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 거주 공간의 일부가 되는 것, 유럽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오드인셰이프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샬럿 테일러의 첫 협업이 그 로망을 멋지게 실현해 냈다. ‘과거의 퓨처리즘(Futurism of the Past)’ 즉, 60~70년대 미래주의에서 영감받은 이 빌라는 같은 컨셉트로 꾸민 여덟 개의 프로젝트 빌라 중 자연의 면면과 가장 닮았다. “찰스 슈리드의 1960년대 삽화 시리즈인 ‘더 하우지스 오브 더 퓨처(The Houses of the Future)’와 SF영화, 60년대 캘리포니아의 주택 광고 등 다양한 빈티지 인테리어에 영향을 받았어요. 건축이 구현할 수 있는 진정한 퓨처리즘을 찾으려 했죠.” 야생 정원에 있는 빌라의 모습을 한 이곳은 공간 내외부의 뚜렷한 경계가 없다. 쪽빛 컬러들과 천장의 커다란 홀 그리고 산과 나무의 곡선을 그대로 닮은 인테리어는 집이 정원이고 정원이 집인 것 같은 멋진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순간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강민진 · 김미주로 구성된 뮤 스튜디오의 시리즈 작업 ‘섬웨어 인 더 월드’는 찰나를 신비롭게 포착한다. 그중 ‘비주얼 에스케피즘(Visual Escapism)’ 작업은 시각적으로 진정한 쉼이 가능한 도피처를 제공한다. “팬데믹 동안 이곳에서 격리 기간을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탄생한 이미지입니다. 빈 의자와 심플한 가구를 넓은 공간에 배치해, 보는 이들을 단숨에 공간으로 초대하고 있죠.” 전면 핑크 컬러의 하우스에는 잔잔한 수면이 흐르고,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초승달과 유려한 산수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공간이 선사하는 위안을 흠뻑 만끽할 수 있는 곳. “존재할 것 같은 가상공간을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영감을 주는 공간과 오브제를 통해 우리 모두 환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에 도전할 수 있어요.”

호주 출신 디자이너 니콜 우의 가상 하우스에는 어딘가 익숙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고요와 평온함이 있다. “모던한 실내외 건축양식과 초현실주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공간입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요소를 결합해, 더없이 새롭고 멋진 장소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 단순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철학을 근간으로 이곳의 모든 건축 요소와 장식, 배색의 조화까지 오가닉 무드로 꾸려졌다. 타일 장식과 가구는 모두 반복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 자연물과 멋스럽게 이어진다. 니콜 하우스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모든 공간이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 가까이에 배치돼 있다는 것. “고립감을 느낄 수 있고, 조용한 분위기를 지닌 큰 수역 근처에 공간이 자리하길 바랐어요. 이곳에는 고립과 자기성찰을 즐기는 사려 깊은 미니멀리스트가 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