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가 가진 '부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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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가 가진 '부심'?

이광수는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

이경진 BY 이경진 2022.04.30
 
어린 시절에는 건축가가 장래 희망이었다면서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대회 나가서 상도 받고 만화책도 직접 만들고. 선생님들이 미대 진학을 추천했는데, 아버지가 가구 사업을 했거든요. 내가 집 짓고 아버지는 가구를 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막연한 꿈이었어요.
 
건축주로 멋진 집을 지어 못다한 꿈을 이뤄보면 어떨까요
이젠 아파트가 좋아요. 시간이 흘러 사람이 이렇게 변했습니다(웃음). 
 
절개선 디테일 트랙 팬츠는 Julius by Galleria g.street 494 homme.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절개선 디테일 트랙 팬츠는 Julius by Galleria g.street 494 homme.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로는 〈라이브〉 이후 4년 만에 〈살인자의 쇼핑목록〉으로 돌아옵니다. 평범한 동네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안대성’ 역을 맡았어요. 어떤 작품이든 마음에 와닿고 도전해 보고 싶으면 일단 뛰어든다죠. 이번에는 어땠나요
극본이 신선했어요. 비현실적이고 만화 같은 캐릭터에게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냥 척 보면 만화 같아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현실인 거예요. 살면서 몇 번쯤 주변에서 봤을 법한 캐릭터로 느껴져요.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왠지 잘해낼 수 있겠다 싶었고요.
 
대성은 자신의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타고난 관찰력과 기억력으로 추리해요. 이광수는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요
사람 얼굴은 잘 기억하는 편이에요. 관찰력이 뛰어나기보다 주변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린 스티치 포인트 데님 셋업과 슈즈는 Bottega Veneta. 이너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린 스티치 포인트 데님 셋업과 슈즈는 Bottega Veneta. 이너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2〉에서도 그런 면이 보였어요. 은근하고 섬세한 접객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안대성이라는 사람에게 더욱 공감하며 연기했어요. 마트에서 일하는 대성이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마음을 표현하는데,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요즘 우리는 윗집과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잘 모르잖아요.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까치’ 역을 맡았을 땐 플레잉 카드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치열하게 연습했어요. 안대성을 연기하며 갈고닦아야 했던 것은
대성은 친근함과 익숙함이 매력인 캐릭터예요.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마트에서 일하는 ‘캐셔’로서 능숙하게 보이고 싶었죠. 계산하는 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대사를 소화하는 일이 반드시 자연스러워야 했어요. 그래서 한번은 집 앞 편의점에 찾아가기도 했어요. 사장님께 며칠만 일해볼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아요”라며 한사코 거절해서 결국 못 했지만요. 제가 사장님이어도 안 시켰을 것 같아요(웃음).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코믹 수사물이죠.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 이어 코미디가 섞인 작품이에요. 이광수의 코미디 연기는 〈지붕 뚫고 하이킥〉 때부터 오랜 시간 연마돼 왔죠. 이젠 코미디 작품이 편안한가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웃음) 항상 코미디 작품은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앞으로 또 어떤 코미디를 만나든,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유쾌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베이지 코트와 니트,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선글라스는 Ray-ban by Luxottica.

베이지 코트와 니트,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선글라스는 Ray-ban by Luxottica.

2019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시작으로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수상자가 된 이후 자연스럽게 달라진 마음이 있었을지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고 상을 받으면서 주변에서 함께 기뻐해주고, 크게 축하받는 행복감을 느껴봤어요. 그 행복감이 충만했기에 또 열심히 해서 노미네이트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담담한 소회네요
수상 자체는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상 욕심이 있는 편은 아니에요. 꼭 받고 싶다는 마음이 없어요. 아직까지는 모르겠어요. 앞으로 좀 더 받아보면 그런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지(웃음)….
 
이제껏 만난 배역 중에는 〈라이브〉의 ‘염상수’에게 가장 애착이 간다죠. 염상수가 여기저기 들이받으며 살아가며 성장하는 것에 반해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적 있어요. 그와 달리 이광수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왔나요
성장했는지 모르겠지만 변한 건 하나 있어요. 저는 원래 걱정이 많아요. 생각도 많고요. 인터뷰할 때도 진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어요. 길게 말하면 실수할까 봐 짧게 답했죠. 이런 부분 때문에 실망하는 분도 많았어요. 한없이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요즘은 자신에게 뭔가 허용하는 폭이 조금 넓어지고 편해졌어요. 결국 시간이 만들어준 거죠.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연기한 ‘막이’는 바다에서 나고 자랐다는 ‘부심’으로 해적선의 가장 높은 자리를 탐냈어요. 야망가죠. 이광수가 가진 ‘부심’이 있다면
열심히 하는 거예요. 지금껏 잘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열심히 했어요. 자신에게 열심히 했냐고 물었을 때 떳떳하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가장 성취감이 커요. 전 정말 그거면 되거든요. 인사 잘하고, 시간 약속 잘 지키고…. 어릴 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온 것들 역시 제 나름의 자부심이에요.
 
