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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을 찾지 못한 싱글들을 위해

달콤했던 그 키스, 아찔했던 그 밤. 지울 수 없는 여운을 남긴 책과 영화 속 핫 신.

프로필 by ELLE 2012.07.20


색, 계 - 최고의 베드신 혹은 심리 격투극
양조위가 벨트를 벗어 탕웨이의 손목을 결박하는 순간, 탕웨이도 SM플레이 취향도 아니건만 눈을 질끈 감았다. <색, 계>의 베드신은 단순히 가학적인 베드신이 아니라 두려움과 지배 그리고 주도권 싸움이 뒤엉킨 심리 격투극에 가깝다. 상대를 결박하거나 제압하는 체위를 고집하는 그를 통해 탕웨이는 침대에서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양조위의 두려움과 빈틈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아이러니하게도 둘 사이의 벽은 그러한 가학적인 섹스를 통해 깨지게 되니 말이다. 영화를 본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양조위의 짐승 같은 눈빛과 정사 후 홀로 남은 탕웨이의 알듯 모를 듯한 희미한 미소가 생각난다.
Tip 무턱대고 양조위식 제압 전희를 시도했다간 변태 소리 듣기 쉬우니 파트너의 의사를 파악할 것.

오만과 편견 - 모든 여자가 꿈꾸는 키스
영화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엔딩 키스에는 여자들이 이상적인 키스로 손꼽는 모든 요소가 농축되어 있다. 서로의 진심, 그간의 오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눈물, 이제라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데서 오는 안도와 환희, 기쁨까지 모두 담겨 있는 만큼 그 어떤 키스신보다도 달달하며 여운이 길다. 비록 이 키스신은 입술이 아니라 손등에 이뤄지는 수줍은 키스인 데다가 정작 제인 오스틴의 원작 소설에서는 등장하지도 않는 장면이지만.
Tip 감정이 끓어올라도 무작정 입술부터 부비지 않기. 이마나 손등에 하는 키스가 때론 프렌치키스보다 더 진한 여운과 설렘을 준다.

돈의 맛 - 침대가 아니라도 좋아
영화 속 짜릿한 정사신들은 대부분 침대가 아닌 장소에서 이뤄진다. <아메리칸 파이>에서의 당구대나, 삼류 비디오에서 봤던 헛간처럼 말이다. 그중 가장 많이 리바이벌 된 장소가 비행기 안 화장실이 아닐까. <돈의 맛>에서 주영작(김강우)과 윤나미(김효진)도 이곳에서 정사를 나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화장실을 보며 ‘저 좁은 곳에서 어떻게?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올 텐데 어떻게? 나오면 민망할 텐데 어떻게?’ 하는 질문이 동반됐다. 결론은, 비행기 밖으로 쫓겨날 일 없으니 해볼 만하다는 것.
Tip 이착륙 때는 안전을 위해 삼갈 것.

혀 - 먹는 행위의 에로틱함
“나는 그가 접시를 비울 때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부푸는 것까지. (중략)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마치 내가 그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나를 썰어 입에 넣고 씹어대는 것 같다.” 조경란은 음식에 관한 소설을 즐겨 쓴다. 그중 <혀>가 가장 섹시하다. 누군가의 앞에서 힘차게 음식을 먹는 것은 일차적 욕구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일차원 욕구인 성적 욕망마저 연상케 한다. 그래서 나는 여자를 위해 ‘요리하는 남자’의 달콤함보단 배고픔(혹은 마음의 허기)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씩씩하게 ‘씹어대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Tip 더럽게 먹으면 안 됩니다. 땀 흘리면 안 됩니다. 어렵죠?





바바렐라_무중력 스트립쇼
바람둥이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로제 바딤이 연출하고 전성기의 제인 폰다가 주연한 <바바렐라>는 아마 SF 영화 역사상 가장 멍청한 작품일 것이다. 백치 캐릭터인 바바렐라는 영화 내내 악당에게 잡혀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며 고문만 당한다. 그게 나쁘냐고? 그럴 리가. 오프닝 장면에서 제인 폰다는 무중력 공간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주복을 벗고 알몸이 된다. 이 무중력 스트립쇼 장면은 1960년대적이고 프랑스적인 섹시함으로 진동한다. DVD를 못 구하겠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에서 감상하시길.
 Tip 실생활에서 응용하는 건 우주비행사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남자친구를 위해 수영장에 뛰어들어 재연하는 건 가능할지 모른다. 콧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공기방울이 당신의 노력을 코미디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_전쟁 같은 사랑
임재범이 ‘전쟁 같은 사랑’이라고 포효하는 순간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거칠게 고개를 끄덕거렸을 게다. 맞다. 진짜 사랑은 뽀송뽀송한 로맨틱 코미디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사랑은 전쟁’이라는 문장을 가장 섹시하고 직접적으로 스크린에 쏟아낸 영화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를 하나로 묶어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있다. 서로가 경쟁 집단의 킬러라는 사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총과 칼과 냄비를 모조리 동원해 상대방을 죽이려 애쓰다가 결국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고야 만다. 영화 역사상 이토록 폭력적으로 섹시한 전희는 없었다.
Tip 오랜 연애에 다소 질린 상태라면? 졸리처럼 하얀 셔츠 한 장만 걸친 채 집 안 식기를 집어 던지며 포효해보라. 놀란 그가 떠나거나 숨겨진 당신의 졸리적 야성에 반하거나.

스파이더 맨_중력의 법칙을 위반한 키스
키스는 입술과 혀의 한정된 활용법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랑의 기술이다. 하지만 <스파이더 맨>은 전 세계 연인들에게 진정으로 독창적인 키스법을 제시했다. 스파이더 맨이 메리 제인을 처음으로 위기에서 구출하는 순간, 메리 제인은 빗속에서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 맨의 가면을 살짝 벗겨 감사의 키스를 전한다. 중력의 법칙을 가장 섹시하게 위반한 키스 장면이라 할 만하다.
Tip 활용법은 간단하다. 남자친구를 거꾸로 매단다. 위에서 물을 부으면서 키스를 한다. 말 안 듣는 남자친구 고문법으로도 아주 근사하다.

양들의 침묵_사이코패스의 터치
공포영화에도 야한 장면이 있다. 한니발 헥터라는 영화 역사상 가장 지적인 사이코 패스가 나오는 <양들의 침묵>의 그 유명한 장면. 철장을 사이에 두고 신참 수사관 조디 포스터와 앤서니 홉킨스의 손가락이 스치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갔다. 키스도 아니고 팔짱을 낀 것도 아니고 그저 손가락이 스쳤을 뿐인데 팔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식인을 즐기는 위험한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에게 빠져 들어가는 풋내기 FBI 형사는 어쩌면 심리상담사에게 빠져드는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앤서니 홉킨스 할아버지는 이후에도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장면만큼 에로틱한 순간을 보여준 적이 없다. Tip 순간의 터치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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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아름
  • WEB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