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만난 송중기 그리고 이성민, 두 남자의 담백한 서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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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로 만난 송중기 그리고 이성민, 두 남자의 담백한 서정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접점에서 치열한 전투를 시작한 이들이 배역을 벗어낸 얼굴로 마주하며 웃었다.

이경진 BY 이경진 2022.12.02
 

이성민의 끝없는 갈증과 변주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 기간이 길었어요. 진양철 회장은 뜨겁고 저돌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촬영을 10개월 정도 했죠. 80년대에서 출발해 현재에 닿아야 하는 이야기다 보니 아무래도 오래 걸렸어요. 진양철은 순양그룹 총수예요. 인물의 전사로 보면 그와 순양그룹의 시대는 50~60년대에 시작하죠. 전후 시대의 인물인 거예요. 그 시절을 산 기업 총수들은 다들 그렇게 뜨겁지 않았을까요? 개척할 게 많았으니까.
 
이성민이 입은 베이지 니트는 COS. 안에 입은 브라운 셔츠와 와이드 팬츠는 모두 Le 17 septembre. 화이트 스니커즈는 Hogan. 송중기가 입은 캐멀 터틀넥은 Tod’s. 울 트위드 팬츠는 Auralee. 부츠는 Carmina by Unipair. 로브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성민이 입은 베이지 니트는 COS. 안에 입은 브라운 셔츠와 와이드 팬츠는 모두 Le 17 septembre. 화이트 스니커즈는 Hogan. 송중기가 입은 캐멀 터틀넥은 Tod’s. 울 트위드 팬츠는 Auralee. 부츠는 Carmina by Unipair. 로브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태희 작가의 대본을 새롭고 디테일하게 느끼셨다고요
대본이 좋았어요. 작가 이름을 유심히 보는 편은 아닌데….진양철이 구사하는 사투리를 놀랄 만큼 정교하게 쓰셨더군요. 이야기도 새로웠고요. 한국 드라마에 재벌가 이야기가 많이 차용되잖아요. 모두 진짜 같지 않았어요. 과장돼 보이고요. 그런 지점에서 이 작품은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기존 재벌 드라마와는 결이 달라요. 감독님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재벌이라는 설정에 조금 더 품위 있게 접근하자고요.
 
그간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 배우들과 ‘브로맨스’를 펼친 작품이 많았어요. 송중기 배우와는 처음입니다
그동안 멋진 남자배우 복이 많았지요. 이번 작품에 들어갈 땐 송중기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어요. 언젠가 같이 해보고 싶었던 배우이고, 마침 기회가 와서 더없이 좋았어요. 중기의 연기에는 그만의 여유가 있어요. 늘 그런 게 멋있어 보였어요. 함께해보니 현장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이 무척 괜찮았어요.
 
실키한 블랙 셔츠와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실키한 블랙 셔츠와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브로맨스 구도 속에서 배우 이성민의 매력이 한껏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선배나 형이 되고 싶나요
나이나 캐릭터의 경중으로 서열이나 지위를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각자 서로 동등한 입장으로 만나는 것이고, 이런 개념이 현장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동생들에게 다가갈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요즘의 저는 젊을 때보다 현장에서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말 안 하고 있으면 자꾸 나를 신경 쓰니까요. 모범이나 귀감이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습니다. 그냥 후배들이 나를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잘해야지’ 하는 마음밖엔 없어요.
 
모든 작품에서 관객을 능숙히 설득해 온 배우임에도 연기할 때마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2018년 〈공작〉 땐 “연기의 바닥을 쳤다”던 동료 배우들(황정민, 조진웅)의 이야기를 전하며 동조하기도 했고요. 의외였어요
정말이에요. ‘겁나’ 떨리는 마음으로 합니다(웃음). 티 내지 않을 뿐 아마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럴 거예요. 〈공조〉 때도 나만 헤맨 줄 알았는데 다들 그랬다고 해서 위로가 됐죠.
 
