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담대한 청춘, 보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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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담대한 청춘, 보나

고유림의 펜싱처럼 강인하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보나.

이경진 BY 이경진 2022.04.01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이 거의 끝나가죠
마지막 회 촬영 중이에요. 방영은 중반부를 넘었네요. 지난여름에 시작해 꽤 오래 촬영한 작품인데, 막상 방송은 무척 빨리 되는구나 싶어요. 조금 허무하기도 해요(웃음).
 
함께 출연하는 남주혁에 따르면 “드라마를 찍으려는 건지 펜싱 선수가 되려는 건지 모를 정도로” 펜싱 연습을 열심히 했다면서요
펜싱은 단기간에 익히기 힘든 스포츠더라고요. 저는 3개월 정도 배웠고, (김)태리 언니는 저보다 3~4개월 먼저 배웠어요. 언니 수준을 따라잡아야 하니 엄청 열심히 했죠. 둘 다 승부욕이 세고 펜싱에 진심이어서 시합 붙을 때면 결과에 따라 울고 웃기도 했어요.
 
화이트 컬러 레더 재킷과 이너 웨어로 입은 화이트 셔츠는 모두 Songe Creux. 블랙 레더 팬츠는 Peinture.

화이트 컬러 레더 재킷과 이너 웨어로 입은 화이트 셔츠는 모두 Songe Creux. 블랙 레더 팬츠는 Peinture.

연습 시합에선 보나 씨 승률이 더 좋았다는 후기도 접했습니다. 둘의 실제 펜싱 스타일이 궁금했어요
태리 언니와 저는 실제로도 나희도와 고유림 같아요. 태리 언니는 희도처럼 힘이 좋고 자세도 좋아요. 전반적으로 언니 실력이 훨씬 좋죠. 저는 요령을 빨리 터득하는 편이고, 수비를 잘해요. 선생님이 “희도는 공격이 좋고 유림이는 수비가 좋다”고 하셨는데, 기술이 좋은 건 아니고 본능적인 방어에 가까운 것 같아요(웃음). 실제 ‘고유림표’ 펜싱의 모티프는 김지연 선수예요.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금메달리스트요.
 
우아하고 군더더기 없는 고유림의 펜싱은 우주소녀 무대로 보여준 보나의 퍼포먼스와 결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무대 경험도 도움이 됐나요
어릴 때부터 춤추며 몸을 써왔기 때문인지, 펜싱할 때도 무의식중에 몸에 익은 각이나 자세가 나오긴 했어요. 어느 날 펜싱 선생님이 “대체 뒷손 각을 왜 그렇게 예쁘게 잡고 있냐?”고 하셨죠. 
 
작품이 그리는 청춘의 감성이 섬세하고 입체적이에요. 그 속에서 고유림은 ‘울 일이 많은’ 소녀죠. 눈물을 속으로 삼키고요. 고유림으로 살아보며 처음 느껴본 감정이 있다면
유림이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마음에 따라 제 기분이 따라가는 경험을 처음 했어요. 힘들 때나 밝을 때나 제 기분이 같이 움직였죠. 희도를 공격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한 번도 직접 내뱉어보지 않은 감정이어서요. 물론 살면서 질투심, 열등감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말로 표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고유림을 ‘최애’로 꼽는 나희도만큼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나 씨일 거예요. 유림이의 어떤 면을 애정하나요
희도에게 쏟아낸 모진 말이 유림의 진심이 아니어서 좋고, 버텨내는 힘이 강한 사람이라는 점도 좋아요. 고유림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가족을 정말 사랑하는 아이예요. 진짜 소중한 게 뭔지 알고, 소중한 걸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친구죠. 무엇보다 고유림이 입체적이어서 좋았어요. 유림은 누구와 함께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요. 가족과 희도, 지웅이, 이진이 앞에서의 고유림은 모두 다르죠.
 
크로셰 보디수트는 Bottega Veneta.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는 Münn.

크로셰 보디수트는 Bottega Veneta.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는 Münn.

그런 면에선 고유림과 가까운가요
저는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의 제가 다르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인다고 하나요
공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털털하다고. 원래 저는 숨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활동하다 보면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거든요. 아이돌 이미지도 있으니까. 데뷔 초에는 회사에서 제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시크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은근히 애교 많고, 대구 사투리 쓰는 멤버랄까요.
 
너무 어려운데요
인터뷰 중에도 꼭 해야 하는 말이 있잖아요. 내 생각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말들이죠. 시간이 지난 뒤 그 인터뷰를 다시 보면 조금… 별로였어요. 그래서 요즘은 되도록 내 생각만 말하려 해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거짓말해야 한다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해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흥미로웠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학생으로 등장하는 〈란제리 소녀시대〉 오디션에 교복을 입고 갔다죠. 왜 교복을 입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몰라요. 회사에서 입고 가라고 해서 입었어요”라고 답했고요. 당돌한 면이 제작진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아요
그런 게 제 성격이에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은 거죠. 특이한 대답을 한다는 이야길 자주 들어요. 얼마 전에는 어떤 감독님이 무슨 영화 좋아하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보통 그럴 때 그 감독님 영화 중 하나를 말한다던데, 전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대답했어요. 감독님이 엄청 웃으셨죠. 그 대답으로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해서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하는 편이기도 해요. 그런 대답을 한 건 다른 답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주얼리 장식의 오프숄더 미니드레스는 Leje. 이어링은 Pearlsonate x Amondz.