트랙 팬츠는 Julius by Galleria g.street 494 homme.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랙 팬츠는 Julius by Galleria g.street 494 homme.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렇다면 이광수의 야망은 뭔가요
없어요. 사실 야망이 없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냥 하루하루가 전부여도 되지 않을까요. 매일 열심히 살고 있고 스스로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열심히 살다가 아주 먼 훗날 돌아보면 내가 좀 성장해 있겠죠.
 
제작진이나 동료들에게서 성실하다는 평을 꾸준히 받아왔더군요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고 생각해서요. 〈런닝맨〉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떤 상황이나 미션이 주어지면 일단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보면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예능 〈바퀴 달린 집〉에 출연했을 땐 ‘예능 강박증’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어요. 정말 ‘예능 강박증'이 있다고 느끼나요
정말 그런 건가 한번 생각해 봤거든요. 예능 프로그램을 〈런닝맨〉으로 시작해 11년 동안 그런 포맷에 맞춰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오래 지내다 보니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 그렇게 구축된 것 같아요. 그런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그래야 저도 재미를 느껴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제 방식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저란 사람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문득 이광수가 홀로 출연하는 일상 관찰 예능이 궁금해지네요
관찰 예능은 못 할 것 같아요(웃음). 카메라가 있는데 없는 것처럼,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고 모닥불 피우고 불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잘 안 돼요.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카메라가 있으면 뭔가 해야 돼요.
 
코트와 재킷, 팬츠는 모두 John Varvatos.

코트와 재킷, 팬츠는 모두 John Varvatos.

유튜브에 이광수를 검색하면 ‘매너 광수’ 모음 영상이 나오는 거 알고 있나요? 조회 수가 288만 회에 달합니다
매너 모음 영상은 저도 봤는데(웃음), 매너라기보다… 눈치가 빠른 편인 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죠. 워낙 사람을 좋아해요. 인복도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과 지내는 걸 좋아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못 견뎌요. 물론 코로나 시대라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전보다 나아졌지만요.
 
이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나요
오래 하면 좋겠지만 꼭 오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하는 게 좋고 행복한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래 한다 해도 언젠가 ‘땔감'이 떨어질까 두렵진 않을 것 같아요. 〈런닝맨〉을 통해 이광수 ‘본체'가 가진 본연의 것으로 사랑받았으니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고 하루에 충실하면 설사 나중에 땔감이 떨어진 느낌이라 해도 나를 더 아낄 걸 그랬다는 생각이나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이광수의 청춘은 통째로 〈런닝맨〉이었어요. 〈런닝맨〉에서 청춘을 보내며 얻은 것은
내가 지금 어떻든,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이고… 또 사람들을 얻었죠. 일을 시작하던 시기에 만난 사람들이라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물론 그때도 성인이었고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거든요. 좋은 선배들이 옆에 있어서 갖춰야 할 태도나 개념을 배울 수 있었죠. 그때 ‘기본’이 많이 잡힌 것 같아요.
 
블랙 수트는 Circusfalse. 베이지 셔츠는 Recto.

블랙 수트는 Circusfalse. 베이지 셔츠는 Recto.

‘열심히 하면 결국 잘하게 된다’는 걸 굳게 믿게 해준 존재가 있나요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을 증명한 사람들이에요. 제가 열심히 사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들 옆에 있으면 저 역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지죠.
 
열심히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건 없는지
먹는 건 참 대충 먹어요.
 
조금 전 점심 식사로 도넛을 먹겠다고 했죠
식사를 챙겨주시겠다는데, 다 좋다고 말하면 오히려 고민하실 것 같아 그랬어요. 도넛 좋아해요(웃음). 그런데 자주 먹진 않아요. 이런 날 먹으면 나한테 상을 주는 것 같거든요. 오늘은 그래도 되는 날이다 하는 거죠.
 
브이넥 카디건과 아이보리 패턴 셔츠는 Sefr by Beaker. 데님 팬츠는 Circusfalse. 브라운 로퍼는 Salvatore Ferragamo.

브이넥 카디건과 아이보리 패턴 셔츠는 Sefr by Beaker. 데님 팬츠는 Circusfalse. 브라운 로퍼는 Salvatore Ferragamo.

열심히 산 하루의 끝에는 무얼 하나요? 충실하게 마감하기 위한 의식이 있다면
운동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스케줄이 있어도 헬스장에 가요. 잠들기 전에 운동하면 오늘도 나를 위해 뭔가 했다는 안정감이 들어요. 원래 가만히 있는 걸 잘 못 해요. 뭐든 해야 최선을 다한 느낌이 들거든요. 운동으로 많은 도움을 얻어요.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매일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잠들 수 있겠네요
그렇게 하루를 잘 채웠다는 기분이 저에겐 아주 중요해요.
 
트랙 팬츠는 Julius by Galleria g.street4 94 Homme.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랙 팬츠는 Julius by Galleria g.street4 94 Homme. 부츠는 Salvatore Ferragamo.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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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 장덕화
    스타일리스트 박태일
    박지윤(Bellboy)
    헤어 스타일리스트 공탄(Void H)
    메이크업 아티스트 설희(Void H)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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