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가 입은 레드 재킷은 Gucci. 데님 팬츠는 Re/Done by 10 Corso Como Seoul. 김선호가 입은 하이브리드 테일러드 데님 재킷과 와이드 레그 진은 Alexander McQueen. 실버 리파인드 스퀘어 체인 네크리스는 Ille Lan.
화보는 주로 혼자 찍었던 것 같아요. 함께하는 촬영이 어색하지 않을까 괜히 걱정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갯마을 차차차〉 (이하 〈갯차〉)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다 와서 그런지 김선호 씨와 함께한 모든 컷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기분이 들어요.
〈보좌관2〉에서 똑단발을 한 당찬 정치인 선영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2년이 흘렀더군요. 〈갯차〉로 돌아온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따뜻한 이야기거든요. 주연뿐 아니라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다 살아 있어요. 답답한 시기에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연기하고 싶었는데, 시청자들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었죠.
바닷가 마을 공진으로 내려간 치과 의사 윤혜진은 당신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나요
굉장히 솔직하고 인생관도 분명해요. 요즘 사람처럼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목표도 확실하죠. 그러면서도 마음은 약하고 은근히 허당인 친구예요. 본인은 뾰족뾰족 날 서 있고 완벽한 ‘서울 사람’인 줄 알지만요(웃음). 그런 면들이 더없이 사랑스럽죠.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또래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구석이 많은 인물이네요
맞아요. 젊은 여성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연과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그려지잖아요. 지치거나 바다를 보며 사람 냄새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캐릭터가 힘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갯마을’을 표현하는 장면은 포항에서 촬영하고 있죠. 바닷가 마을 촬영현장은 도심 현장과는 또 다른 리듬이 느껴지나요
서울이 정말 더웠잖아요. 포항도 더웠지만, 파란 바다가 눈앞에 있으니 시원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워낙 바다의 짠내나 습한 느낌을 좋아해서 신도 많고 분량도 많지만 씩씩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물론 저는 좋았지만 스태프분들은 야외 촬영이라 너무 힘드셨겠죠(웃음). 지방 촬영이다 보니 같이 한솥밥 먹으면서 동고동락하는 매력도 있어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김선호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듯해요. 홍반장이라는 캐릭터와 ‘찰떡’인가요? 홍반장은 많은 일을 척척 다 해내는 상징적인 캐릭터잖아요
신기하게도 김선호 씨는 뭐든 잘해요. 넉살도 있고 유연하고, 심지어 노래도 잘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다 잘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잘 맞아요. 요즘 친구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배우잖아요. 사랑받을 만한 홍반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사람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는 보조개만큼이나 닮아 있어요(웃음). 촬영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시너지가 잘 맞는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저도 꽤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선호 씨도 조심스럽고 배려가 넘치는 분이에요. 그런 지점에서 서로 추구하는 색깔이 비슷한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서로 배려하며 합을 맞췄고, 점차 친해지면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어요. 늘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줘서 참 고마워요.
극중 두 사람의 ‘썸’과 ‘쌈’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쌈’이 높은 단계죠(웃음). 점점 ‘썸’과 ‘쌈’ 사이로 스며들겠죠?
유제원 감독과 첫 작업이었던 〈내일 그대와〉에서 함께 그려낸 삶의 소중함에 관한 메시지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때보다 좀 더 활기차고 에너제틱한 작품으로 만났네요
두 번째 함께하는 작품이다 보니 서로 어떤 걸 원하는지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워낙 좋은 분이세요. 연기할 때 특히 리액션이 좋아서 배우들이 매번 신나게 촬영할 수 있어요.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는 치과 의사로서 혜진의 사명감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신민아에게도 와닿는 얘기일까요? 요즘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며 직업을 이어가기란 모두에게 쉽지 않으니까요
혜진이 말로는 “나는 돈 많이 벌고 손해 안 보면서 살 거야”라고 해도 기본적인 양심과 품위를 지키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요. 배우도 한 사람이고 또 많은 사랑을 받는 직업이니까 저도 분명 중요시하는 부분이에요. 그런 태도에 대해 고민도 하고요. 사실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잘 모르겠다”고 얘기했지만 누구보다 오랜 시간 무탈하고 여유롭게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죠
사실 시기와 나이의 흐름에 따라 감정 상태도, 목표도 변해왔어요. 몸은 힘들어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얻는 에너지는 행복감을 주기도 했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하다 싶을 만큼 지치는 시기도 오고요. 주기는 늘 반복되니까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할지를 고민하면 되더라고요.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쉬어 보기도 하고. 한쪽 방향으로만 내달리지 않았던 게 오래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신민아라는 길이 원래 정해져 있었던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게 길인지 모른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중시하는 편인가요? 오래 함께해온 스태프들과도 매번 정겨워 보여요
배우라는 직업은 연기하는 재미도 있지만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얻는 재미도 커요. 좋은 사람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작업했을 때 결과물도 항상 잘 나와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어떤 타입의 사람들인가요? 신민아가 의지하거나 신뢰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제 주변에는 대체로 배려가 많고 타인에게 조심스럽고 예의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어울리게 돼요.
