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아의 오랜 실험과 훈련 그리고 습관에 관하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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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아의 오랜 실험과 훈련 그리고 습관에 관하여

구정아는 줄곧 전 세계를 돌면서 자신이 얻은 삶과 일, 대화와 관계, 맥락을 작품에서 사용한다. "오랫동안 실험하고, 장시간 생각하는 습관을 훈련해 왔어요." 구정아의 작품은 담배, 플라스틱 필름, 먼지, 빛, 냄새 등 평범한 작은 것을 쌓고 짓고 흩어지게 하면서 보이지 않는 차원을 열어젖힌다.

이경진 BY 이경진 2023.08.31
뉴욕에서 만난 구정아.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시그램 빌딩 건설 당시 심은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 앞에서.

뉴욕에서 만난 구정아.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시그램 빌딩 건설 당시 심은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 앞에서.

 
오늘 촬영 장소를 런던 스튜디오 앞 스퀘어에서 돌연 뉴욕으로 변경했습니다. 당신 홈페이지 바이오 메뉴에 적힌 문구가 떠올랐어요. ‘모든 곳에서 살고 일합니다(Lives & Works Everywhere)’
2024년에 있을 아스펜 아트 뮤지엄(Aspen Art Museum)에서 펼칠 프로젝트 방문차 덴버(Denver)를 경유해 뉴욕에 왔습니다. 이곳 시그램(Seagram) 빌딩에서 촬영한 건 제게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억될 거예요. 제 작품 ‘Spy Tree’와 ‘Your Tree My Answer’의 촉매제가 된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시그램 빌딩 건설 당시 심은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 앞에 섰으니까요. 올해 11월에 공개될 ‘베를린 아웃도어 프로젝트(Neue Nationalgalerie, Berlin)’ 또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물에 지어질 계획이에요.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살고 일하는 것은 당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어릴 때부터 도시 탐험에 열성적이었다죠
언제나 실험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습관을 오랫동안 훈련해 온 것 같습니다.
 
 ‘Density’(2023).

‘Density’(2023).

 
여러 문명을 관통하는 삶을 통해 얻은 진리는
쉽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요. 이동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이루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어렵다는 생각은 관념일 뿐이죠.
 
작가로서 이곳저곳 다니는 삶을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발을 땅에 붙이고 단순히 생각한다. 전시가 열리는 도시까지 비행시간은 얼마나 되나?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시간을 긍정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까?” 시간을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당신의 방식은
평면적으로 생각하고, 다차원에서 일하며,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에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건 작가에게 중요합니다.
 
‘Ki In Sang Bong’(2019).

‘Ki In Sang Bong’(2019).

 
어떤 아티스트에겐 고립된 환경의 고정된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게 일종의 피난이죠. 그렇다면 당신의 피난처는
피난처라는 개념은 제 작업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헤븐리 맨션(Heavenly Mansion), 오슬로(Oslo), 스노위 서니 데이(Snowy Sunny Day), 빌라 메디치(Villa Medici), 로마(Rome), 아우가르텐 인 빈(Augarten in Wien), 이에스피스 레지던시 프로젝트 스톡홀름(Iaspis Residency Project Stockholm), 디아 파운데이션 얼스 룸 레지던시 인 우스터 스트리트 인 뉴욕(Dia Foundation Earth Room Residency in Wooster Street in NY) 등은 나에게 이동하면서 작품을 제작할 기회와 피난처를 제공해 줬습니다.
 
9월 6일에 PKM갤러리에서 전시 〈레비테이션 Levitation〉을 엽니다. 당신의 상징적 작품인 요람 형태의 스케이트 파크 시리즈를 다시 한 번 기다리는 관객이 많을 텐데, 이번 전시는 어떤 작품으로 구성할 예정인가요? 전시의 출발점이 된 것들은
공중 부양(Levitation), 시그램 빌딩과 은행나무, 변성암(Metamorphic Rock)이에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제작해 온 자석 작품, 필름 프로젝트의 기반이 된 스크립트 드로잉, 프린트, 에두아르 글리상(E′douard Glissant)과 협업한 ‘Flammariousss’, 포스터 등을 전시할 계획이에요.
 
 ‘OBP’(2015).

‘OBP’(2015).

 
일상처럼 삶의 작은 부분에 다른 시선을 가미한 작품으로 익숙한 것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해 왔습니다. 상반된 지점을 양립하거나 경계선의 가능성을 모색하면서요
작업은 늘 예상치 못한 경이로움의 연속이에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예상치 못한 교류가 당신에게 큰 동력 중 하나겠죠. 근래 조너선 앤더슨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로에베 백을 든 당신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화제였죠
조너선 앤더슨이 종종 작가들과 협업하는데 이번에 유르겐 텔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며, 로에베 뉴 아트 컬래버레이션 디렉터인 앤드루 보나치나(Andrew Bonacina)가 초대장을 보내왔어요. 앤드루는 몇 해 전 헵스워스 웨이크필드 뮤지엄(The Hepworth Wakefield Museum)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던 당시 앨런 캐프로 에스테이트(Allan Kaprow Estate) 전시를 위해 제 작품 ‘Eagle Tire, 순환하는 패널에 설치한 비행기 타이어’를 기획한 적 있어요. 몇 해 전 실험적 매거진 〈모던 매터 Modern Matter〉와 함께 제 작품을 특별하게 편집해 발행하는 일을 같이 한 적 있어 초대에 응했어요.
 
