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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한국은 일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 노인빈곤율은 43%다. 10명 중 4명은 은퇴를 하고 노인이 되는 순간 빈곤함과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을 일하느라 열심히 땀을 흘렸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적 불안을 떠안아야 하는 삶. 상상만 해도 고달프다.
무엇이 문제일까. 간단하다. 일할 때는 어쨌든 소득이 있기 때문에 그 소득으로 그럭저럭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늙고 몸이 약해지면 일을 못 한다. 그 이후부턴 젊고 건강했을 때 벌어놨던 돈으로 여생을 살아야 한다. 문제는 남은 수명에 비해서 모아놓은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날까.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금융이해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꽤 오랫동안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했다. 열심히 일하는 건 중요하지만, 이건 그냥 기본값이다. 일해서 번 돈으로 자본을 사들이고, 이 자본이 나를 위해 일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은퇴하는 순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하면 된다. 일단, 연금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퇴직연금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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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퇴직연금은 어떤가.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퇴직연금은 크게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올해 한 금융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DB형, DC형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퇴직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DB형은 근로자의 퇴직금을 회사가 굴리는 상품이며,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금을 굴리는 구조다. DB형과 DC형의 가장 큰 차이는 ‘원금보장’ 여부다. 회사 차원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퇴직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DB형은 주로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한다. 누군가는 ‘원금보장이 되면 안전하고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은 말 그대로 원금만을 보장할 뿐 적극적인 수익률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사실상 저금이나 마찬가지다. 재테크 관점에서 보면 저금은 어디까지나 ‘더하기’ 수준이다. 우리가 재테크를 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더하기’ 수준의 자산증식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 자산이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곱하기’ 차원의 자산증식을 이뤄내야 한다.
퇴직연금 받으며 여행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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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드를 보면 은퇴한 미국 노부부가 연금을 받으며 유럽 여행을 즐기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해 오랫동안 퇴직금을 펀드나 ETF에 넣어놓고 은퇴 자금을 불린 사람들이다. 미국은 이 연금제도를 키우기 위해 DC형 퇴직연금에 대해 각종 세금 혜택을 준다. 만약 중간에 퇴직연금을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금 혜택을 모두 토해내고, 과태료까지 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해서라도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통해 오랫동안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제도는 갖춰져 있다. 일단 자신의 퇴직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부터 확인하자. 단언컨대, 내 퇴직금이 현재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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