성실한 책임감이 만든 긴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왠지 이성민 배우는 매너리즘에 빠진 시기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아니에요. 매너리즘도 있었겠죠. 나이가 들면 누군가 내가 하는 일, 연기에 대해 조언을 잘 안 해요. 감독이 주는 디렉션 외에는 앞으로 배우로서 어떻게 가야 하고, 연기는 어떻게 해야 될지 들을 수 없어요. 어릴 때는 선배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해준 건데 말이에요. 무슨 대사만 하면 잔소리가 날아왔거든요. 그런데 머리가 굵어지면 그런 말을 안 들어요. 그런 지점에서 계속 자신에게 자극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맡은 캐릭터를 계속해서 변주하려고 노력해 왔어요.
 
송중기가 입은 모헤어 니트 톱은 Moonsun. 화이트 셔츠는 Our Legacy. 울 팬츠는 Marni by G. Street 494. 이성민이 입은 블랙 터틀넥 톱과 코트, 아이보리 와이드 팬츠는 모두 Zegna.

송중기가 입은 모헤어 니트 톱은 Moonsun. 화이트 셔츠는 Our Legacy. 울 팬츠는 Marni by G. Street 494. 이성민이 입은 블랙 터틀넥 톱과 코트, 아이보리 와이드 팬츠는 모두 Zegna.

근작인 〈재벌집 막내아들〉과 〈형사록〉 〈리멤버〉의 역할만 살펴도 다분히 보입니다. 〈리멤버〉에서는 50대 후반으로 시작해 80대까지 표현해야 하는 인물을 연기했죠
한국은 ‘이미지 캐스팅’이 대부분이라고 봐요. 그걸 극복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리멤버〉 같은 영화에 도전했어요.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요. 작품을 많이 하고 있는데 같은 맥락의 이야기예요. 끊임없이 일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저 자신이 느끼는 갈증 때문이고요. 뭔가 계속 도전하고 들이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어서요. 다른 건 할 줄 모르거든요. 1~2년에 한 작품 한다고 엄청난 연기를 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럴 수 있다면 쉬겠지만 아니거든요.
 
한순간도 다른 쪽으로 눈 돌리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몰라서 그래요. 다른 재주가 없고, 연기는 천직이니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직장인들은 매일 출근과 근무, 퇴근하는 것이 일상인데 우리도 매일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보면 직장인보다 우리가 좀 덜 힘들죠. 직장인보다 쉬는 날이 많잖아요. 〈미생〉 촬영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니까요.
 
샐러리맨의 삶을 다시 보게 됐군요
당시 자료조사 겸 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광화문 빌딩 숲으로 출퇴근하는 어떤 부장이 나왔죠. 그가 어느 저녁, 술 한잔해서 조금 취한 채 말하는 거예요. “내일도 아침 6시 반이면 어김없이 광화문 몇 번 출구로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일상을 몇십 년 지속해 왔다는 사실이 멋있었어요. 로버트 드니로가 신인 시절 작품을 엄청 많이 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명작 몇 가지만 기억하겠지만 말이에요. 그 사람도 아마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거 몰랐을 거예요. 연기가 천직이니까. 연기라는 게 나에겐 부족함을 느끼는 일의 연속이에요. 될 때까지, 될 때까지. 항상 그런 목마름을 느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때려치우는 건데 할 줄 아는 다른 일이 없죠. 만날 얘기해요. 다시 태어나면 배우 안 할 거라고. 
 
이성민이 입은 블랙 터틀넥은 Zegna. 송중기가 입은 모헤어 니트 톱은 Moonsun.

이성민이 입은 블랙 터틀넥은 Zegna. 송중기가 입은 모헤어 니트 톱은 Moonsun.

연기가 천직임을 체감하는 구체적인 순간이 있나요
중독된 것 같아요. 현장이 편하고 작품 촬영 중에 되레 덜 피곤하고, 덜 아파요. 나이 스물에 첫 연극 무대에 오른 뒤 지금까지 군복무 기간 빼고는 거의 쉬지 않았어요. 내 인생에서 다른 캐릭터를 등에 업고 산 날이 나로서 산 날보다 더 많을 거예요. 그러니 중독될 만하지.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새로운 시나리오, 캐릭터를 만나면 계속 도전하고 싶어져요. 이런 마음이 계속 오가요. 루틴이 된 지 오래죠.
 
