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눈이 번쩍! 신 스틸러 그 자체가 된 세트 디자인 이야기 (3)

<오징어 게임>과 <듄>의 프로덕션 디자인부터 런던 하늘에 초대형 버블을 올린 알렉산더 맥퀸의 쇼까지. 올 한 해 신 스틸러 그 자체가 된 세트 디자인 이야기.

프로필 by 이경진 2021.12.24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것은 80년대 동네 골목에서 벌어지던 아이들의 놀이 위로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녹여낸 세트 디자인이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에 이어 또 한 번 황동혁 감독과 함께한 채경선 미술감독의 작품. 그는 황동혁 감독의 요청에 따라 대부분의 세트를 실제 크기로 만들어냈는데, 감독이 구체화하지 않은 게임장을 자신의 상상으로 제작해, 관객들이 작품에 숨은 의도를 ‘미학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장소로 완성했다. 잔혹하고 살벌한 극의 전개와 대비되는 동화적 분위기, 70~80년대 한국 정서를 담은 <오징어 게임> 세트들은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이상하고, 불편한 감정을 불어넣어 극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확장했다.
 

<듄>은 지난 수십 년간 진취적인 영화제작자 여럿을 곤경에 빠트린 악명 높은 소설의 이름이다. 1965년에 출간된 SF소설 <듄>을 보며 13세부터 이 장대한 이야기의 ‘찐덕후’로 살아온 영화감독 드니 빌뇌브 역시 자신의 이름을 건 <듄>의 영화화에 열성적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곁에는 오랫동안 작업해 온 미술감독 파트리스 베르메트 (Patrice Vermett)가 함께했다. <듄>은 빌뇌브가 작은 소품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은 엄청난 디테일의 세트에서 촬영됐다. 빌뇌브와 파트리스는 원작이 지닌 역대급 세계관을 구현해 ‘상상보다 더 큰 세계’를 짓고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45개가 넘는 세트를 건설했다. 행성들과 마야 사원, 제2차 세계대전 시대의 벙커까지.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어시스턴트 오채은
  • 디자인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