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에폭시 레진 연구를 하게 됐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테스트해 봤는데, 어느 날 풍선에도 에폭시 레진을 발라보고 싶었죠. 바로 실행에 옮겼고,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후 계속 발전시켜 왔어요. 처음에는 조명을 만들었고, 차차 스툴과 암체어까지 만들게 됐어요.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 매력적이에요. 그럼에도 사람이 앉을 만큼 견고하죠. ‘블로잉’ 시리즈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은
조명을 만들고 스툴 제작에 나섰을 때요. 조명보다 견고하게 만들면 스툴 작업도 가능할 거라는 지점을 설정했는데, 정말 스툴 작업에 성공했을 때요. 실제로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되면서 ‘블로잉’ 시리즈가 다시 시작됐어요.
‘블로잉’ 시리즈 제작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즐기는 단계가 있다면
풍선을 불어 모양을 만들고 에폭시 레진을 여러 번 발라 형태를 잡는 작업입니다. 매일 작업하다 보니 항상 즐기는 마음으로 작업하기 쉽지는 않아요(웃음). 다만 같은 ‘블로잉’ 시리즈더라도 새로운 형태나 색상으로 제작할 땐 여전히 즐겁죠.

제가 ‘블로잉’ 시리즈에 매력을 느낀 이유이기도 해요. 가구를 만드는 색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형태와 색감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큰 성취감을 느껴요.
금속조형 디자인 학부 시절에도 가구 만드는 일에 흥미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학부 때는 의자와 수레를 결합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의자로 앉을 수 있고 그것을 접으면 수레가 되는 형태였죠. 졸업 전시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해 다양한 가구를 만들었어요. 알루미늄 용접 비드를 살려 작업했죠.
양승진의 작업세계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비주얼 쇼크. 새로운 형태를 찾는 일이 제겐 제일 중요합니다. 새로운 색감을 찾는 여정 역시 흥미로운 일이죠.

작업 외의 삶은 단조로운 편이에요.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축구, 수영, 골프 등을 즐기죠. 그런 일상적인 것에서 작업의 영감 혹은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일상의 익숙함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는 법은
많이 시도해 봅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시도 해보면 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걸 볼 수 있죠.
‘블로잉’ 시리즈가 놓였으면 하는 공간을 하나 꼽아본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박물관에 놓여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