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열정적이던 여성 영화인 강수연 별세, 한국 영화계에 남긴 묵직한 족적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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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열정적이던 여성 영화인 강수연 별세, 한국 영화계에 남긴 묵직한 족적

늘 크고 작은 국내 영화제의 선봉에 섰던 강수연.

라효진 BY 라효진 2022.05.09
배우 강수연이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5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7일 숨을 거뒀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비보에 슬픔에 잠긴 건 영화계 뿐만이 아닙니다. 4살에 아역으로 데뷔한 후 40년이 넘는 시간 고인의 연기에 울고 웃었던 많은 이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강수연은 충무로가 배출한 첫 월드 스타였습니다. 그가 영화 〈씨받이〉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건 한국 영화사에 남을 '사건'이었죠. 이후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는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습니다. 풋풋한 청춘물부터 선 굵은 사극까지, 작품성과 대중성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독보적 위상을 뽐내 왔죠.
 
 
특히 강수연이 한국 영화계에서 갖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합니다. 지금보다 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영화판에서 항상 '총대를 메고', 선봉장 역할을 한 건 고인이었습니다. 제1회 때부터 현재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개근을 한 것은 물론 심사위원부터 집행위원장까지 안 맡은 보직이 없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 속 "우리(영화인)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명대사는 사실 강수연이 영화인들의 사적 모임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씨받이〉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을 비롯한 영화계 거목들과 후배들이 고인의 죽음을 유독 안타까워하고 있는 건 영화를 향한 진심과 그 곧은 성품 때문일 거예요. 안타까운 비보에 생전 강수연의 미담들을 풀어 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영화 〈주리〉 이후로 9년 동안 작품 활동 대신 영화계 행정에 솔선수범했던 강수연. 다행히도 연기를 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공개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에 주연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 중인 상황인데, 고인은 불과 3주 전까지도 후시 녹음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해요. 영화는 기후변화 탓에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인류가 만든 피난처에서 내전이 일어난 22세기를 배경으로 하며, 강수연은 뇌 복제와 AI(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의 팀장 역을 맡아 열연했어요.
 
일흔이 돼도 사랑 받는 '할머니 배우'가 되고 싶다던 고인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강수연의 모든 순간들은 이미, 또 앞으로도 대중의 사랑 속에 기억될 거예요. 고인의 장례는 나흘 동안 영화인장으로 치러집니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며,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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