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메뉴와 재치 있는 브랜딩이 기획자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8년 전 ‘새롭고 놀라운 것’을 만들겠다는 젠틀몬스터의 비전에 탑승한 후 프로젝트 팀에서 송민호와의 협업 전시 〈버닝 플래닛〉과 젠틀 펜디 컬렉션 등 굵직한 기획을 매만진 하예진. 무모한 도전과 판타지를 긍정하는 그의 시선은 어느 날 디저트에 가 닿았다. 3년 전, 젠틀몬스터가 디저트를 통해 새로운 판타지를 구현하는 브랜드 누데이크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요식업 경험이 없음에도 94만 명의 팔로어를 만족시킨 디저트 브랜드를 탄생시킨 비결은 찰나의 상상을 구체화하는 그의 남다른 추진력. 콘텐츠에 대한 폭넓은 디깅이 소중한 연료가 됐다. “끊임없이 보고, 듣고, 소비해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까지도요.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분류하며 취향을 다듬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생기죠.” 더욱 정교한 미감을 좇는 것이 그의 일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여유와 여백을 추구한다는 하예진. 살아온 시간과 환경, 취향이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우아한 여성으로 나이 드는 것이 그의 가장 꾸준한 소망이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리빙 룸 송즈〉 시적인 순간과 충만한 여유를 선사하는 아이슬란드 뮤지션 올라퍼 아르날즈의 앨범. 하루 한 곡씩 일주일 동안 녹음한 일곱 개의 곡이 담겼다. 하나의 예술 같은 녹음 과정이 담긴 유튜브 영상도 꼭 찾아보길.

하코 루어 플로어 램프 네덜란드 조명 회사 하코 루어에서 디자인한 70년대 빈티지 제품. 오랫동안 디깅하다가 국내 빈티지 가구 사이트에서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구입해 침대 옆에 모셔뒀다.

야시카 T4 개인 작업 과정에서 탄생하는 작업물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구매한 필름 카메라. 야시카만의 색감과 까끌까끌한 질감이 좋다. 라이언 맥긴리와 테리 리처드슨 등 유명 사진작가들의 카메라로 알려지며 나날이 몸값 상승 중.

라일라 고하 아름다운 푸드 스타일링과 퍼포먼스로 버버리, 꼼 데 가르송, 시몬 로샤 등 패션 브랜드의 뜨거운 러브 콜을 받고 있는 뉴욕 기반의 아티스트. 식재료에 대한 그의 신선하고 스타일리시한 접근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환기미술관 김환기의 아내이자 미술평론가였던 고 김향안 여사가 건립하고,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환기미술관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담백하고 우아한 멋이 깃든 공간에 걸린 김환기의 정제된 추상화를 보고 있으면 명랑한 예술혼이 밀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