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교도소의 여성들을 기록한 라이카 선정 2021 '올해의 사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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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교도소의 여성들을 기록한 라이카 선정 2021 '올해의 사진'

2021 라이카가 선정한 '올해의 사진'. '영원한 날(Días Eternos)'의 작가 아나 마리아 아벨로 고센이 베네수엘라 교도소의 여성들을 기록한 이유.

전혜진 BY 전혜진 2021.12.31
베네수엘라의 여성 구류자들을 기록한 ‘영원한 날(Días Eternos)’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고향인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는 매혹적이면서도 험악한 곳이다. 특히 교도소의 과밀 수용 문제로 구류된 여성들의 인권은 참담했다. 보통 100명의 구류자를 다섯 개의 좁은 방에 수감하는데, 그중 여성들을 위한 곳은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남성과 한 공간을 쓰다 임신한 청소년 구류자들이 발생하면서, 교도관들의 조사실을 구류 공간으로 바꾼 거다. 임신 8개월차인 21세 여성을 포함한 11명이 이 협소한 공간을 쓴다. 환기되는 곳은 아주 작은 창문 하나뿐이고, 바닥에 깔린 얇은 매트리스 위에서 한데 뭉쳐 잠을 잔다. 몇 년간 재판을 기다리기도, 풀려나길 기다리다 사망하는 이도 있다. 범죄 여부나 책임 소재와는 상관없이 유죄라고 예상된다는 이유로 대기 중인 이들. ‘영원한 날’은 베네수엘라가 당면한 여러 사회적 위기의 근본 원인, 즉 형사 행정 체제가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작업이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당신이 얻은 것은
2년간 주립 교도소 두 곳과 열 군데의 구류 센터를 방문해 약 100명의 여성과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시간은 내게 단순한 사진작업을 뛰어넘는, 부조리에 맞서고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줬다. 정부나 시스템이 방치한 공간을 메우는 방식으로 사진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작업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접근권을 얻는 것이 어려웠다. 관련 비영리단체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들지 않은 채 그들과 대화를 나눴고 프로젝트를 충실히 설명했다. 나를 믿고 촬영을 허락해 줄 때 찍는 것이 원칙이었으니까. 두터운 신뢰와 연대 속에서 강렬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었다.
진실을 ‘스토리텔링’ 하는 도구로서 사진의 힘은
작가가 사진을 찍으려는 이유에서부터 힘이 발생하는 것 아닐까. 대상과 연대를 쌓는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상대의 입장이 돼볼 수 있다. 보는 이들은 이 과정에서 탄생한 사진에 감정이입하고, 그 사진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게 된다. 작가는 결국 ‘증인’이 되는 거다. 사진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몰랐던 문제를 알리고, 인류가 처한 상황을 개선해 나가고 싶다.
수상 소식의 개인적 의미는
진실의 근거와 실체를 찾으려 집요하게 연구해 온 방식을 고수해도 된다는, 허락받은 기분이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울림을 느끼고, 논의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앞으로 담고 싶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스스로 열광하는 일에 전진하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 세상에 대한 물음을 멈추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사랑함으로써 ‘여성’이라는 개념에 도전하는 거다. ‘영원한 날’ 시리즈를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국가로 확장해, 특히 구류 센터 혹은 사회적 위기상황에 놓인 10대 소녀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는 언제든 카메라를 무기로 평등을 위해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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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ANA MARIA AREVALO GOSEN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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