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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달의 시작은 지난 토요일 오후.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주말 약속을 정하고, 카카오네비의 안내대로 차를 몰거나 카카오T로 잡은 택시에 올라 목적지에 도착한 후 카카오페이로 밥값을 결제하려던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부터 '카카오'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서비스들이 먹통이 됐기 때문입니다. 15일 오후 3시30분 경,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SK C&C 데이터센터 판교 캠퍼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벌어진 일입니다.
 
자체 데이터 센터를 미리 구축하고 주요 서비스 이원화를 마쳐 놓았던 네이버의 경우, 15일 중 서비스 장애 복구가 완료됐습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세우겠다고 했던 자체 데이터 센터의 완공을 내년에야 맞이하는 카카오는, 사고 사흘차에도 예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무려 3만2000대의 서버가 전부 다운됐으며 일부 물리적 훼손까지 있었다는 것이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의 설명이고요.
 
 
단순히 메신저는 라인으로, 카카오T는 우티로, 카카오맵은 T맵으로 갈아타고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각종 사이트 로그인 및 인증 과정을 카카오톡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탓이죠. 17일 오후 현재, 완전 정상화된 서비스는 13개 중 4개인데요.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웹툰, 지그재그 이외의 서비스는 아직도 '반 먹통'이란 소리입니다. 로그인이 안되니 탈퇴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군요.
 
그야말로 국민 생활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니 피해 보상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임이나 웹툰 등 이용자들이 과금을 하는 서비스도 있고, 카카오T처럼 개인 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도 있으니까요. 카카오톡 기능은 대부분 돌아왔지만, 한때 멀티프로필 설정 오류가 났다는 증언이 온라인 상에 돌기도 했어요. 멀티프로필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지정한 그룹 별로 각기 다르게 보이는 기능입니다. 즉, 사적인 프로필 사진은 친구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건데요. 이 멀티프로필 기능에 오류가 발생하며 불륜 카페가 뒤집어졌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다만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이미지 설정이 지연될 수는 있지만 해당 오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요.
 
 
일단 17일까지 카카오가 내놓은 일부 서비스 보상안은 이렇습니다. 멜론은 사과와 함께 현재 유료 이용자가 구매한 이용권 사용 기간을 3일 연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애플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인앱 결제로 구매했거나 제휴 이용권을 등록해 멜론 자체 결제일 변경이 어려운 경우엔 멜론 캐시 1500원을 주겠다네요.
 
카카오웹툰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동안 대여 중이던 웹툰 회차와 만료된 회차의 열람 기한을 72시간 연장하고, 해당 기간 만료된 캐시는 다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생업에 큰 영향을 미쳤을 카카오모빌리티는 보상안에 대해 추후 별도 안내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요. 다만 이번 피해 보상은 유료 서비스 구매자만 대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군요. 카카오는 서비스 완전 정상화 이후 이번 화재 사고가 발생한 건물 관리에 책임이 있는 SK C&C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례적으로 재난문자에까지 등장한 카카오 먹통 사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감독원, 국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입을 열었습니다. 이 사태로 드러난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 논란을 두고,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