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잊히지 않는 게 수평선이지 않나. 내 음악이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확실한 선을 두고 그 존재감을 자리 잡고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탱크 탑 드레스는 Songe Creux. 링과 브레이슬렛은 모두 Swarovski By Karla Otto. 이어링은 Vasey.
백현의 'Bambi'와 에스파의 'YEPPI YEPPI' 등의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본인의 음악 활동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SAAY. 스눕독 외에도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며 글로벌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중. 이번에는 여름에 대한 기대와 이별의 아픔을 그린 ‘Summer In Love(feat. Colde)’로 돌아왔다. SAAY는(@saayworld) 강렬한 인스타그램의 피드와는 달리 동네 언니 같은 모습을 내비치며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SAAY는 촬영 중 호쾌하게 웃기도 하며 스튜디오에 감돌던 긴장된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만들기도. 음악에 관한 질문에는 진지한 태도로 답변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열심히 설명하던 그는 저 멀리 비상할 준비를 완료했다. 올해 1월쯤 정규 2집 마무리를 완료했다. 믹스 마스터링만 남은 상태이고, 1년 반 치를 다 끝내놓았다. 나의 작업을 하면서 타 아티스트의 곡 작업도 하고 있다.
6/16 발매한 ‘Summer In Love(Feat. Colde)’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전에 발매했던 곡인 ‘PLAYER’에 이어 조금 부드러운 무드의 R&B로 돌아왔다. 어떤 음악인지
20대 초반에 겪은 정신 없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이별의 시기가 여름이었다. 이별을 겪어서 그런지 그 나잇대에 겪었던 여름이 뜨거웠던 게 아니라 시리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Summer In Love’는 그때의 감정을 담아 시린 이별이었지만 여름 안의 사랑이었음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소망도 있고, 이별 과정을 통해 다음 사랑을 기대하게 되는 희망 고문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후렴에 나오는 ‘이번 여름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고, 이번 여름은 감사하게 느껴질 거다’라는 영어 가사가 이 때문이다. 사실 2년 전, 〈DON’T KNOW〉라는 싱글 활동이 끝나고 이 곡을 발매하려고 했었다. 그때에는 아직 무대에서 부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지금까지 미뤄두었는데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번 신곡은 콜드와 함께 피처링했다.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었을까
5년 전에 딘의 크루 ‘클럽 에스키모’가 월드투어를 할 때 게스트로 참여했었다. 콜드가 듀오 ‘오프온오프’로 활동하던 때였는데 그때 함께 곡을 작업하자고 종종 말해왔다. 이후로 서로 바빠져서 미루다가 올해 상반기에 곡을 들고 콜드의 레이블, ‘웨이비’ 사무실에 찾아가 근황도 물으며 어떤 음악적 비전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하게 되었다.
블랙 재킷은 Alexander Mcqueen By Yoox.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Lacage. 링과 네크리스는 모두 Vokchoi. 이어링은 Vasey.
목소리가 마음에 들고, 곡과 전체적으로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서 일단 만난다. 얼굴을 맞대고 곡에 대한 설명과 나의 비전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편이다. 이 사람이 음악적으로 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등의 포인트를 정리하고 나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한 뒤에 진행한다. 과정이 몇 달이 걸리든, 일주일이 걸리든. 중요한 건 곡을 잘 만드는 거니까.
육체는 사라지지만, 작업은 평생 남지 않나. 오직 내 음악이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눕독과 작업을 하기도 했다. 국내 아티스트와 해외 아티스트와의 작업 시 차별점을 두는 게 있다면
따로 차별점을 두지는 않는다. 보통은 음악적 비전부터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이야기하는데 스눕독과의 피처링은 영광이었기에 바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다른 중요한 일을 제쳐 두고서는 바로 곡을 작업해서 보냈다. 한 번에 오케이 해줬고, 3스텝 정도로 진행이 됐다. 해외 아티스트와 같이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차이점이라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것. 이번에도 음악적으로 존경하는 분들과 작업했는데 최선을 다해 왓츠앱 메신저로 대화를 했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게 어쩔 수 없었다.
