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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자기를 던지는 스타일이라면서.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사랑>을 마치고 시트콤인 <하이킥3>를 준비 중인 지금이라면 어쩌면 우린 ‘조증’기에 만난 거 아닌가? 하하. 가장 편안하게 나를 던지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인 건 맞다. 사실 전역하고 계속 달려만 오다가 오랜만에 쉬는 중인데 얼른 다시 일해야겠어. 허리가 좋지 않아서 치료하고 운동하며 지내는데 심심하기도 하고 이 생활을 오래하니 쉬는 게 더 힘들더라.
사실 <최고의 사랑>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풍산개>에서의 느낌이 워낙 강렬했다. 힘든 작품을 보셨네.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이 영화가 쉽게 받아들여져서. 솔직히 나만 보는 영화인 줄 알았다니까? 하하. 72만 명 정도 들었는데 엄청난 성공이지. 대외적으로 2억 들었다고 나왔지만 사실 1억4000만원으로 찍었으니.
어느 인터뷰에선가 전재홍 감독이 <풍산개>에선 윤계상의 20%밖에 못 보여줬다고 하더라. 여건이 너무 안 좋았다. 항상 매 신을 만족스럽게 찍을 수 없었다. 차들이 부서진다? 주위 인파 속에 숨는다? 이런 장면은 아예 안 되는 거다. 돈이 드니까. 그런 부분까지 해결됐다면 굉장히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열악한 상황이어서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연기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고. 나한텐 100%였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거지.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내 이미지 때문에 남자답고 마초스런 캐릭터를 잘 안 주시거든. 이걸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만났는데 감독님이 그 자리에서 바로 ‘합시다’ 그래서 얼떨결에 ‘네’. 그렇게, 하하하. 사실 <로드 넘버원> 찍으면서 아쉬웠거든. 처음으로 남자다운 역할을 맡았는데 노력에 비해 시청률도 안 나오고 후유증이 남았다. 그걸 토해내야겠는데 고스란히 <풍산개>로 간 거지. 근데 이게 성공할 줄이야. 운이 트이려면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싶다.
여건만 놓고 보면 이번에도 고생만 하고 묻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작품을 할수록 느끼는 건 흥행이란 게 마음처럼 안 된다는 거다. 진짜 운인 거고 흥행만 생각해 끌려가면 이제까지 쌓아놓은 필모그래피마저 날리기 십상이고. 돈은 못 벌어도 좋으니 그건 지키고 싶었다. 연기한 지 4년쯤 됐을 때였나 보다. 하다 하다 안 돼도 10년까지는 버텨보자 결심했다. 굶어도 좋으니까 나중에 과거를 되돌려봤을 때 사람들이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걸 만들고 싶었다.
사실 작품 리스트를 보면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뭐랄까, 한결같은 고집? 하하. 고집 세지. 엄청나다.
그런 고집들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없다. 연기는 내 거니까. 매니저도 내스타일이 아닌 건 주지도 않아. 그나마 처음 줬던 게 <최고의 사랑>이었다.
처음으로 쥐어준 게 잘됐으니 진작부터 얘기 들을 걸 싶진 않던가. 음. 원래 매니저보다 내 의견이 우위에 있었는데 요즘 상황이 역전됐다. 하하. <하이킥3>도 따지고 보면 매니저 형이 추천했고. 사실 그 무렵이 가장 힘들었다. 고생을 진탕으로 하면서 <풍산개> 촬영 마치고 다음 작품 준비 중이었는데 그게 엎어져 괴로워하다가 타협점을 찾은 거였다. 워낙 김병욱 감독님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중간에 <최고의 사랑>이 들어온 건데 <하이킥3>는 9월이니 아직 멀었다, 쉬면 뭐하냐 싶어 들어간 게 너무 잘 풀린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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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고의 사랑>은 촬영하면서 즐거웠을 것 같다. 내려놓는 느낌이랄까. 음. 이것도 성향일 텐데 나는 그 ‘내려놓음’이 너무 힘들었다. 뭔가 보여줄 게 없는 거다. 윤필주라는 캐릭터가 솔직히 좀 힘이 없잖나. 아, 물론 감독님, 홍자매 작가님, 감사합니다. 효진이도요.
하하. 갑자기 정색하며 미스코리아 인사 모드로 나가긴가. 정작 힘들어하며 내려 놓은 작품은 대중적으로 반응이 딱 오니 그 딜레마가 괴롭긴 했겠다. 항상 내가 원하는 작품, 원하는 캐릭터를 했다. 근데 이젠 나한테 보여지는 이미지랄까 장점으로 인정받고 연기자로서 색깔을 각인시키고 나서 내 목소리를 내야 사람들이 봐준다는 걸 알았다. 여태껏 그래서 망가졌던 것 같다. 최선을 다했지만 본의 아니게 자꾸 거부감이 드니까. 그 동안 너무 ‘연기, 연기, 연기’ 해온 것 같다. 생각이 완전 바뀌었다. 전엔 내가 어떤 배우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했는데.
