또한 이 흐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최초’를 함께했으니 샤넬 앰배서더로서 첫 커버를 <엘르>와 진행한 뉴진스 민지(3월호), 셀린느 보이 등극 후 최초 공식 행보를 함께한 뷔(4월호), 로에베 앰배서더로서 첫 커버를 촬영한 NCT 태용(9월호) 그리고 여전히 끈끈한 티파니 로제(6월호)와 디올 지수(8월호)까지. 때로는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관계가 공고해지는 과정을 목격하기도 한다. 엔하이픈의 <엘르맨>(6월호) 커버 이미지는 촬영 후 엔하이픈이 프라다 글로벌 앰배서더로 등극하며 브랜드 공식 계정에 업로드됐다.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와 루이 비통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엘르> 5월호 더블 커버 스타로 루이 비통과 첫 커버를 촬영했던 필릭스와 브랜드의 인연은 촬영 직후 서울 잠수교에서 열린 루이 비통 프리폴 패션쇼 참석까지 이어지더니(이날 필릭스가 가장 먼저 현장 인터뷰에 응한 매체도 <엘르>였다), 몇 달 뒤 하우스 앰배서더 발표 소식이 들려왔다. 하이패션을 소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열린 태도, 스타일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도다. <엘르> 커버 촬영 때도 루이 비통의 여성 컬렉션을 편견 없이 소화한 필릭스의 모습을 목격했던 바, 필릭스와 루이 비통의 협업은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은 행보 중 하나. 개방적인 동시에 공고한 벽을 가진 패션 신에서 K팝 아티스트들의 활약은 다양성의 확장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패션 신에서 아시안들이 이토록 두각을 나타낸 것은 사상 최초라 해도 좋으니까. 쏟아지는 파트너십이 진짜 동행으로 지속되길 기대하며. editor 이마루
 
 
촬영 전에 입게 될 루이 비통 옷 사진을 봤는데, 빨리 입어보고 싶었어요. 원래 여성복도 관심을 갖고 보거든요. 새롭기도 하고, 젠더리스한 느낌도 좋더군요. 제이든 스미스처럼 그게 새로운 스타일 자체가 되기도 하잖아요. 필릭스
 
 

AND HERE WE ARE!

1세대부터 5세대까지, 2023년 <엘르>가 만난 K팝 아티스트들.  
1세대 god 데뷔 23주년을 맞은 다섯 남자의 유쾌한 순간!  
 
2세대 2PM 준호, 소녀시대 유리 · 수영 ‘연기돌’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탄생시킨 2세대들의 저력.
 
3세대 BTS, 세븐틴, 블랙핑크 최정상을 공고하게 지키는 이름들.
 
4세대 NCT, 스트레이 키즈, 있지, TXT, 엔하이픈 상승 곡선의 접점에서 어느 때보다 자주 만날 수 있었던 4세대.
 
5세대 &TEAM, 제로베이스원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로운 얼굴들을 발 빠르게 만났다.
 
 

<상견니> 멀티버스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에 미친 사람들. 그중 가장 으뜸이라는 ‘K상친자’들의 행복한 비명이 들려왔다. 연초 영화 <상견니> 한국 프로모션을 위해 ‘펑난소대’ 3인방이 내한했기 때문! 가가연과 허광한, 시백우는 단 사흘 동안 한국에 머물렀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 <엘르> 코리아 3월호 화보를 장식했다! 그러나 한국은 설 연휴를 막 앞둔 상황. 촬영 시간도, 준비할 시간도 빠듯했지만 ‘펑난소대’를 1998년 대만에서 2023년 서울의 한 장면으로 소환한 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놀랍게도 <상견니>와 <엘르>의 인연은 이어졌다. 드라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로 리메이크됐고, 지난 9월호에는 이 작품에서 시백우 캐릭터와 싱크로율 150%라는 배우 강훈과도 만났기 때문! 허광한은 곧 <노 웨이 아웃>으로 정식으로 한국에 데뷔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이 세계관 유지를 위해 그때도 <엘르>와 다시 만나요, 광한 씨. editor 전혜진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전혜진 / 정소진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