하루의 루틴은 어떤가요? 꾸준히 살아온 배우의 일상을 받쳐온 룰은 무엇일지
일 끝내고 나면 농담으로 ‘가스가 찼다’고 합니다. 집이나 숙소에 돌아가면 한두 시간 아무것도 안 하며 보내요. 비워내는 느낌으로 가스를 쫙 빼는 시간을 가지죠. TV 앞에 있든 뭘 하든 멍하게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하루를 마무리한 뒤 씻고 잡니다. 그런 시간이 조금 필요하더라고요. 술을 마시며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술도 아예 못해서.
 
20~30대 시절 선배 배우에게서 본 이상적인 모습은
선배들은 다 멋있었어요. 20~30대에 저는 연극만 했거든요. 그런데 연극 무대에 선 선배들 모두 굉장히 잘했어요. 20대 때 바라보던 선배는 끊임없는 동경의 대상이었죠. 항상 좋은 선배, 스승들과 시기적절하게 연을 맺어온 것 같아요. 참 운이 좋았죠. 지방 소도시에서 연극을 시작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지역에 극단이 있었다는 사실도 정말 신기해요.
 
경북 영주였지요. 배우가 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제 고향인데, 인구 10만 명 겨우 되는 도시에 극단이 있었던 거예요. 영주의 극단에서 연극하고 있을 때 대구에서 온 한 선배 연출자가 나를 데리고 대구에 가셨고, 대구에서 또 많은 배우와 연출자, 작품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러다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온 선생님께서 또 이끌어주셨고요. 20~30대의 나에게 지금의 삶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것이었어요. 연극하다가 영화배우가 되고, TV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하다니요. 상상도 못 할 시절이었어요.
 
 아이보리 셔츠와 재킷은 모두 Zegna. 차콜 와이드 팬츠는 Salvatore Ferragamo. 스니커즈는 Converse.

아이보리 셔츠와 재킷은 모두 Zegna. 차콜 와이드 팬츠는 Salvatore Ferragamo. 스니커즈는 Converse.

진양철의 순양그룹 사훈이 ‘정도경영’이고, 그가 ‘정도’로 여기는 것에는 돈이 있죠. 이성민이 옳은 길로 생각하는 것은
대충 사는데요. 아버지가 늘 정직하라고 하셨어요. 꼼수나 속임수 없이 정직하게 해온 것 같아요. ‘정도’라는 말은 저도 좋아합니다. 정석대로 하는 거요.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도 정석에 가깝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첫 번째라고
작품 안 보고 ‘오케이’할 때도 있어요. 조금 전에 이야기한 오랜 인연들, 마음의 빚을 진 감사한 분들의 작품은 그냥 합니다. 그래서 특별 출연도 많이 했죠. 한 신 출연한다고 내 몸이 닳나요. 날 필요로 한다면 언제나 기꺼이. 그런데 작품이 좋은데 캐릭터가 버겁거나 나와 안 어울릴 것 같으면 포기해요. 그래서 나중에 배 아플 때가 가끔 있지만(웃음). ‘내가 했다면…’이라는 가정은 의미 없어요. 그 작품은 내가 안 했기 때문에 잘된 거니까.
 
머리로는 못할 것 같다고 판단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캐릭터도 있었을까요
〈리멤버〉가 그랬죠.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작품이 재미있었어요. 이후에 〈재벌집 막내아들〉을 이어서 하게 됐는데, 둘 다 할아버지 역할이라 망설이고 있을 때 중기가 한다고 해서 합류를 결정했어요. 좀 묻어가려고요(웃음).
 
요즘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있잖아요.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구나 싶어요. 오드리 헵번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잖아요. 나이 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배우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어서요. 그런 선택도 있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니까요. 진짜 멋진 배우들이 역할이 크지 않아도 스크린에 나오고… 그런 활동을 보면서 저렇게 늙어가는 일도 아름답겠구나 싶어요.
 
