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아가 입은 블라우스는 Paco Rabanne. 심달기가 입은 드레스는 Zimmermann. 한성민이 입은 블라우스는 Iro. 화이트 코튼 드레스는 Prada.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성민이 입은 셔츠와 블레이저, 스커트, 타이즈는 모두 Saint Laurent. 방민아가 입은 벨티드 드레스는 Ganni. 심달기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Prada. 핀스트라이프 톱과 쇼츠는 Ganni by Beaker.
핑크 셔츠는 Alexanderwang. 화이트 쇼츠는 Prada. 삭스 부츠는 Burberry.
〈키스가 죄〉 〈보건교사 안은영〉 〈최선의 삶〉까지 공교롭게도 학생 역을 주로 맡아 왔어요. 실제로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언제나 ‘하이 텐션’인 ‘깨발랄’한 학생이요. 농담 삼아 취했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어요(웃음). 어릴 때 에너지를 다 쏟아서 그런지 지금은 꽤 차분해진 거예요.
아람을 이루고 있는 작은 요소들이 닮았어요. 특히 사고방식이요. 아람은 부정적인 기운으로부터 계속 도망치려는 친구잖아요. 저도 나쁜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밝은 곳으로 도망치곤 했어요. 또 아람처럼 버려진 물건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제 모습과 겹쳐 보여서 신기했어요.
그래서 아람에게 미안하지 않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군요
누군가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아람을 판단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어렵더라고요. 아람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내뱉거든요. 대본에 없는 장면도 상상해 보고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홀로 마음속에 품은 채 촬영을 이어갔어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고 ‘끝까지 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반가웠다고
끝까지 가는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접하기도 쉽지 않고,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최선의 삶〉은 무섭도록 현실적이고, 이야기도 인물도 어느 하나 친절하지 않은데 그런 점이 진‘ 짜’라고 느껴졌어요. 작품을 통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정말 귀한 경험이죠.
영화 속 소녀들의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심달기가 아람 주변의 어른이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저도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오래 고민했지만 어떤 말을 해도 아람이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 튕겨 나갈 것 같아요(웃음). 좋은 어른을 경험해 본 적 없어서 필요 자체를 못 느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람은 자신을 이해하는 어른을 만나면 더 멀리 도망갈 것 같아요.
두 배우와 동고동락하며 촬영했어요. 심달기의 언어로 두 사람을 소개하면
민아 언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척척 해내거든요. 저는 한 가지 일에 꾸준히 몰두하는 걸 어려워하는데, 언니는 집중력과 몰입도가 좋아요. 성민이는 굉장히 영리한 배우예요. 일단 배우로서 가진 얼굴이 정말 좋고, 그걸 본인이 알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특별하게도 가족 모두 연극에 참여한 경험이 있죠. 출연작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나요
그럼요. 〈최선의 삶〉 원작도 부모님이 저보다 먼저 읽었어요. 매번 작품을 보고 관객 입장에서 얘기해 주세요. 언제나 제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셔서 어디서든 나다울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롭지 않아요.
배우로 데뷔한 이후에도 독립영화 스태프로 종종 참여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나는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 정도였어요. 그런데 기회가 연기 쪽으로 닿게 됐죠. 배우 생활이 일반적인 편은 아닌데, 맡는 역할은 일반적인 역할이 많아요. 현장 경험을 통해 다른 직업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또 제가 배우 입장일 때 스태프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도 있고요. 다 떠나서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에요(웃음).
영화 속 소녀들은 모두 각자의 최선을 향해 달려갑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정의는
‘제가 잘할 수 없는 거요’ . 저는 최선의 기준이 남보다 낮은 사람이거든요(웃음).
한성민이 입은 셔츠와 블레이저, 스커트, 타이즈는 모두 Saint Laurent. 방민아가 입은 벨티드 드레스는 Ganni. 심달기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Prada. 핀스트라이프 톱과 쇼츠는 Ganni by Beaker. 블랙 스니커즈 힐은 Miu Miu.
니트 레이스 톱은 Ganni by Beaker. 프린티드 스커트와 펄 네크리스는 모두 Dior. 비즈 링은 Tito.
〈최선의 삶〉으로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서 ‘라이징 스타’를 수상했어요
김고은(〈은교〉), 류준열(〈돈〉), 이주영(〈야구소녀〉) 배우까지 수상자들의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그럼 이건 우리 영화도 재미있다는 신호일까요? 제가 잘했다기보다 극 자체의 힘이 컸어요.
평범해 보이지만 점점 축적되는 상처를 가진 열여덟 살 강이와 처음 마주했을 때 마음에 회오리바람이 이는 느낌이 들었다고요
‘잘 할 수 있겠다’는 마음과 ‘절대 못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동시에 휘몰아쳤죠. 강이처럼 복잡한 감정선을 연기하는 건 해보지 못한 도전이었고, 제 부족함이 영화의 메시지나 장점을 흐트릴까 봐 두려웠어요. 겁은 나는데, 진짜 하고 싶었거든요. 이우정 감독님과 저를 잘 아는 주변 분들이 확신을 줬어요.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결국 흔치 않은 기회를 잡기로 했죠.
청소년 시절의 트라우마나 상처를 다시 떠올리는 과정을 거쳤다고요
그 시절에는 친구가 전부잖아요. 순수할 때는 누구나 실수도 많이 하고, 그것들이 실수가 아닌 최선이라 여겨지기도 하니까요. 관객은 그런 시절의 자신 모습과 비교하고, 또 깊숙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거예요. 서투르지만 예쁘고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요.