 밀란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OooOoO’ (2019-2)의 설치 전경.

밀란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OooOoO’ (2019-2)의 설치 전경.

 
거대한 스케이트 파크를 구성한 작품 ‘OooOoO’가 트리엔날레에서 펼쳐진 순간을 기억합니다. 대중을 하나로 모아 결속을 강화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했죠. 그런가 하면 제한된 공간에서 무한 세계를 느끼고 상상하는 작품도 있었고요. 작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잃지 않으려는 감각이 있다면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세계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어요. 또 외계인과 협업(작)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하지만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중 ‘Seven Stars’처럼 빛 역시 작가님의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자 다중적 의미를 지닌 것 같습니다. 근래에는 빛의 어떤 면을 탐색 중인가요
빛에 의해 우리 몸의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조절돼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것, 산소 입자들을 통해 환한 색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우주에서는 빛이 통과해도 산소가 없어 칠흑 같다는 사실이요. 저는 이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3년 전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서 선보인 ‘Seven Stars’(2020).

3년 전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서 선보인 ‘Seven Stars’(2020).

 
2024년 4월에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습니다. 〈구정아: 오도라마 시티〉라는 전시로요. 2016년 아트 나이트 런던의 초대로 열었던 〈오도라마〉 등 이전의 향기 프로젝트를 어떤 식으로 확장할 예정인가요
이전 〈오도라마〉 전시나 디아 파운데이션(Dia Foundation)의 ‘컨스틸레이션 컨그레스(Constellation Congress)’ 프로젝트가 크로스 튜브 스테이션(Cross tube station)이나 히스패닉 소사이어티(Hispanic Society)의 공간을 장소 특정적으로 구성한 프로젝트였다면, 2024년 4월에 개최되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일 〈오도라마 시티즈 Odorama Cities〉는 제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도시들의 향기를 ‘오픈 콜’로 수집해 한반도를 ‘시’로 통일한 한국관을 상상하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넘어 한국을 건설하기까지 어떤 도시나 개인에게 오픈 콜을 요청했어요. 실제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분들도 접수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만나지 못한 분들과 작품 제작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에요.
 
프랑스의 뮤지엄 바시비에르 센터 국제 달테 드 바시비에르에 펼친 작품 ‘Otro’(2012-1).

프랑스의 뮤지엄 바시비에르 센터 국제 달테 드 바시비에르에 펼친 작품 ‘Otro’(2012-1).

 
후각 경험에 대한 탐구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7년 맨체스터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 ‘Spy Tree’와 ‘Your Tree My Answer’를 작업하며 다양한 향수 엔지니어들과 협업하고, 화학 입자에 대해 배워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들과 일하는 과정과 노하우는 정말 가치 있는 것이었어요.
 
노마드적 삶을 지속하면서 겪은 강렬한 향기의 경험이 있을까요
파워플한 향기에 대한 경험은 내가 시간을 보낸 장소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90년대에 파리에서 작업할 때 나프탈렌 구로 많은 작품을 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냄새로 제작한 예술 작품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향기가 멀티 센서리 전시 환경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구정아 작가.

구정아 작가.

 
최근 작업하며 스스로 해방감을 느낀 작품은
저에게 최고의 복합 프로젝트로 손꼽히는 작품이 있습니다. ‘OUSSS’라고 명명한 3D 필름 프로젝트죠. 9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입니다. 두 번째로는 2024년 4월에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프로젝트인 ‘오도라마 시티즈’의 오픈 콜을 삼성역 ‘L 스크린’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 사건이요. CIRCA 프로젝트 설립자인 요제프 오코너(Josef O’Connor)가 초대해 준 프로젝트로, 그동안 작업한 세 개의 애니메이션 〈Mysteriousss〉 〈Curiousssa〉 〈Chamnawana〉를 복합적인 편집을 거쳐 광고 영상처럼 2분 30초간 발표할 계획입니다.  
 
과거 PKM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인 〈유어 트리 마이 앤서〉 연작의 제목은 시에서 영감을 받았죠. 2020년 부산비엔날레 작품은 김혜순 시인의 시 ‘디너’를 읽고 만든 작품이었고, 김혜순 시인과 편혜영 작가에 대한 관심이 남다릅니다
저는 시인이나 과학자와의 교류를 선호합니다. 그들과 함께 최소 단위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목소리에 근접해 보여요.
 
 3D 애니메이션 작품 ‘Mysteriousss’(2017)의 스틸 이미지.

3D 애니메이션 작품 ‘Mysteriousss’(2017)의 스틸 이미지.

 
오는 9월 5일 한국을 방문합니다. 서울에서 어떤 만남을 계획하고 있나요
9월 5일 한국에 도착해 PKM갤러리에서 개최될 개인전 〈레비테이션〉 오픈 준비로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님과 회의할 예정입니다. 시인 김혜순 님과도 만날 계획이에요. 내년 바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Basel Beyeler Foundation) 25주년 기념 전시 건을 의논하기 위해서죠.
 
최근 당신을 놀라게 한 뉴스는 무엇인요? 혹은 강렬한 호기심을 일으킨 것은
최근 가장 강렬했던 건 〈뉴욕타임스〉 뉴스의 카트리나 밀러(Katrina Miller) 기사예요.
 
자신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은
‘The Land of Ousss’가 완성될 곳이 어디인지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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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가 이현우
    Courtesy Of Koo Jeong A
    Courtesy Of Acute Art
    Courtesy Of Pkm Gallery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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