이순재 · 박근형 배우처럼요
선생님들도 80세가 넘었지만 꾸준히 작업하고 계시잖아요. 당대에 최고의 꽃을 피웠던 분들이죠. 그렇게 가는 것이 배우 인생의 후반이고, 그럴 때가 점점 다가오는구나 생각하죠. 그래서 나이 먹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울 카디건은 Tod’s.

울 카디건은 Tod’s.

 

송중기의 순도 높은 즐거움

만나기 전 이성민 배우와 먼저 인터뷰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은 송중기 배우 때문에 했다”고 하더군요
선배님과 둘이 직접 나누기엔 조금 쑥스러운 이야긴데요. 저도 그렇게 전해 들었어요. 이번 작품 집필하신 김태희 작가님이 〈성균관 스캔들〉을 쓰신 분이에요. 처음에는 작가님이 큰 이유였고, 이후에는 선배님이 컸죠. 작품으로 만날 뻔한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인연이 안 될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어요. 만일 성민 선배님이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역을 고사하면 저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프 집업 니트 톱과 이너 웨어로 입은 브라운 터틀넥 톱, 데님 팬츠는 모두 Tod’s. 브라운 스웨이드 부츠는 Unipair.

하프 집업 니트 톱과 이너 웨어로 입은 브라운 터틀넥 톱, 데님 팬츠는 모두 Tod’s. 브라운 스웨이드 부츠는 Unipair.

배우들 간의 관계성은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하죠. 현장에서 느낀 두 사람의 시너지가 궁금해요. 이성민 배우와 함께해보니 어땠나요
선배님과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 하는 제 또래 남자배우가 정말 많거든요. 저도 그중 한 명이었죠. 형님은 후배들에게 ‘다 받아줄게, 너네 마음대로 한번 해봐라’라는 듯한 스탠스를 보여줍니다. 현장 전체를 파악하는 레이더를 굉장히 넓고 촘촘하게 펼치시고요. 나는 나를 잘 알거든요. 형님과 함께할 때 제가 무척 설렌다는 걸 느꼈어요.
 
설렐 정도로 좋은 선배와 함께하니 무엇이 달라지던가요 
처음 보는 저의 표정을 많이 목격했어요. 그런 건 애쓴다고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진심으로 설레었던  것 같아요. 엄밀히 따지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성민 선배님과 두 번째로 함께하는 작품이에요. 〈트리플〉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완전 신인일 때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당시 성민 선배님도 단역으로 나오셨어요. 현장에서 뵙지는 못했지만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도준과 윤현우를 연기합니다. 둘은 한 사람이죠. 윤현우가 환생해서 재벌집 막내아들이자 진양철의 손자 진도준으로 태어나요. 둘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어떤 면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었나요
이번에는 실제 내 모습을 그대로 써보기로 했어요. 캐릭터 면에선 편하게 힘 빼고 했어요. 둘 중 본질이 되는 인물은 현우잖아요. 이 사람이 제 실제 성격과 비슷하다고 느낀 점이 많아요.
 
브라운 와이드 칼라 니트와 카키 베이지 셔츠, 팬츠는 모두 Le 17 Septembre. 스웨이드 데저트 부츠는 Unipair.

브라운 와이드 칼라 니트와 카키 베이지 셔츠, 팬츠는 모두 Le 17 Septembre. 스웨이드 데저트 부츠는 Unipair.

그럼 윤현우에 관한 단서를 떠올려볼게요. 이런 게 있었죠. 티저에서 누군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윤 팀장 두 번 말하게 하는 법이 없는 친구입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지점들을 매력 있게 느꼈어요. 현우의 키워드도 역시 가족이에요. 가족을 위해 야망을 키우고 꿈꾸고 희생하기도 하고 인내하면서 사랑을 표현하죠. 그런데 좀 ‘시크’해요. 그런 부분이 실제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속을 알 수 없는 면도 있고요. 친구들과 있을 때 저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듣거든요.
 
