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년 멧 갈라에 선 마가렛 퀄리 ©GettyImages
극 속에서 조안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에게 온 팬레터에 형식적인 답장을 보내고 편지를 파쇄하는 일을 맡게 되죠. 무려 시고니 위버(!)가 상사로 등장하면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구도가 그려지는 듯싶지만, 영화의 톤은 훨씬 다정하고 따스합니다. 1990년대 중반, 문학이 아직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컴퓨터가 타자기를 대체하기 직전, 그때 그 시절 뉴욕의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


마가렛퀄리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얼굴 중 하나입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잘 알려진 배우 앤디 맥도웰의 막내딸.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배운 그는 16세 때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과감히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모델로 활동하며 샤넬과 셀린느 광고 캠페인에 참여하고,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겐조 월드’ 향수 광고에서는 댄스 실력을 발휘하기도. 2013년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해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작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카이아 거버, 릴리 로즈 뎁 등 ‘셀럽 2세’ 친구들과 어울리는 파파라치 컷이나 샤이아 라보프와 불거진 스캔들도 대중에게 그를 알리는 데 한몫했죠.

엄마 앤디 맥도웰과 함께 한 모습 ©GettyImages

샤넬 광고 캠페인 속 마가렛 퀼리 ©Chanel
배우 마가렛퀄리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린 최근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조용한 희망 Maid〉. 알코올중독자 남편을 떠나 어린 딸과 함께 세상에 정착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싱글맘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로, 올해 넷플릭스가 선보인 보석 같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차가운 현실의 벽과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도 끝내 내일을 향해 발을 내딛는 주인공 알렉스의 여정. 한없이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 내내 마가렛퀄리는 꾸밈없이 생생한 연기로 꿋꿋한 희망의 온기를 전합니다. 앤디 맥도웰이 극 속 알렉스의 엄마 ‘폴라’ 역할을 맡으면서 ‘실제 모녀 출연’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마가렛퀄리는 엄마와 일한 덕분에 더욱 편안히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하죠. 한 인터뷰를 통해 “극 속에서 폴라가 알렉스에게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마치 엄마가 진짜 내게 말하는 것 같았죠. 정말 멋진 순간이었어요”라고 회고하기도.


〈조용한 희망〉과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마가렛퀄리를 보자면, 부모의 유명세와 상관없이 그가 얼마나 재능 있고 매력적인 배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차기작 리스트에는 클레어 드니 감독의 〈The Stars at Noon〉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Poor Things〉가 올라와 있으니, 도화지 같은 얼굴을 지닌 이 배우가 명장들과 호흡하며 어떤 성장을 이룰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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