어느 순간부터 희망찬 삶의 이야기나 굳은 신념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있어요. 〈내일 그대와〉의 마린, 〈보좌관〉의 선영, 〈갯차〉의 혜진까지 꽤 인간적인 캐릭터에게 이끌리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세 캐릭터 모두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들이에요. 스스로 얼마나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지, 그들의 내면을 밖으로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 판단하죠. 특히 대사와 행동이 실제 제 생각과 많은 부분 일치하는 인물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리더라고요. 그래야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
반면 스크린에서는 처음 도전한 스릴러 〈디바〉의 다이빙 선수 이영처럼 배우로서 극한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걸 즐기기도 하죠
영화는 장르도 다양하니 새롭거나 과감한 캐릭터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한 매체이다 보니 더 많은 세대를 아우르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드리려 하고요.
최근 발견한 자신의 낯선 모습 혹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 있다면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쑥스러운 상황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거요.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건 여전하죠(웃음). 변한 부분은 점점 마음속에 있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놓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사람들과 친해지거나 편해지면 그래요. 근데 쑥스러운 건 또 여전해서 얼굴은 빨개진 채로….
신민아에게도 갯마을로 훌쩍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것들이 당신의 갯마을이 돼주나요
그럴 땐 여행 다큐멘터리를 봐요.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가만히 틀어놓으면 제대로 힐링되거든요. 온전히 홀로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놓인 시간도 좋아요.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내가 나로 돌아와 있는 상태인 거죠. 사실 호기심이 많아 쉴 때 이것저것 취미로 할 만한 것도 배워봤는데 오래가진 않더라고요(웃음).
지금처럼 지치지 않으면서 신민아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사실 연기 생활하면서 이 일과 제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요. 힘들 때도 있고, 맞지 않는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래도 그 속에서 즐거운 것을 찾으면 그런 생각은 잊히고 재미에 시간을 온통 빼앗겨버려요. 그럼 잘 맞는 건가? 하하. 재미가 앞서는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배우에게는 매 작품으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죠. 신민아가 〈갯차〉로 구하고 싶은 것은
생활 속의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어요. 제 또래이자 왠지 속마음을 다 알 것 같은 그런 여자에게 다가가면 마음이 더 건강하고 튼튼해질 것 같았어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밝음에 끌렸던 이유 그대로 즐기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촬영하는 게 사소하지만 큰 목표입니다.
헤링본 롱 코트는 Alexander McQueen. 패치 디테일의 베스트는 Dolce & Gabbana.
신민아가 입은 블랙 재킷과 스커트,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어링은 Dior. 김선호가 입은 화이트 실크 더블 수트 세트업은 Wooyoungmi. 화이트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Boss Men. 블랙 레이스업 슈즈는 Celine Homme. 진주 목걸이는 Vintage Hollywood.
신민아가 입은 화이트 셔츠는 Enfold by Eli'den. 브레이슬렛은 Xte. 이어링은 Hyères Lor. 김선호가 입은 다크 그레이 핀스트라이프 재킷은 Dolce & Gabbana. 터틀넥 니트 톱은 Tod’s.
블랙 원피스는 Rochas. 이어링은 Dior.
신민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전히 말갛고 윤기 어린 피부는 프리즘 리브르 스킨-케어링 글로우 파운데이션, N95를 발라 빛을 머금은 듯 연출한 뒤 부드러운 벨벳 텍스처의 르 루즈 쉬어 벨벳, N27 루즈 앙퓨제로 입술 전체를 차분하게 물들였다. 여기에 로즈 퍼펙토, N1 핑크 이레지스터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발라 사랑스러운 보조개 미소를 강조했다. 사용 제품은 모두 Givenchy Beauty. 블랙 브이넥 오버사이즈 니트 톱과 옐로 더블 패치 포플린 셔츠, 옐로 실크 타이, 블랙 장갑은 모두 Prada. 블랙 레더 팬츠는 Recto.
〈갯차〉 촬영이 한창이죠. 조금 지쳐 있을 줄 알았는데, 기분이 좋아 보여요. 작품 촬영 중에 오히려 텐션이 오르나요
그런 편이에요. 노력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자꾸 힘내라고 기프티콘 같은 걸 보내주네요. 제가 하도 웃고 있으니까, 웃음이 좀 수상하다면서(웃음).