솔직한 편인 것 같은데, 왜일까요
평소 가만히 있을 때 제 표정이 좀 그런가 봐요. 시크하다, 매섭다는 이야길 듣곤 하죠. 윤현우는 완벽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인물이에요. 철두철미하죠. 그런 인물이 과거로 갔어요. 현재 시점의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겠다며 내면에 독기를 숨기고 연기를 시작해요. 완벽한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는 거죠.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간 인물이기 때문에 세계사와 경제사도 다 알고 있고요. 굉장한 무기를 가진 무서운 놈이 되는 거예요.
 
거의 ‘슈퍼히어로’네요
그런 전지전능함이 있죠. 그런데 그 중심에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있어서 서사가 묵직하고 좋아요.
 

송중기가 입은 스트라이프 울 플란넬 수트와 베스트, 화이트 셔츠, 타이는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워치는 Cartier. 이성민이 입은 스티치 디테일의 코트와 셔츠는 모두 Kimseoryong.

송중기가 입은 스트라이프 울 플란넬 수트와 베스트, 화이트 셔츠, 타이는 모두 Ralph Lauren Purple Label. 워치는 Cartier. 이성민이 입은 스티치 디테일의 코트와 셔츠는 모두 Kimseoryong.

철두철미한 면이 있나요
누구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일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니까.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관대한 편이에요.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에 있어선 분명하게 살펴요. 작품이야 흥할 때도 있고 망할 때도 있지만, 내가 책임을 다했는가라는 부분은 스스로 엄격하게 봐요. 조금이라도 소홀했다고 느끼면 자신에게 실망하죠.
 
흥행을 벗어난 문제라면 어떤 종류의 책임감을 갖고 있나요
노력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할까요? 성공할 수 있게끔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해야 하잖아요. 분위기가 좋고 현장이 좋으면 결과가 좋다는 경험을 해봤으니 그런 현장을 만드는 일에 철두철미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주변을 아우를 줄 안다는 현장 동료들의 평이 있더군요. 〈빈센조〉 때는 ‘송 반장’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이성민 배우의 증언에 따르면 〈재벌집 막내아들〉 현장에서도 그런 역할을 했다고요
주연 배우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그래요. 오지랖이 조금 있고요. 물론 제가 신나서 좋을 때는 오지랖을 더 많이 부리고, 싫을 때는 안 해요. 좋고 싫은 일이 분명한 성격이거든요. 좋으면 좋다고 아주 많이 표현해요. 네가 너무 좋다고.
 
꽤 직선적으로 표현하네요. 〈빈센조〉를 기점으로 많은 것을 달리 보게 됐다고 한 적 있어요. 이제는 작품에 참여할 때 어떤 걸 고민하게 되나요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빈센조〉는 제게 새로운 걸 일깨워준 작품이거든요. 너무 신나고 좋아서 눈물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했고, 과정의 즐거움 외에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주연 배우로서 작품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킬 책임이 있다는 압박감이 늘 많았는데 〈빈센조〉를 기점으로 많이 내려놓았어요. 과정이 이상하고 결과가 좋은 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이젠 분명히 알죠.
 
송중기가 입은 울 오버 핏 카디건은 Tod’s. 이너 웨어로 입은 셔츠는 Auralee. 코듀로이 베스트와 버클 치노 수트 트라우저는 모두 Polo Ralph Lauren.

송중기가 입은 울 오버 핏 카디건은 Tod’s. 이너 웨어로 입은 셔츠는 Auralee. 코듀로이 베스트와 버클 치노 수트 트라우저는 모두 Polo Ralph Lauren.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의 강마루,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 〈빈센조〉의 빈센조 등 송중기가 작품의 캐릭터와 일치된 듯했던 순간은 유독 선명합니다. 배역을 입고 연기하는 순간 스스로 일치감을 크게 느낀 순간은
〈착한 남자〉 때 생각이 가장 먼저 나요. 처음에는 그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어요. 엄청난 기회이고 이경희 작가님 작품이니까 꼭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는 두려워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내가 할 사이즈가 아닌데’ 하면서요. 작품을 만나기 2~3년 전부터 작가님과 알고 지냈는데, 문득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바보니? 뭘 모르고 너에게 대본을 줬겠니? 지금껏 너를 봐왔는데 정말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할 수 있어. 같이 찾아가보자.” 결국은 작가님 말씀이 맞았어요. 그만큼 푹 빠져서 연기했죠.
 