이전의 민아는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낯선 얼굴이었어요. 대중의 머릿속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나요
기존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하는 순간 실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일부도 없어질 테니까요. 이전의 저도, 앞으로의 저도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예요. 물론 벗어나고 싶은 적도 있었고, 노력도 해봤지만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일이더군요. 그저 작품에 임할 때마다 어떤 영향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극중에서 허물없는 친구 사이인 세 사람은 실제로도 꽤 친한 것 같아요
〈최선의 삶〉의 세 친구는 서로의 결핍에 이끌려 뭉쳐 다녀요. 그런 허물없는 느낌을 내려고 저희끼리 카페로, 식당으로 영화 밖에서도 엄청 몰려다녔어요(웃음). 살을 부딪히면서 놀다 보니 정말 친해지더라고요. 달기도, 성민이도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요?
시트콤과 드라마, 독립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영화에서는 말 그대로 ‘라이징 스타’로 되돌아갔어요. 다시 원점에서 쌓아가야 할 게 많은 지금의 기분은
좀 슬프게 들릴 수도 있는데, 해외로 작품이 뻗어나가다 보니 해외 팬들은 제가 신인이자 ‘영’하고 ‘라이징’한 존재로 알아요. 엄청 좋았어요(웃음). 데뷔한 지 꽤 됐잖아요. 시간이 참 야속하다 싶었는데 라이징이라니! 아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극배우로 활동이 한창인 소진이나 최근 여러 작품을 끝낸 혜리, 첫 개인전을 연 유라까지 걸스데이 멤버들은 추억에만 머물지 않고 각자의 다음 스테이지를 씩씩하게 밟고 있어요
저희가 좀 그래요. 뭐든 열심히 하죠(웃음). 강하게 컸어요. 예전부터 어디 가서 지지 않았어요. 네 명 모두 응원해 주고, 보고 싶다고 해줘서 기뻐요.
최근 낯설게 느껴지거나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 혹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답다’고 느껴지는 건
점점 떨어지는 체력 때문에 별것 아닌 일에도 예민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요(웃음). 여전한 건 포기를 못 한다는 거! 특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절대 질 수 없죠.
MBC 멜로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방영 또한 시작했어요
강이의 ‘강’자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다른 얼굴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이 함께 나오고, 시청자나 관객에게 180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반응이 재밌을 것 같아요. 가끔 대중보다 제가 더 기대하는 것 같다니까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지만 결국 최선을 다하는 존재가 저더라고요(웃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말을 매일 떠올리죠. 열심히 살고 싶지 않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아이보리 터틀 톱은 Jil Sander. 레더 뷔스티에는 Pushbutton.
아이보리 터틀 톱은 Jil Sander. 레더 뷔스티에는 Pushbutton.
배우로서 〈엘르〉와 만나는 건 처음이죠? 모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텐데
꽤 오랜만에 찍는 화보예요. 그래서 더 떨렸어요. 모델로서는 옷이나 주얼리를 잘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오늘은 배우로서 제 매력, 제가 연기한 소영의 느낌까지 드러내야 하니까요.
회사에 멋진 선배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나도 저렇게 멋진 배우로 변신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스토리가 있는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연기를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요.
예전의 한성민에게 물어봤으면 절대 못 한다고 했을 거예요. 막상 맞닥뜨리고 보니까 잘 맞더라고요. 나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웃음).
열여섯 살의 나이에 데뷔해서인지 성인이 되는 로망이 컸다고요. 기대했던 스물한 살을 보내고 있는지
아쉽게도 그렇지 않아요.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다른 면으로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연기 수업도 열심히 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다양한 작품을 많이 접하는 중이에요. 올해는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해라고 생각하려고요.
극중 소영은 한없이 해맑은 얼굴을 보여주다가도 한순간에 냉한 얼굴로 분위기를 가라앉히죠. 양면성이 있는 소영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소영이가 너무 나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영화는 강이의 시점으로 흘러가지만 저는 소영의 시점으로 보려고 애썼죠. 소영이가 잘못할 때도 있고, 밉게 굴 때도 있지만 저한테는 그냥 열여덟 살 소녀예요. 감정 표현에 서툴고 두려움도 많은 친구요.
촬영 끝나고 후유증이 꽤 길게 이어지더라고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현장에서 인사하고 차에 타는 순간,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오더군요. 정말로 아꼈던 소영이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소영이가 어디서든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뭐든 잘하는 친구니까
“최선만 좇다 보면 문득 주변을 돌아봤을 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어”라고요. 언젠가는 차선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고, 그게 그때의 최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최선의 삶〉의 세 친구는 학교 밖의 세상에서 더 똘똘 뭉쳐요. 서로 보호자가 돼주기도 하고요. 촬영현장에서도 세 배우는 영화 속 친구들과 비슷했나요
언니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제 심리적 지주들이에요(웃음). 촬영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에 각자의 캐릭터가 입을 법한 옷으로 맞춰 입고 함께 신나게 놀기도 했어요. 민아 언니는 강이처럼, 달기 언니는 아람이처럼요. 저는 소영의 트레이드마크인 흰 바지에 데님 재킷을 입었고요. 연기에 있어 제가 하나를 생각하면 둘, 셋을 얘기해 주는 언니들 덕분에 소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어요.
배우로 첫발을 훌륭히 뗐어요. 배우로서 자신만의 강점을 찾았나요
누구와 견줘 봤을 때 특별히 잘하는 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굳이 꼽자면 눈? 주변에서 감정 전달이 잘된다고 말해줘서 눈으로 밀겠습니다(웃음).
눈에 한 표 던질게요(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사람들이 캐릭터의 감정선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극중 인물이 절 보고 “맞아, 바로 그거야”라고 인정할 만큼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후회를 줄이는 거요. 미래의 제가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의 저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만드는 매일이 쌓여서 미래의 제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