하긴 윤계상이라는 배우의 행보엔 늘 증명하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저, 가능성이 있습니다. 봐주세요.”라며 내가 원하는 것만 갖고 가는 건 무리가 있더라. <하이킥>이 그 정점을 찍을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내 얼굴의 색깔들, 그런 걸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고 이게 잘 된다면 그 다음 작품은 완전히 내가 원하는 색깔로 다시 돌아가겠지.
정말 열심히 영화와 드라마를 왔다갔다했다. 그것도 타협이었다. 솔직히 영화가 더 좋다.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는 질문과는 틀린데 일단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라도 영화가 좋다. 드라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으니까. 내가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꼭 그런 시간이 필요하거든. 영화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결국 나도 연기자로서 밥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니 영화만 할 수는 없는 거다. 확실한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진짜 좋은 시나리오는 솔직히 우리나라의 5%의 배우들에게만 가거든. 나머지는 모두 ‘긴가민가’인 거다. 여러 상황들이 다 맞아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실패 확률이 더 많은 거지. 그런 작품만 하다가 계속 망하면 진짜 마이너리그로 뚝 떨어지는 거지.
어쩌면 윤계상도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드라마는 돈은 주니까. 나 같은 배우들이 할 수밖에 없지. 물론 나 역시 행운아였지만 배우의 브랜드 파워가 진짜 세져야만 그때 비로소 해볼 만한 작품들이 열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상업적인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연기자가 되고 싶다.
상업적인 인기가 아니라 정말 연기만으로 승부하겠다는 대목은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려본 경험 때문에라도 오히려 미련이 남을 것 같은데. 이런 말, 정말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그만큼 인기가 무섭게 사그라드는 것도 느껴봤다. 그거, 정말 덧없다. 지금 내가 <최고의 사랑>으로 인기가 좀 있다지만 얼마나 가겠나. 길어야 한두 달이라고 본다. 점점 생각하게 되는 거지. 그렇다면 결국 뭐가 남을 것이냐. 연예인들이 착각하는 것 같다. 대중의 사랑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망가진다. 내가 이룬 성공 그 자체가 행복이고 즐거움이라 느끼면 정말 힘든 것 같다. 그건 길어봐야 몇 년이면 끝나는 거거든.
그렇다면 결국 뭐가 남는 걸까. 결국 남는 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지. 그러니 자꾸 나도 그렇게 가는 거다. 요즘은 내게 연기라는 게 없으면 뭐 하고 사나 생각하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들과 구민회관에서 같이 배우는 정도로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그냥 나에 대한 투자다. 결국 뭐든 끝이 나잖아. 모든 게 다 없어졌을 때 뭘 할까, 생각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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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랑 요리 외엔? 아, 운동 좋아한다. 몸 쓰는 건 어느 수준까진 잘하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센스 있게 한다, 정도까진. 어, 가능성이 있는데? 딱 거기까지. 사실 지금은 연기 외에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좀 더 연기자로서 이미지가 확고하게 굳어진 다음에야 눈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좀 굳어지지 않았을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수로 지낸 시간보다 연기자로서 보낸 시간이 이미 더 오래됐는데도? 이미지라는 게 진짜 깨기 힘든 것 같다. 연기생활이 10년쯤 되고, 그 안에 대성하는 작품이 두세 개 되는 순간 무너질 것 같다. 아직은 가능성이고. 그래서 전략적으로 <하이킥3>을 선택한 측면도 있다. 내가 가수라는 걸 아예 모르는 세대들도 볼 테니까.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타입은 아닐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진짜 생각이 많다. 한 번 실패하면 리스트를 뽑아본다. 왜 실패했는지. 합당한 이유를 찾고 나면 그걸 꼭 기록한다. 계속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어야 배우가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진짜 많기도 하고. <최고의 사랑> 첫 촬영 때였나 공효진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 워낙 좋아하던 배우였거든. 삶의 일부분인 것 같은 연기도 그렇고. 효진이가 말하길, “연기는 다 똑같다. 누가 잘하고 못한다기보다 자기 작품을 만나면 그때부터 열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맞다!’ 싶더라. 한번 놀아봐야 된다는 느낌인 거잖아. 지금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어떤 타이밍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100% 계산하면서 하는 연기는 진짜 고수가 아니면 쉽지 않다. 그런 걸 의식하지 않는 연기는 자신을 100% 믿어야 나온다. 효진이 같은 경우엔 정말 100% 스스로를 믿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근접해 있을까. 반도 못 왔지. 아직 꿈만 꾸는 거다.