바다와 숲이 모두 나오는 자연 속의 ‘Summer In Love’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해외처럼 보이지만 사실 강원도 양양이다. 드론 촬영을 처음 해봤다. 촬영팀과 드론의 거리가 굉장히 멀었는데 소통이 되는 게 신기해서 기억에 남는다. 숲에서는 스모그와 함께 연출돼서 신비한 느낌이 났다. 숲 장면이 들어가면서 같은 시간에 다른 위치에 있는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제일 힘들어서 기억에 남는 건 5월의 봄볕을 무시했다가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들이 모두 다 타서 일주일 내내 알로에를 바르는 고생을 했다.
‘Summer In Love’ 곡을 배경으로 영상을 찍어 해시태그와 업로드하는 틱톡 챌린지도 함께 진행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참여자는
짧은 영상이지만 엄마와 아기가 손을 잡고 꽃밭을 걸어가는 영상이 있었다. 나와 엄마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아련했다.
좋아하지만 요즘처럼 습한 여름은 별로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산책할 때 너무 힘들어한다.
첫째 푸들 레아와 둘째 비숑 레옹이. 푸들은 가끔 너무 똑똑해서 소름이 끼친다. 레아가 최근 낭종이 생겨서 한약을 먹이는 중인데 목이 마를 때만 먹어서 산책을 할 때 물을 잘 안 주고 있다.
팝, 소울, 댄스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왔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음악적 색깔이 잘 맞았던 곡을 꼽아본다면
애초에 나와 음악적 색깔이 맞지 않는 곡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SAAY로 데뷔한 지는 4~5년 차지만, 음악 업계에 발을 들인 지는 15년 차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곡을 썼고, 나의 퍼포먼스를 짜는 인생의 반을 보냈기에 시행착오를 SAAY가 되기 전에 이미 다 겪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부터 댄서 활동을 했다고. 앞으로도 SAAY의 댄스 퍼포먼스를 기대해도 좋을지
당연하다. 정규 2집 타이틀 곡에 있을 예정이다. 춤을 오래 춰왔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춤을 놓을 수는 없다. ‘칼군무’같은 퍼포먼스가 아니더라도 항상 내 무대에는 춤사위나 제스쳐가 녹아들어 있다.
타이틀 곡은 댄서들이 좋아할 만한 곡으로 썼고, 그 외의 곡들도 다 밸런스가 맞춰져 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내 모습이 비춰지는 것도 있고, 퍼포먼서로비춰질 수 있는 곡도 있고. 1집 때의 장단점들을 보완해 다양한 시도를 했기에 조금 더 완성도 있을 거다.
‘수평선 같은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해왔다.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일까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선이 수평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이판의 ‘마나가하 섬’이라는 섬 안의 섬에서 일주일 정도 혼자 있었다. 과거사와 미래의 고민을 비우려고. 수평선이 제일 잘 보이는 숙소에 자리 잡아온종일 ‘멍’하게 앉아있으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세상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잊히지 않는 게 수평선이지 않나. 내 음악이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확실한 선을 두고 그 존재감을 자리 잡고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백현의 ‘Bambi’와 에스파의 ‘YEPPI YEPPI’ 같은 아이돌의 곡도 프로듀싱을 맡았었다. 본인 곡을 작곡할 때와 다른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을 맡을 때 다른 점이 있는가
사실 내 작업을 할 때는 대중성을 신경 안 쓴다. 내 작업을 할 때는 작업실에 나를 가둬 놓고 36시간은 기본이고, 오래 하면 72시간 정도 안 자고 계속 깊게 집중한다. 그렇게 해야 만족할 만한 곡이 나온다.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을 할 때는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앨범을 발매하고 쉬는 타이밍인데 내 건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을 때 한다. 음악에 욕심이 있는 아티스트와 주로 작업한다. 특히 대중들에게 익숙한 아티스트들은 에너지가 다르다. 실력을 떠나 마음가짐과 연습생 때부터 갖춰왔던 직업에 대한 프로페셔널함 같은 것들을 많이 배운다. 백현 같은 경우에는 여자가 내도 힘든 고음을 원테이크로 부르더라. 그런 걸 보면서 방전돼 있던 에너지를 다시 채워 순환하기에 프로듀싱과 작곡, 작사의 역할을 하는 게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더라.
