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수컷들의 전성시대가 온다!

어느덧 2월입니다. 여전히 강추위가 계속 됩니다. 몸도 마음도 움추려듭니다. 잃어버린 생체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할 시기입니다. 무조건 잠이 약은 아닙니다. 너무 추워서 산책이 부담스럽다면 이번 주말엔 가까운 극장으로 걸어가서 영화를 보면 어떨까요? 알짜 정보 없이 전단지나 뒤지는 당신을 위해 엘르가 좀 나섰습니다. 고양이 에디터의 입맛에 따라 발바닥 평점도 제공합니다. 완성도, 쾌감도 모두 '발바닥 3개'가 만점입니다. 재미로 한번 체크해 주세요!

프로필 by ELLE 2012.02.02

 

 

고양이 세수: 해고될 위기에 처한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팔기 위해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최익현은 임기응변과 끈적거리는 친화력으로 형배의 신뢰를 얻는다.

고양이 기지개:
<비스티 보이즈>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영화. 여전히 자신의 페르소나로 하정우를 내세우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던 시기에 체포된 최익현이 조직의 의리를 배반하고 최형배를 팔아넘기는 이야기다. 이 의리 없는 전쟁은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을 연상시킨다. 스토리나 영화적 디테일보다는 캐릭터에 힘을 준 영화다. 최고가 되고 싶었지만 '반달'로 살 수밖에 없었던 최익현의 어두운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최민식과 하정우의 한판 승부를 기대했다면 약간 김이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연기 대결은 치열하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올드보이>의 오대수와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 사이에 있는 최민식. 그는 여전히 지독한 배우다. 능수능란함의 대가!

고양이 세수: 더그(제임스 갠돌피니)와 로이스(멜리사 레오) 부부에겐 문제가 있다. 8년 전 딸의 죽음으로 인해 로이스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더그는 아내와 소통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더그가 출장을 떠난다.

고양이 기지개: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더그가 어린 스트립 걸(크리스틴 스튜어트)과 만나 교감을 나눈다는 설정은 다분히 아톰 에고이안의 영화세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웰컴 투 마이 하트>는 에고이안 식의 멜랑콜리와는 꽤 거리가 있다. 선댄스 영화제에 어울리는 착한(?) 영화다. 나이, 신분, 성별이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위안을 준다. 어설픈 대안이나 희망을 약속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오히려 가치를 엿볼 수 있다. 멜리사 레오는 참 좋은 배우다. <파이터>의 엄마 앨리스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소프라노스>를 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저, 뚱땡이 아저씨는 누구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푸근함에 빠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고양이 세수:  춤은 자신 있던 멈블과 달리 아들 에릭은 춤도 추질 못한다. 잘하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비관하던 에릭은 친구들과 가출을 한다. 다행히 하늘을 나는 펭귄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에릭을 아빠 멈블이 찾아낸다.

고양이 기지개: 트레일러만 보면 <앨빈과 슈퍼밴드>처럼 춤추고 노래하기 때문에, 어딘가 아류작처럼 보인다. 하지만 MTV식의 춤과 노래는 오프닝일 뿐이다. 전편의 기본 구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역시 인간들(펭귄들은 '에이리언'이라고 칭함)이 나오긴 하지만, 이번에는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위기에 처한 펭귄들을 구하는 것은 바다 코끼리들의 춤이다. 펭귄만으로는 웃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조연 캐릭터로 새우를 등장시킨다. 윌 크릴과 빌 크릴! 브래드 피트와 맷 데이먼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이렇게 완벽하고 놀라운 조연이 또 있나!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좌절한 아빠 멈블을 위해 아들 에릭이 오페라의 한 구절을 부른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파리넬리 펭귄?

고양이 세수:  옥스포드를 졸업한 하워드 막스(리스 이판)는 마약상이 된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 100톤이 넘는 마약을 영국과 미국에 밀매하면서 마약계의 대부가 된다.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진다.

고양이 기지개:
 
'미스터 나이스'라고 불리는 막스는 미국 마약 단속반에 체포되어 25년형을 선고받지만, 7년의 수감 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의 자서전 <미스터 나이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다시 인기를 모았다. 그는 라이브 쇼에서 마약 합법화에 대해 토론하면서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상에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캐츠 미 이프 유 캔>의 천재적인 사기꾼 프랭크처럼 막스도 입심 하나로 먹고 산다. 영화는 <코미디의 왕>을 마약왕 버전으로 바꾼 것 같다. 영상은 다분히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카롤로스>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2시간 동안, 마리화나와 마약의 향연을 약속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히피가 된 기분. 나도 모르게 "나이스!"라고 외칠지도 모른다.

고양이 세수: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버린 매니저 춘섭(박용우). 시민권이 필요한 그는 동생들과 뿔뿔이 헤어지지 않기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준(고아라)과 생존을 위해 가족으로 뭉친다.

고양이 기지개: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육남매와 양아치 매니저가 가족으로 뭉쳤다. 이 전제만 봐도 답이 나온다. 또 웃고 울리는 가족영화다. 제목도 너무 뻔뻔하다. <파파>라니! 컨셉트와 타깃 층을 확실히 정했다. <헬로우 고스트>나 <과속스캔들>에 만족한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소구할 가능성이 있다. 영화 스토리만 놓고 보면 설날 영화지만, 경쟁작들을 살짝 피했다. 그 결과는 봐야 알겠지만,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포장지는 박용우의 고생기처럼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고아라의 원맨쇼다. <원더풀 라디오>의 이민정에 도전장을 내민 신세대 로코퀸의 탄생!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페이스 메이커>의 미녀새는 연습이었다. 춤과 노래에 연기까지 가능한 스타가 드디어 SM에서 나왔다! 고아라의 시대다.


Credit

  • WORDS 전종혁 기자
  • PHOTO 네이버영화
  • ELLE 웹디자이너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