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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남자, 손흥민이 이미 쓰고 있는 미래

"저는 정말로 축구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마음을 단단하게 껴안고 손흥민은 이미 미래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BY이마루2021.09.30
 
여름의 한복판, 손흥민을 일찍 만났다.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하다’고 모두 푸념할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진 날이었지만 손흥민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해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손흥민은 어김없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70m를 질주해 넣었던 ‘번리전’ 골로 한국인 최초로 FIFA 푸스카스 상을 수상했고, 2 시즌 연속 ‘10-10’ 클럽 자격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며, 한 시즌 최다골이라는 개인 기록도 경신했다. 이쯤이면 시즌을 마무리하고 1년 만의 귀국행 비행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도 좋지 않을까? “좋았던 순간만큼이나 어려운 시간도 많았던 시즌이었어요. 이번에는 정말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새로운 무게가 어깨에 하나하나 내려앉는 기분도 들고요.” 과연 손흥민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기간은 서른 살 프리미어 리그 선수에게 주어진 ‘무게들’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소속 팀인 토트넘 홋스퍼(이하 토트넘)의 새 감독 취임 소식을 비롯해 프리미어 리그와 올림픽, 월드컵을 둘러싼 소식과 관련 발언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됐다. 토트넘과의 재계약을 외신이 확인했다는 뉴스가 촬영 도중 떴을 때는 촬영 내내 자리에 단 한 번도 앉지 않고 아들 옆을 단단하게 지키던 손웅정 감독의 표정을 힐끗 살폈다.
 
모노그램 패턴의 맥시 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모노그램 패턴의 맥시 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패치 장식의 스타디엄 재킷은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패치 장식의 스타디엄 재킷은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오늘 현장에 있던 모두가 손흥민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알고 있나요 
하하, 그게 저 때문일까요(웃음). 스태프와의 호흡, 의상, 모든 게 완벽해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루이 비통과의 인연은 2019년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누군가는 서로 너무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겠지만 항상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 끝없이 도전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패션은 분명히 접점이 있어요. 둘 다 정체하는 법을 모르죠. 
 
 
클래식한 수트와 화이트 셔츠, 더비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클래식한 수트와 화이트 셔츠, 더비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그래픽적 모노그램 패턴의 수트와 셔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그래픽적 모노그램 패턴의 수트와 셔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고양이와 비행기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그린 컬러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고양이와 비행기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그린 컬러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런던 일상이 컨디션 조절에 힘쓰는 ‘집돌이’ 일상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죠. 팬 미팅과 여러 촬영 등이 기다리는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편인지 
제게는 정말 ‘힐링’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촬영이나 일정이 없으면 집에 머물며 운동하는 건 크게 다르지 않지만요. 어쩔 수 없는 ‘집돌이’죠. 
소년 시절, 소위 축구 엘리트 코스와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열일곱 살 때 함부르크 유소년팀으로 연수를 떠나 지금은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선수중 한 명이 됐고요. 축구의 신이 있다고 믿나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당시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혼자 기도했어요. 제발 2:0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비록 조별 리그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말 2:0으로 승리를 거뒀죠. 축구 신의 존재를 믿는 건 아니에요. 다만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느껴요. 자신에 대한 믿음,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믿음, 노력에 대한 믿음…. 그런 게 경기 결과를 변화시키죠. 이건 절대 운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 주장이라는 큰 무게를 어깨에 지게 됐습니다. 그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좋은 선배들과 함께했던 그간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나라를 위해 뛴다는 건 정말 특별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거든요. 국가를 대표해 모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싸우는 자리에서 주장이라고 불린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을 요구해요. 하지만 그 무게를 감당해 낼 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경기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손흥민’ 하면 미소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미래가 불투명한 10대 시절도 있었어요. 철이 빨리 든 아이가 아니었을지
빨리 철이 들었다기보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야 했던 일을 했을 뿐이에요.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축구에 대한 사랑 하나로 그 시기를 이겨냈던 10대의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차피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축구뿐 아니라 우리 삶 자체가 그렇죠.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매 순간을 내가 할 일을 즐기며 보내는 게 제게는 중요해요.
 