〈스타트업〉과 〈갯차〉 사이를 꽤 바쁘게 달렸어요
그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져요. 눈 깜빡하니 〈갯차〉를 찍고 있는 것 같아요. 연극 〈얼음〉 공연을 했고, 태어나서 처음 광고도 찍어봤어요. 음원 ‘너라는 이유’를 내고, 뮤직비디오도 촬영하고. 다양한 자극이었죠. 눈뜨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어요.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 싶어요. 하루가 정신없이 가요.
〈엘르〉 싱가포르 커버를 비롯해 여러 매거진의 커버 스타가 되기도 했죠. 생애 첫 화보 때는 너무 긴장해서 이명까지 들렸다고요. 요즘은 이런 일도 편안하게 즐기나요
화보 촬영을 대사나 지문 없이 이미지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딴에는 화보 경험이 좀 늘었다고, 만났던 분들을 다시 보는 일도 꽤 있어서 많이 편해졌죠. 오늘처럼요. 드라마로 넘어와 연기한 지 4~5년쯤 되는데, 제 얼굴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느껴요.
오늘 화보에선 약간의 일탈을 했어요. 평소 잘하지 않던 액세서리도 여럿 해봤는데
원래 액세서리를 좋아했어요(웃음).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거의 안 해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귀고리를 하면 몇 배, 팔찌나 목걸이를 하면 몇 배 외모가 괜찮아진다는 얘기 아세요? 그걸 믿었던 거죠(웃음). 패션을 잘 모르니까 어떻게 해야 조화로운지는 잘 모르고. 오늘은 팔찌 두 개에 목걸이 하나 했으니까 대략 몇 배쯤 괜찮아졌겠지 하고. 좋아하는 게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더라고요.
좋아하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배역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지금의 이미지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나요? 거칠고 위험한 캐릭터랄지
있죠. 결이 거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가진 스펙트럼에서 조금 확장된 배역이 있다면 욕심낼 테지만, 저와 완전히 다른 연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래요. 대학교에서 재미있는 내용의 연극을 할 때 너무나 웃기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연구했죠. 웃기기 좋은 타이밍과 센스를. 같은 작품에 같은 배역을 연기한 다른 친구가 있었어요. 타고난 목소리와 말투, 체격, 템포, 제스처 모두 그 친구가 저보다 그 캐릭터에 더 가까웠어요. 그때 ‘타고나는 게 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각자에게 타고난, 그만의 바이브가 있다는 거죠. 리듬 같은 것
바이브! 맞아요. 그건 받아들여야 해요. 한계라는 게 분명 있다는 걸 저는 일찍부터 느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 그런 마인드가 보이기도 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잘 아는 사람이 한 걸음씩 영역을 확장해 온 것 같아요. 이리 뛰고 저리 뛰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갯차〉의 홍두식은 지금의 김선호가 조금 거칠어진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 같기도 해요
정말 그래요. 극중 배경인 공진은 바닷가 마을이에요. 어디든 바다를 끼고 있죠. 와일드한 모습이 안 나올 수 없어요. 복장이나 배경도 그렇죠. 게다가 모든 대사가 바닷가 앞에서 이뤄지거든요.
늘 어선을 타고 있는 사람은 목소리가 절대 작지 않다고 해요. 굵고 짧고 크게 내지르죠. 효율을 높이기 위한 거예요.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뚫고 말을 전해야 하니까. 공진에서도 늘 파도 소리가 들려요. 그러니까 “할머니!” 하고 저 멀리 있는 사람에게 던지듯 목소리를 내게 됐죠. 모든 캐릭터에게는 그들의 삶이 담긴 목소리가 있는 법이니까요.
타고난 배우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본능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은 아예 대화법이 달라요. 그들은 그냥 역할이나 상황에 빠져서 연기하면 된대요. 코앞에서 그렇게 연기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대단한 거예요. 하지만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는요? 그 순간에 이미 저는 그와는 다른 상태란 거죠(웃음). 누군가의 경험과 학습된 결과를 체화하려는 노력이 제겐 필요하더라고요.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갯차〉를 찍고 있죠. 포항과는 잘 맞나요
가는 곳마다 힐링이에요. 눈만 뜨면 바다가 펼쳐지죠. 이 장소가 주는 기쁨을 즐기고 있어요. 휴일인데 서울 올라가기 애매하면 마스크 끼고 밀린 세탁물 들고 털털 걸어서 세탁방에 가요. 그러면서 동네 한 바퀴 돌고요.
