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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 최고의 베드신 혹은 심리 격투극 양조위가 벨트를 벗어 탕웨이의 손목을 결박하는 순간, 탕웨이도 SM플레이 취향도 아니건만 눈을 질끈 감았다. <색, 계>의 베드신은 단순히 가학적인 베드신이 아니라 두려움과 지배 그리고 주도권 싸움이 뒤엉킨 심리 격투극에 가깝다. 상대를 결박하거나 제압하는 체위를 고집하는 그를 통해 탕웨이는 침대에서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양조위의 두려움과 빈틈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아이러니하게도 둘 사이의 벽은 그러한 가학적인 섹스를 통해 깨지게 되니 말이다. 영화를 본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양조위의 짐승 같은 눈빛과 정사 후 홀로 남은 탕웨이의 알듯 모를 듯한 희미한 미소가 생각난다. Tip 무턱대고 양조위식 제압 전희를 시도했다간 변태 소리 듣기 쉬우니 파트너의 의사를 파악할 것.
오만과 편견 - 모든 여자가 꿈꾸는 키스 영화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엔딩 키스에는 여자들이 이상적인 키스로 손꼽는 모든 요소가 농축되어 있다. 서로의 진심, 그간의 오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눈물, 이제라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데서 오는 안도와 환희, 기쁨까지 모두 담겨 있는 만큼 그 어떤 키스신보다도 달달하며 여운이 길다. 비록 이 키스신은 입술이 아니라 손등에 이뤄지는 수줍은 키스인 데다가 정작 제인 오스틴의 원작 소설에서는 등장하지도 않는 장면이지만. Tip 감정이 끓어올라도 무작정 입술부터 부비지 않기. 이마나 손등에 하는 키스가 때론 프렌치키스보다 더 진한 여운과 설렘을 준다.
돈의 맛 - 침대가 아니라도 좋아 영화 속 짜릿한 정사신들은 대부분 침대가 아닌 장소에서 이뤄진다. <아메리칸 파이>에서의 당구대나, 삼류 비디오에서 봤던 헛간처럼 말이다. 그중 가장 많이 리바이벌 된 장소가 비행기 안 화장실이 아닐까. <돈의 맛>에서 주영작(김강우)과 윤나미(김효진)도 이곳에서 정사를 나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화장실을 보며 ‘저 좁은 곳에서 어떻게?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올 텐데 어떻게? 나오면 민망할 텐데 어떻게?’ 하는 질문이 동반됐다. 결론은, 비행기 밖으로 쫓겨날 일 없으니 해볼 만하다는 것. Tip 이착륙 때는 안전을 위해 삼갈 것.
혀 - 먹는 행위의 에로틱함 “나는 그가 접시를 비울 때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부푸는 것까지. (중략)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마치 내가 그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나를 썰어 입에 넣고 씹어대는 것 같다.” 조경란은 음식에 관한 소설을 즐겨 쓴다. 그중 <혀>가 가장 섹시하다. 누군가의 앞에서 힘차게 음식을 먹는 것은 일차적 욕구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일차원 욕구인 성적 욕망마저 연상케 한다. 그래서 나는 여자를 위해 ‘요리하는 남자’의 달콤함보단 배고픔(혹은 마음의 허기)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씩씩하게 ‘씹어대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Tip 더럽게 먹으면 안 됩니다. 땀 흘리면 안 됩니다. 어렵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