마이클 잭슨을 존경한다고. 여전히 그를 좋아하는지 혹은 이후 세대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이 새로 생겼는지
사실 마이클 잭슨만큼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프린스다. 직접 악기를 다 하기도 했고, 대단히 많은 아티스트를 발굴한 사람이지 않나. 그래도 마이클 잭슨은 본인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라 아직 나는 퍼포먼서로서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외에도 음악적 취향은 옛날의 아이슬리 브라더스나 Earth, Wind & Fire를 좋아하는 편.
음악가 집안의 영향이 지금의 SAAY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그게99%, 나의 노력이 1%. 어머니가 국악 전공이어서 부산에서 국악 학원을 크게 하셨다. 꽹과리를 치면서 사물놀이단도 이끄셨고, 한국무용과 장구처럼 국악에 관련된 모든 걸 하셨다. 아버지도 회사에 다니면서 항상 통기타를 들고 개인 작업을 하셨고, 친할아버지가 그 당시의 전국 경연대회에서 유일한 1등을 하셨다. 작곡가 남인수의 유일한 수제자이기도 하셨다. 앨범을 딱 한장 내셨는데, 아버지가 그 LP를 수소문해서 찾고 있다. 언니랑 같은 중학교에서 같은 댄스동아리에서 같이 춤을 췄고, 오빠도 고등학교 때 LA에 유학을 가면서 메탈 록밴드 생활을 오래 했다.
탱크 탑 드레스는 Songe Creux. 링과 브레이슬렛은 모두 Swarovski By Karla Otto. 이어링은 Vasey. 힐은 Sergio Rossi.
부모님이 음악 활동을 안 말리시고 ‘네 하고 싶은 거 해’라고 지지해주는 편이었다. 댄스 동아리 오디션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운전해서 데려다줄 정도로. 사실 금전적인 지원은 안 받았다. 댄스 학원에 다녀본 적은 한 번도 없고 다 독학으로 배웠기에. 보컬 학원에 다닐 때 초반에만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았었고 나머지는 댄스 강사와 보컬 강사 아르바이트를 해서 난 수입으로 학원비를 지불했다. 그때에는 춤과 음악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수입이 안 되더라도 YMCA 청소년센터나 보육원처럼 배움이 간절한 친구들에게 재능기부를 한 적도 있다.
커스텀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옷 수선이나 제작도 다 해서 직원들과 함께 미싱을 돌리는 게 취미이다. 그리고 강아지들이 미용실에 가서 낯선 사람의 손길을 받는 걸 무서워하길래 직접 미용을 배웠다.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고, 번지피지오도 준비하고 있다. 짧게 만든 번지점프 장비를 달아서 한 시간 내내 뛰는 운동이다. 체력을 비축 중이다. 올해에 무대를 언제 다시 할지 모르니까.
가수와 프로듀서로서의 밸런스는 이제 조절이 된다. 시도해보고 싶은 건 안 가본 곳으로의 여행. 자연경관을 보는 걸 좋아해서 노르웨이 여행이나 히말라야 산맥 베이스 캠프까지라도 가보고 싶다. 서울에 있는 산은 거의 다 등반해서 올해 겨울에는 한라산에 도전하려고 한다.
종현 - 하루의 끝 백현 - Bambi DEEZ - Makin L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