자신을 뜨겁게 몰아붙여야 했던 때도 있었나요? 송중기의 명장면은 수도 없이 많지만 본인에겐 어떤 작품이나 기회가 그렇게 와닿았을지
하나의 기회를 꼽기는 그래요. 항상 그랬어요. 지금 〈재벌집 막내아들〉도 마찬가지고요. 저돌적으로 하지 못할 거라면 배역을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안 하는 게 맞죠.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은 모두 마쳤어요. 지금은 차기작 〈화란〉을 촬영하고 있죠? ‘노 개런티’ 출연으로 화제가 됐는데
다들 그 대목에 왜 그렇게 집중할까요? 처음 기사를 누가 낸 건지….
 
집중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인가요
제가 어딘가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건 좋아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일은 선행이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의 일부인데 그런 기사가 풀리니 솔직히 민망하죠. 그런 내용에만 이목이 집중될까 봐. 어쨌든 작품이 좋아서 한 것이고, 저예산 영화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잘 찍고 개봉해서 작품으로 이야기하길 바라요. 지금 치열하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스티치 디테일의 롱 코트와 셔츠는 모두 Kimseoryong. 블랙 팬츠는 Boss. 신발은 Salvatore Ferragamo.

스티치 디테일의 롱 코트와 셔츠는 모두 Kimseoryong. 블랙 팬츠는 Boss. 신발은 Salvatore Ferragamo.

오늘 촬영현장에서 발견한 모습인데,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곧장 정확하게 짚어서 질문하더군요.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사람의 특징이죠
의뭉스러운 걸 싫어해요. 앞에서 좋다고 해놓고 뒤에서 별로였다고 하기보다 마주한 순간 서로 원하는 걸 잘 찾아나가고 싶어요. 이건 아닌데 싶은 순간에 서로 눈치 보느라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으론 가고 싶지 않거든요. 일할 때는 특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합리적으로 지적하고 컨트롤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해요. 저도 그렇게 되려고 하고요.
 
올해는 무엇을 좋아하고 덜 좋아하게 된 해였나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감정 중에서 유독 섬세하게 느낀 게 있다면
올해 저에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역시 반려견 ‘날라’죠.
 
큰 변화예요! 함께 살며 보살피는 존재가 생겼으니
더 부지런해졌어요.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산책시켜야 하니까. 그리고 날라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이웃 분들과 인사하고 지낼 기회가 많아졌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여유를 즐기게 됐고요. 같이 산책하러 나가면 날라에게 시선이 집중돼요. 날라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다가 한참 후에야 절 알아보죠.
 

베이지 터틀넥은 Tod’s. 울 트위드 투 턱 팬츠는 Auralee. 스웨이드 부츠는 Carmina by Unipair. 로브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지 터틀넥은 Tod’s. 울 트위드 투 턱 팬츠는 Auralee. 스웨이드 부츠는 Carmina by Unipair. 로브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란〉 촬영이 끝나면 좀 쉬나요
곧바로 다른 작품에 들어가요. 그 촬영이 제겐 일종의 여행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해외 로케이션 촬영 분량이 꽤 돼요.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도 오래됐네요.
 
개인적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에 갈래요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보고타〉를 콜롬비아에서 찍었어요. 남미에 처음 가봤는데, 그곳만의 흥이 정말 좋았어요.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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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패션 에디터 이하얀
    피쳐 에디터 이경진
    사진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권은정(이성민)/ 박태일(송중기)
    헤어 스타일리스트 임진옥(이성민)/오종오(송중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임진옥(이성민)/ 최수일(송중기)
    어시스턴트 김도아/성채은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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