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렌, 엑스칼리버 #도겸 마리앙투아네트로 뮤지컬 데뷔한 NCT #도영 까지. 에디터가 실물영접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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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ㅣ NCT 도영, 관람일 7월 20일
2014년 국내 초연한〈마리 앙투아네트〉는 〈엘리자벳〉〈모차르트!〉〈레베카〉로 익히 알려진 ‘빈 뮤지컬’ 계보를 잇는 작품입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의 흐름에 휘말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대기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인물이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기에 허구의 인물인 평민 여성 마그리드 아르노를 등장시켜 극적인 재미를 더하는데요. 도영이 연기한 악셀 폰 페르젠 백작은 ‘M.A’ 라는 같은 이니셜을 공유하지만 상반된 운명을 가진 두 여성의 삶을 지켜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으로 그 개인에 가장 동정적인 동시에, 스웨덴 귀족 출신으로 혁명과 공포정치의 피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위치인 만큼 관조적이기도 하죠. ‘도르젠’ 역시 극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답니다. 화려한 로코코 의상, 1막의 가면무도회 장면을 비롯해 360도 회전하는 무대 연출은 시각적 재미 또한 즉각적으로 충족 시켜줍니다.
로맨틱함의 절정. 1막 가면무도회 장면. 사진출처 EMK
도영은 NCT의 데뷔 멤버인데요. 데뷔곡 ‘Without You’부터 2020년 ‘From Home’까지, NCT127 활동 외에도 NCT U 로서 보여줬던 도영의 보컬적 기량은 첫 뮤지컬 데뷔작에서도 가감없이 발휘됩니다. 7월 17일 첫공 이후 두 번째 무대를 관람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보컬과 연기력을 보여줬어요. 마리의 천진난만함과 페르젠의 현실 감각이 대조되는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 상대 배역과의 화음이 조화로운 ‘나의 눈물’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도르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넘버! 연기 경험이 없음에도 애절한 제스처나 눈빛, 자연스러운 감정 처리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아티스트로서 도영이 얼마나 성실한지를 증명합니다(최근에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을 취득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죠!) 마리 역의 김소현 배우가 “지고지순하고 다정한,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느낌”이라고 평하기도 했던 도르젠. 10월 3일까지 샤롯데 씨어터에서 열릴 예정인 공연은 9월 2일 마지막 티켓오픈을 앞두고 있으니 도르젠을 보고 싶다면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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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ㅣ 뉴이스트 렌, 관람일 8월 8일
사진출처 뉴이스트 공식 트위터 @NUESTNEWS
2004년 국내 개봉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영화 〈헤드윅〉은 수많은 팬들을 양산한 작품입니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베를린 출신의 소년 한셀이 헤드윅이라는 드랙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자아를 통해 자신의 일대기를 무대위에서 그려내는 이 작품은 개봉 당시에도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 ‘Origins of Love’, ‘Midnight Radio’, ‘Angry inch’ 등 강렬한 넘버로 관객들을 단숨에 설득시켰죠. 2005년 국내 처음 개막한 이래 뮤지컬 〈헤드윅〉은 조승우, 조정석, 김재욱, 송창의, 윤도현, 송용진, 오만석, 김동완, 유연석, 변요한 등 내로라하는 배우 및 뮤지션들이 거쳐간 상징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21년 돌아온 〈헤드윅〉에 뉴이스트 렌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데뷔 8년차였던 지난해, 뮤지컬 〈제이미〉로 실력을 입증한 렌은 1995년생으로 사실 헤드윅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어린 나이의 배우입니다. 특히 2005년 초연 멤버이자 이번〈헤드윅〉의 여정에도 함께하는 조승우, 오만석 배우의 연륜을 생각하면 인터미션 없이 헤드윅과 이츠학 두 인물이 두 시간 이상의 극을 끌고 가는, 애드립과 호응이 중요한 콘서트에 가까운 이 극을 렌이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해지는 게 사실이죠. 결론적으로 렌은 자신만의 강점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상처를 딛고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것 같은 희망을 보여주는 헤드윅이라고나 할까요. 긴 팔다리로 무대를 휘저으며 파워풀한 록 보컬과 서정적인 저음을 오가는 렌은 무대에서 ‘보여준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표현력과 활기 넘치는 ‘Angry Inch’를 보고 싶다면 두말없이 렌의 헤드윅을 추천할게요! 공연은 10월 3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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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ㅣ 세븐틴 도겸, 관람일 8월 20일
2019년 성공적인 초연을 마치고 돌아온 〈엑스칼리버〉. 비투비 서은광이 새로운 아더로 합류한 가운데 초연 멤버인 김준수, 카이, 그리고 도겸이 이번에도 함께 한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과 믿음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는 뮤지컬〈엑스칼리버〉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아닐까 싶어요. 혼란을 종식시킬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아더는 물론이고, 양아버지 엑터, 사랑을 받고 자란 아더와 달리 외롭고 학대받은 유년기를 보낸 이복누나 모르가나, 충직한 동료 랜슬럿, 여전사 기네비어, 마법사 멀린과 적의 수장 울프스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무게감을 갖고 극을 진중하게 이끌어 나가며 또렷한 존재감을 발합니다. 적이지만 이국적인 색슨존의 강렬한 춤과 의상도 기존 뮤지컬 무대와 또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요.
2019 초연 때의 겸아더 사진출처: 플레디스
돌아온 엑스칼리버가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주인공 아더를 그리는 방식입니다. 기네비어와의 결혼식 장면을 비롯 주요 장면을 1막 후반부로 옮기며 1막에서는 밝은 아서를, 2막에서는 어둡고 혼란에 빠진 아서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극의 구성이 바뀌며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번 재연을 위해 '찬란한 햇살' '결코 질 수 없는 싸움' 같은 새 넘버를 선보였죠. 1막의 천진한 소년 같은 아더의 모습을 가장 잘 그려내는 아더는 단연 겸아더가 아닐까 싶어요. “엑스칼리버의 내용이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 초반 아더와 후반 아더의 차이점을 잘 보여드리려고 한다”라는 다짐처럼 말이죠. 부드러운 보컬이 장점으로 종종 거론되는 도겸이지만 ‘왜 여깄어’ ‘결코 질 수 없는 싸움’ 같은 강렬한 넘버도 매력적입니다. 엑스칼리버가 꽂혀있는 장소이자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위산 위에 우뚝 선 모습, 커튼콜을 마치고 다시 뛰어올라오는 장면에서는 또한번 성장한 도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초연을 봤던 관객도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2021년 버전 〈엑스칼리버〉는 11월 7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