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를 비롯한 미국 시상식에서는 진행자와 시상자들이 수위 높은 농담을 하곤 합니다. 가끔은 조크의 범위를 벗어난 선 넘은 발언들로 논란이 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 출연했던 故히스 레저는 주최 측으로부터 작품의 내용과 관련한 게이 조크를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요. 당시 그는 "내게 그건 장난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어떤 농담도 하고 싶지 않다"라고 거절했죠.

이날 크리스 락이 그만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는 시상에 앞서 농담을 하던 도중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언급했어요.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2018년 탈모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고, 이후 삭발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크리스 락은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지아이제인〉의 속편에 출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아이제인〉은 한 여성 군인이 군대 속 차별과 싸워 이기는 내용으로, 주인공인 데미 무어의 삭발로 아직까지 회자되는 영화입니다.
청중이 이 농담에 불편한 미소를 짓는 도중 윌 스미스가 무대 위로 뛰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크리스 락의 따귀를 때렸죠. 크리스 락을 비롯한 모두가 당황해 하는 사이 윌 스미스는 "내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라며 격앙된 말투로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이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요.

윌 스미스는 이어진 남우주연상 시상에서 수상자로 호명됐습니다. 그는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흘렸는데요. 영화에서 두 자매를 세계적 테니스 선수로 키운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를 연기한 그는 이 자리에서 "리처드 윌리엄스 씨는 정말 맹렬히 가족을 보호하는 인물이다. 제 삶의 이 시점에서 이 순간에 감동으로 벅차다"라며 "제가 이런 역할을 이 시기에, 이 세상에서 하게 된 것을 소명이라고 느낀다"라고 했어요.
크리스 락을 때린 것에 대한 사과도 했는데요. 그는 "아카데미 측에 죄송하고, 여기 계신 동료 분들에게도 사과드린다. 절 내년에도 초대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아카데미 측은 공식 트위터에 "아카데미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오늘 밤 우리는 전 세계의 동료와 영화 애호가들로부터 자격 있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를 축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