주얼리 장식의 오프숄더 미니드레스는 Leje. 이어링은 Pearlsonate x Amondz.

누구에게든, 어떤 일이든 솔직하고 스스럼없이 대하는 재능이 있네요
담담한 편인 것 같아요. 제 생각이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고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요. ‘10년 후에는 뭐가 되고 싶어요?’ ‘최종 목표가 뭐예요?’ 인터뷰할 때 이런 질문 많이 받거든요. 사실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10년 후? 이 일을 안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그러니 지금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만 해요. 
 
현실적이네요. 열심히 한 뒤에는 어때요? 좋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완전 운명론자거든요. 제 운명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연습생 시절과 데뷔 초. 조금 더 어릴 때는 조급했어요. 결과에 대한 집착도 있었죠. 활동하면서 꾸준히 변화해 왔어요.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성적이 저조하면 ‘보상심리’가 생겨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마음을 버려야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 목표는 단순해요. ‘그때 좀 더 열심히 할걸’이라는 생각만 들지 않게 하자. 즐겁게 하자.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현장 밖에서 어떻게 훈련했나요
〈란제리 소녀시대〉로 연기를 시작했을 때 감독님이 연기 배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를 뽑은 이유 중 하나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날것 때문인데, 연기를 배우면 그런 게 없어질 수 있다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지금 가진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한계를 느낀 때가 있었어요. 기본적인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절실하게 느껴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죠.
 
연기 수업에서 얻은 배움 중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아직 오랜 경험치를 갖지 못했으니 감정과 상황을 단면적으로 봐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 압도적인 감정 이면의 것을 보는 방법 같은 걸 알게 될 때 정말 재미있어요.
 
원 숄더 스트랩 장식의 새틴 톱은 Grace Elwood.

원 숄더 스트랩 장식의 새틴 톱은 Grace Elwood.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면 총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있잖아요. 직접 해보니 연기의 어떤 면이 매력적인가요
원래 저는 ‘눈물 없는 사람’으로 통했어요. 그런데 촬영현장에선 울면 안 되는 장면에서도 자꾸 울어요. 제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어요. 눈물이 갑자기 난다든지, 촬영 중에 저도 모르게 툭 나와버리는 감정이 정말 신기해요.
 
외롭고 견딜 수 없이 힘들 때 고유림은 다이빙대에 올랐어요. 보나에게도 마음속 다이빙대 같은 존재가 있는지
분명 그 시절엔 힘들었을 텐데, 돌이켜 생각하면 다 반짝거려요. 모든 기억이 미화돼 있어요(웃음). 저는 그냥 꿈 하나로 버텼어요. 엄청 힘들 때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어차피 나는 그만 못 둬. 그냥 해야지’라는 생각뿐이었죠.
 
후퇴하는 법이 없네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청춘의 근본에는 남아도는 체력이 있다’고 말하죠. 보나의 청춘도 그런가요. 좋아하는 일이나 실패할 일에 서슴없이 뛰어들 체력이 근본인지
그럴지도요. 누가 데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연습생 사이에서 몇 해를 보내다 보면 답답하고 힘들어요.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전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중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고, 우주소녀 팀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왔어요. 늘 뭔가를 해내면서 여기까지 왔죠. 지금은 어때요. 무엇을 향해 한 발 내딛고 있나요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주어진 일이 계속 있었어요. 그걸 해내면 됐죠. 요즘에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나는 어떤 걸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건 뭘까. 일단 연기를 조금 더 깊게 하고 싶어요. 3개월간 펜싱을 배울 만큼 긴 준비 기간이 주어지는 작품은 처음 해봤어요. 그 기간 동안 태리 언니가 캐릭터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며, 점차 나희도로 돼가는 과정을 옆에서 봤거든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말 잘하고 싶어요.
 
드레이프 장식의 드레스와 스트랩 펌프스는 모두 Loewe.

드레이프 장식의 드레스와 스트랩 펌프스는 모두 Loewe.

작품 메이킹 영상에서 김태리와 현실 ‘케미’도 좋더군요
서로 성격이 다르지만 성향 자체는 비슷한 것 같아요. 숨기는 거 싫어하고, 승부욕 강하고, 열심히 살죠. 촬영 쉬는 날이면 같이 볼링 치고, 탁구 치고, 호텔 방에서 영화도 보며 어울려 다녔어요. 언니는 저와 달리 꽤 활동적인 사람이에요.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 함께 있으면 저도 새로운 힘을 얻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그린 청춘이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청춘의 정의를 바꾸기도 했나요
이 작품은 제게 ‘기억 조작’을 일으켜요.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이야기가 정말 저의 한 시절처럼 느껴지거든요.
 
보나의 청춘에서 속절없이, 가장 반짝이는 순간은
우주소녀죠. 제 청춘은 통째로 우주소녀예요.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고, 더할 수 없이 열심히 보냈어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덕분에 건강한 마인드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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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 고원태
    스타일리스트 노지영
    헤어 스타일리스트 심성은(Jennyhouse)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윤희(Jennyhouse)
    어시스턴트 성채은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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