연기가 그렇게 재미있나. 그 오랜 세월 한결같이 강렬하게 원할 만큼? 재미있다기보단 태어나서 해본 것들 중 유일하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내 가능성을 스스로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건지. 하하. 아예 못하는 연기치라면 버리고 딴 걸 했을 텐데. 아, 이건 정말 뭔가 될 것 같은데 안 걸리니까.
마치 연애의 ‘밀당’ 같네. 딱 그렇다. 이게 손에 안 잡힌다. 될 것 같은데. 이러다 교수해야 할 것 같아. 공부만 잔뜩 해서 이론은 빠삭하거든.
외롭진 않나? 굉장히 외롭다. ‘연기’ 타령만 하는 동안 사생활은 황폐했다. 혼자 산 지 5년 됐는데 이제 좀 힘들다. 주변 형님들이 이럴 때 결혼하는 거라던데, 글쎄다. 예전엔 여자를 만나 장점 하나가 보이면 그 하나에 집착하면서 사랑이 이뤄졌거든. 요즘은 단점이 보인다. 좋은 사람인데 단점 하나가 보이면 못 만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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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쉰 지는 얼마나? 꽤 됐다. 스무 살 넘어 딱 세 명 만났는데 다 오래 사귀었고 항상 내가 실수해서 헤어졌다. 첫 번째 여자는 안 그랬지만, 두세 번째 여자는 내가 힘들게 해서 헤어졌다. 외롭다고 말할 처지도 안 돼지. 내가 잘못했으니. 씁쓸하다.
요즘 거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행복하지. 그 말이 다인 것 같다. 항상 다음 작품을 뭘 할지 고민하고 그래서 힘들었는데 작품이 정해져 있고, 그게 또 좋아하는 거고. 한 3년 전인가 하도 안 돼서 점을 본 적 있는데 2012년에 굉장히 잘된다는 거다. 그때는 아니, 3년을 더 기다리라는 거야? 계속 망한다는 거야? 그랬는데. 하하.
느낌이 좋은데? 2012년을 거쳐 그 다음 단계는 뭘까. 5년쯤 후라면, 평창동으로 이사 가서 나만큼 큰 강아지를 키우면서 사는 게 1차 목표다. 지금은 우울증 걸릴까 봐 걱정되고 불쌍해서 안 되겠고. 이번에 <최고의 사랑> 찍으면서 평창동에 갔는데 마당이 있고 공기 좋은 그런 곳이라면 딱 그림이 그려지더라.
그 그림에 다른 사람은 안 들어가나? 결혼할 팔자는 아닌 것 같다. 나도 ‘끼’를 타고난 놈이니 여자가 힘들겠지. 애인은 필요한데 솔직히 결혼은 그 여자한테 불행할 것 같아서 하면 안 되지 싶다. 게다가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하면 안 되겠더라고. 분명히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몇 년 지나고 아직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음’ 하고 한 템포 쉬는 거야. 그러고는 하는 대답이 ‘좋은 친구’래. 크. 나는 그렇겐 못산다. 사랑이 식는 건 너무 힘들 테니까.
좀 더 먼 미래의 그림은? 매니저 형과 옛날부터 꿈꿔온 게 하나 있다. 본의 아니게 비주류의 작품들을 하다 보니 주변에 가능성은 있는데 안 풀리는 배우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사실 뭐 10년 전 그 배우들이 아직도 최정상이니. 다들 재능 있고 똑똑한 분들이니 절대 그 자리를 내주지 않을 거거든. 내가 힘이 생긴다면 그런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들을 데리고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해보고 싶다. 가수도 만들고 싶고 배우도 만들고 싶다. 돈을 떠나 그 사람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도록. 아, 내가 이런 이야기하면 너나 잘하라고 그럴 텐데. 뭐, 내 꿈은 그렇다고. 하하. 그게 꿈이라고 꼭 써달라. 나 욕 먹는다.
요즘 제일 자주 듣는 음악은 뭔가. 2NE1 매우 좋아한다. 하하. 한동안 ‘나가수’ 분들에게 빠져서 그 노래들도 많이 들었고, 이적 형님도 좋아해서 요즘 <무한도전> 가요제 노래 많이 듣는다. 항상 듣는 노래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 말하자면 내 주제곡이다. 어느덧 4년쯤 된 습관인데 작품을 새로 시작할 때, 집 밖으로 나갈 때, 그걸 틀어 놓으면 ‘레옹’처럼 변한다. 너무 멋있잖아. 진짜 완전 멋있는 순정 마초. 그런 영화 찍는 게 또 소원이고, 그런 사랑도 하고 싶다. 지금 컬러링도 바로 그 노래라니까.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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