타탄체크 패턴의 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블랙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타탄체크 패턴의 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블랙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핀스트라이프 재킷과 화이트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핀스트라이프 재킷과 화이트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빅 포켓의 모노그램 파카와 팬츠, 그린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빅 포켓의 모노그램 파카와 팬츠, 그린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독일과 영국,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유연하게 잘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회자됩니다. 그런 당신도 타 문화에 대한 편견이 있었을지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라는 말을 꼭 하곤 해요. 우리도 우리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게 느껴지는 사람보다 적극적으로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잖아요. 축구를 더 잘해내기 위해 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대한 존중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죠. 그래서 편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라운드 위에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도 많은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죠. 그런 당신도 난처한 감정이 있다면 
억울함, 거기에서 비롯되는 짜증스러운 감정은 정말 다루기 힘들어요. 일상에서는 대체로 평온하다가도 경기장에 들어가면 여러 감정들이 요동치죠. 승패 자체보다 더 잘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울분, 그 억울함을 못 견디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눈물도 자주 보였죠. 
지금도 왼쪽 눈 아래 눈물점이 정말 잘 보입니다(웃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저는 훨씬 더 축구를 좋아해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로 축구 ‘덕후’예요.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이 종목의 아름다움을 말해 준다면
음, 제가 진짜 좋아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8만 명이 경기장에 입장한다면 대체 몇 개의 눈이 하나의 축구공을 바라볼까요?  
엄청난 숫자겠죠. TV나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보는 사람까지 생각하면 훨씬 많을 테고요 
저는 그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이 공 하나, 선수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 때로는 실망하고 행복해하며 열광한다는 것, 선수와 팬 사이의 일체감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져요. 열광하는 법을 배워보세요. TV로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경기장에 가고 싶고, 경기장에 한번 가보면 구장의 잔디 냄새가 궁금해지고, 선수들의 숨소리나 땀방울을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을 거예요. 저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자기 장르를 영업하는 모습도 ‘덕후’답네요(웃음) 
우리가 주말이면 가족들과 한강이나 놀이공원으로 소풍 가는 것처럼 유럽에서는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가족들이 함께 경기장에 가죠. 그런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된다면 선수로서 너무 행복한 일일 거예요.
 
 
싱글 버튼 코트와 화이트 셔츠, 팬츠, 더비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싱글 버튼 코트와 화이트 셔츠, 팬츠, 더비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코트와 화이트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코트와 화이트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로고 패턴의 셔츠와 와이드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로고 패턴의 셔츠와 와이드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당신을 보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소녀도 만난 적 있나요
직접 만난 적은 아직 없어요. 그래도 여자 축구를 하는 분들 중에서 저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요? 
치열한 이적 시장, 연봉으로 수백억 원 단위가 거론되는 프로축구의 세계는 엄정하기도 합니다
지금 함께 뛰고 있는 친구와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잘한다고 해서 한 팀에 끝까지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축구뿐 아니라 우리 삶 자체가 그렇죠. 그래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매 순간을 즐기며 보내는 게 제게는 중요해요.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말을 좋아하고 마음 깊이 공감하는 이유예요.
사람들은 때로 경기에 임한 이들의 스포츠맨십 때문에 감동받기도 해요. 선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신은 
제가 지향하는 삶의 모든 키워드와 연결되는데 ‘존중’이에요. 제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결국 그 때문이거든요. 저희 팀과 팬들, 그리고 상대 팀을 향한 존중까지요.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면 축구는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1호골’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토트넘의 새 스타디엄에서 경기를 보게 된다면 골대 뒤편, 북쪽에 앉고 싶다고 한 적 있어요. 물리적 시간적 제약 없이 ‘직관’하고 싶은 경기를 단 하나 뽑는다면  
2:0을 기록했던 독일과의 경기를 팬 입장에서 한번 보고 싶어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러시아까지 날아가는 순간까지 포함해서요. 여러 경기 중에서도 그 경기는 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인생 경기 중 하나예요. 
손흥민은 어떤 사람을 ‘멋지다’고 생각하나요
항상 즐겁게 자신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 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있는 위치에서 재미있게, 즐겁게 일하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죠.
 
 
비행기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롱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비행기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롱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인터뷰가 끝난 이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축구공을 한쪽 팔에 낀 사람들,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거나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로 줄이 길게 늘어선 것. 그 어떤 현장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이런 요청은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는 듯 ‘감사하다’는 말과 미소를 잃지 않는,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선수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건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축구는 결과의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승패에 따라 쉽게 분노하고, 쉽게 힐난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수십 명은 그로 인해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확신한다. 손흥민이 선수로서 지금 지고 있는 무게의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든, 그곳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응원하는 마음을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물론 손흥민은 이런 우려나 걱정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멋지게 날려버리겠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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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패션 에디터 방호광
  • 피처 에디터 이마루
  • 사진가 김희준
  •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 헤어 스타일리스트 엄정미
  • 메이크업 아티스트 강윤진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 어시스턴트 차은향
  • 디자인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