홍두식이라는 캐릭터를 체화하면서 즐기고 있는 면도 있을까요? 흥미로운 인물이잖아요
홍두식이 누구에게 존댓말을 잘 안 해요. 저 태어나서 누구한테 반말을 선뜻 해본 적 없거든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요. 그러니 처음엔 반말로 대사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젠 좀 익숙해져서 홍두식만의 바이브를 약간 즐기고 있어요. 그리고 자유로워요. 홍두식을 촬영하면서는 머리가 새집을 지어도 ‘오케이!’가 나요. 옷깃이 바람에 뒤집어져도 그냥 가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홍반장 캐릭터 너무 매력 있죠. 저는 일단, 했어요. 그냥 하고 있습니다. 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자기 확신이 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지
무게감을 느껴보지 못한 적은 없어요. 언제나 의심스러워요.
〈갯차〉에서 상대역인 혜진은 솔직하고 적극적인 여자예요.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서서히 가까워지고 좋아하게 되겠죠. 두식이 혜진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
두식이가 혜진에게 정말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알아. 다 아는데, 여기는 좀 달라.” “알아. 다 아는데. 그래도 이게 낫지 않겠어?” 드라마의 전사를 떠올려본다면, 사실 둘은 되게 닮아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것도, 각자가 가진 것에서도. 거기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성별을 떠나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용기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겐 촬영 때 다시 찍자는 말을 못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냥 “감독님, 저 방금 실수했거든요. 다시 해볼게요” 하면 될 텐데 말이죠. 혜진이는 제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말을 하는 인물이에요. “왜? 나는 한 번도 의사로서 프라이드를 잃어본 적 없는데?”처럼. 용기 있고 멋진 자신감이죠. 실력과 능력에서 오는. 그런 면이 정말 매력 있어요.
실제로도 굉장히 솔직하고, 사랑스럽고, 소녀 같은 면이 있어요. 촬영 중에 한 번도 인상 쓴 모습을 본 적 없어요. 미간을 찌푸린 적도 없죠. 그릇이 큰 사람인 것 같아요. 이번 촬영과 동시 진행된 스케줄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혹시나 지쳐 보일까 봐 자꾸 웃고 헛소리를 했거든요(웃음). 그런 걸 누나가 다 받아줬어요. 드라마 끝날 때쯤 꼭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알바’의 달인인 홍두식은 모든 걸 최저 시급으로 계산하죠. 그에겐 그게 절대적 기준이에요. 김선호에게도 그런 게 있나요? 두식의 최저 시급 같은 기준요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의 평가요. 제가 하는 모든 일에 기준이 돼주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평가가 나에겐 가장 가깝게 다가와요.
사람들이 김선호 하면 떠올리는 ‘무해한’ 이미지는 당신의 태도에서 오는 것 같아요. 꾸준히 경청하고 공감하는 사람이죠. 태도 면에서 자신의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혹은 무기가 돼야 한다고 여기는 게 있나요
이것도 대학 때의 일인데요. 어느 수업에서 연기 품평회를 하는 날이었어요. 그날 제가 좀 못했어요. 품평 시간에 제 차례가 됐는데 교수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너는 스타가 될 수도 있어.” 다 맞춰주고 융화되는 인간이라는 걸 아셨더라고요. 희한하게 그런 애들이 뭔가 돼 있더라면서 “그러니까 너는 뭔가가 되지 않을까?” 하셨죠. 저는 상극인 사람에게도 상극인 티를 안 내요. 상대방에게 다 맞춰줄 수 있어요. 물론 진심으로 즐거워할 일은 없겠지만요(웃음).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본다면, 지금까지의 줄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게을러서 많은 걸 배우진 않았거든요. 연기 하나만 했어요. 이걸 포기하지 않은 거요. 또 후회하지 않은 것. 저는 지난 순간에는 후회가 없어요. 그리고 지금요.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 뭔가를 해드릴 수 있고, 함께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 지금이 좋아요. 저는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고, 요즘은 연기 욕심도, 생각도 많아진 상태예요. 하지만 가족과 함께 나누는 순간들 덕분에 지금을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 얼마 전에 행복했던 때가 있었네요. 처음으로 따릉이를 타봤어요(웃음). 한 시간 반쯤 걷다가 우연히 타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스커트, 네크리스, 이어링은 모두 Dior. 슈즈는 Roger Vivier.
신민아가 입은 레드 재킷은 Gucci. 데님 팬츠는 Re/Done by 10 Corso Como Seoul. 김선호가 입은 하이브리드 테일러드 데님 재킷과 와이드 레그 진은 모두 Alexander McQueen. 실버 리파인드 스퀘어 체인 네크리스는 Ille 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