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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종호, 순정마초로 돌아오다

송종호는 우연히 모델이 됐고 뜻하지 않게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놓쳐버린 것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연기에 대한 승부욕도 생겼다. 우연의 그늘에서 빠져나온 그는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오롯이 자신을 내던진다.

프로필 by ELLE 2011.08.24



사극이라니 의외다.
현대극을 계속하다 보니 다른 장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다.

<공주의 남자>에서 연기하는 캐릭터는?
주인공인 박시후와 대립하는 인물이다. 원래 죽마고우였는데 계유정난을 계기로 뜻이 달라 서로 등지게 된다. 더구나 흠모하는 여자가 주인공과 사랑에 빠져 관계가 더 뒤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다면 친구를 배신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요즘 인기인 ‘순정마초’ 역할이구나.
나쁜 남자도 적당히 나빠야 한다. 악당이지만 정당화된 신념이 있어야 하겠지. 여기에 비운의 캐릭터 이미지도 잘 살려야 한다.

지금껏 의사 역할 네 번에 재벌 2세도 연기했다. 이번에는 학문과 무예가 뛰어난 엘리트 역할이다.
반듯한 캐릭터를 주로 하다 보니 요령 비슷한 게 생겼다. 말꼬리를 깔아 내리거나 동작을 크게 오버하지 않는다.

확 풀어지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시트콤에서 풀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굳혀진 이미지와 다르게 꾸미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평소 옷도 편하게 입고 친구들 만나 수다 떨고 운동하며 지낸다.

어딜 가나 튈 수밖에 없는 외모잖아.
버스 타면 사람들이 키를 재보고 하는 게 쑥스러웠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모델을 하고 배우를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모델 일도 우연히 시작했다.

연기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처음과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처음에는 연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우연찮게 모델로 데뷔하고 연기를 해봐라 해서 연기를 했다. 그러니 막연할 수밖에 없었지. TV에서 보는 대로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달랐다. 결국 시트콤을 하면서 ‘연기는 나와 맞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군대에 갔다. 연기를 제대로 해야겠다 마음먹은 건 제대하고 나서다.

뭔가에 자극을 받은 건가?
차승원 선배가 배우로 데뷔하던 시기였는데 모델들이 방송으로 진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델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부터 떠올렸거든. 그런데 군대에 있는 동안 같이 모델 일을 했던 친구들과 후배들이 차츰 길을 닦아놓기 시작했고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도전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시작하는 모델 후배들이 조언을 부탁해 온다면?
어떤 역할이 들어오든 이것저것 열심히 해보는 게 중요하다. 난 그것을 못해서 배우로서 성장이 더딘 것 같다. 얼마 전 얼떨결에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그저 이야기 몇 마디 나누고 노래 부르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큰 공연장에서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앞에 앉아 ‘연기 해보세요’ ‘노래 해보세요’ 하는데 그 분위기에 눌려 버렸다. 따지고 보면 그 역할을 위해 수백 명의 연기자들이 오디션을 봤을 텐데 ‘왜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을까?’ ‘잘못 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 작품들 때문에 자상한 남편, 일등 신랑감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현재 결혼 욕구는 몇 퍼센트?
좋은 여자만 있으면 정말 결혼하고 싶다. 어울려 다니는 멤버들 중 조연우 선배가 결혼했는데 그 커플이 알콩달콩 예쁘게 사는 모습이 부럽다.

오지호, 김성수를 비롯해 주위에 친구들이 많아서 외롭진 않을 것 같은데.
야구를 함께하는 사람만 해도 서른 명 가까이 된다. 남자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여자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열 명씩 우르르 몰려다니다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왜 여자들은 우리를 모른 척할까?’ 하고 한탄한다.

연애 모드에서의 송종호는?
귀여운 편이다. 먼저 연락하고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고, 보고 싶으면 피곤해도 새벽에 찾아가서 만난다. 연애할 때는 하루 안 잔다고 죽겠냐란 생각으로 열심히 한다.

그렇게 연애하다간 우정에 금이 갈 텐데.
어릴 때는 친구들과 노느라 여자친구를 혼자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이 들면서 깨달은 게 한 번 운동하면 두 번 정도는 여자친구를 만나야겠더라. 그리고 주위 친구들이 이런 고충을 이해하고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면 얼른 가보라고 보내준다. 그런데도 연애하지 못하는 건 아이러니다.

배우는 좌절과 희열을 줄타는 직업이다. 지금까지 좌절과 희열 중 어떤 게 더 많았나?
좌절이 아닐까 싶다. 촬영이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항상 아쉽고 ‘왜 그렇게 연기했지? 다르게 해볼걸’ 하고 후회한다. 운동하는 것처럼 연기에도 점점 승부욕이 생긴다. 우연히 모델이 됐고 연기를 시작했다.

인생의 우연성과 목적 있는 삶 중 어느 쪽에 끌리나?
반반인 것 같다. 정말로 미친 듯이 연기를 잘한다면 언젠가 좋은 기회들이 오겠지만 그때도 우연성과 운이 필요한 것 같다. 톱니바퀴처럼 모든 요소들이 잘 맞물려야 한다. 이번 작품도 우연히 시작하게 됐는데 나만 잘하면 되겠더라.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EDITOR 김영재
  • PHOTO YUAN
  • ELLE 웹디자인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