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고등래퍼3〉 우승 직후였죠. 2년 만이네요. 꾸준히 지켜보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참 한결같구나’였어요
너무 듣기 좋은 말인데요? 처음 같은 마음을 지키고 있다는 거잖아요. 부정적으로 보자면 항상 비슷하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그간 다방면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확실한 칭찬같이 느껴집니다.
그럼요. 이영지라는 캐릭터가 완전히 구축됐는 걸요
저도 사람들에게 저를 직접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로 느껴져요. 제 랩 스타일이나 태도, 성격과 말투를 사람들에게 알리다니 엄청난 경험이죠.
플로럴 패턴 드레스와 레이어드한 터틀넥 톱, 란제리 스커트, 더블 프레임 백, 시어링 버클 뮬, 양말은 모두 Coach.
하다못해 ‘본죽에 가면 낙지김치죽에 치즈 토핑을 하라’는 레서피까지 이영지 이름으로 공유되니까요. ‘Z세대 아이콘’이라고 불리면서요(웃음)
미디어에서 하도 그렇게 부르니까 뭐가 Z세대다운 것인지 고민도 해봤어요. 하지만 절대다수의 제 또래는 그런 세대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단편적인 것, 기껏해야 내일의 행복 정도까지만 생각하죠. 위험 부담을 덜 따진다는 점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한데, 다른 세대도 자신의 10~20대 때는 그러지 않았을까요? 단지 지금처럼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현하고 드러낼 수단이 없었을 뿐.
개인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일주일 - 5kg 다이어트 브이로그’는 업로드되자마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등극했습니다
워낙 레드오션인 시장이다 보니 제게도 브이로그는 시도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기대 반, 긴장 반이었는데 반응이 아주, 워후!
전혀 능숙하지 않습니다! 숨쉬기 운동이 가장 편하고요. 감량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강박이 생기고 운동 자체가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체력을 증진시킨다는 느낌으로, 개수를 늘리고 신체의 변화를 즐기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화면에 어떻게 비치는지 전혀 개의치 않기도 해요. 턱에 붙인 여드름 패치까지 전부 보일 정도죠. 인스타그램 필터로 도배된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저는 그 이유를 묻는 이유가 더 궁금해요. 제게는 너무 당연하거든요. 워낙 ‘갈 때까지 간’ 모습을 많이 보여서인지 실제로 저를 처음 만난 분들은 실물을 칭찬하는데, 그럼 괜히 이긴 기분도 들고(웃음). 외형적인 평가를 듣는 게 좋다는 게 아니라 그런 반응 자체가 재밌더라고요.
오버사이즈 시어링 코트는 Coach x Schott NYC. 퀼팅 장식의 프린트 티셔츠와 란제리 스커트 위에 레이어드한 에이프런 스커트, 시그너처 자카르의 소프트 태비 숄더백, 핑크 컬러 시어링 크로그, 레깅스, 양말은 모두 Coach.
시어링 코트와 퀼팅 장식의 프린트 티셔츠, 체크 패턴의 파자마 팬츠, 허리에 두른 플란넬 파자마 셔츠, 블루 컬러 시어링 크로그, 네크리스, 양말은 모두 Coach.
그야말로 ‘진짜 나를 보여주는 용기(Courage to be real)’네요. 마침 오늘 함께 촬영한 ‘코치(Coach)’의 주요 가치이기도 해요
정말요? 확실히 용기를 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진짜 자연스러운 나, 본연의 나를 당당하게 보여주는 게 멋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아주 최근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파스텔 톤 그리고 가감 없이 ‘쨍’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귀여운 요소들도 보이고요. 비록 이제 겨우 365일 트레이닝복을 입는 데서 벗어나 ‘깨작깨작’ 옷을 좀 걸치고 있는 중이지만(웃음).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긴 합니다
지금의 핑크 컬러는 원래 전소연 님의 ‘삠삠’(Beam Beam)’ 뮤직비디오 출연 때문에 임시로 시도했던 거예요. 그런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진짜로 염색해 버렸죠. 빨강과 파랑, 대한민국 컬러도 언젠가 해보려고요.
전소연과는 ‘Is this bad b****** number?(Feat. 비비, 이영지)’도 함께했죠. 〈힙합걸Z〉와 〈굿걸〉에도 출연했고, 여성 힙합 아티스트들과 교류도 활발해 보입니다. 소연 또한 영지한테 곡을 제안하며 ‘여성 힙합 역사에 남는 곡을 만들어보자’고 했다던데
여성 아티스트들과 의기투합하는 건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할 거고요. 다만 개인적으로 ‘여성 힙합’이라는 표현은 덜 의식하려고 하긴 해요. 오히려 힙합 내에 ‘여자 힙합’이라는 종목이 사이드처럼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내가 미친 듯 잘하면 같이 커질 판이라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받은 고민 상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대답을 통해 소크라테스라는 별명까지 얻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상담에 임했나요
제가 평소 고민하고 있던 내용이면 바로 답이 나오고요. 어떤 답변은 20분 정도 심사숙고할 때도 있어요. 저는 그 답변들이 이렇게 화제가 된 것도 의아해요. 제 주변에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제게 준 경험이 누적돼 있었는데, 그게 뭔가 통달한 것처럼 보였나 봐요. 하지만 저도 제 답변처럼 살지는 못한답니다.
방송을 보니 사랑과 연애 이야기가 나올 때는 아이 같은 호기심이 폭발하던데
연애는 항상 관심 가는 소재예요.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음악들이 정말 많잖아요. 저 또한 그런 감정을 곡에 담고,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연애를 너무 해보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하고 싶다고 ‘뚝딱’ 되겠습니까. 사람과 사람이 짙게 교감하는 일인데.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고, 주변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울 오버코트와 레트로풍의 1930’s 드레스, 레이어드한 터틀넥 톱과 란제리 스커트, 시그너처 자카르 패턴의 더블 프레임 백과 블랙 컬러의 더블 프레임 백, 블루 컬러 시어링 크로그, 양말은 모두 Coach.
오트밀 컬러의 터틀넥 톱과 체크 스커트, 더블 프레임 백, 시그너처 자카르 패턴의 플랫폼 샌들, 양말은 모두 Coach.
항상 거침없어 보이는 당신도 망설이며 시도했던 일이 있나요. 그래도 결국은 용기 내길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요
항상 그렇죠. 〈고등래퍼3〉도 무턱대고 지원했다가 ‘잭폿’이 터진 거니까요. 할 줄 아는 것을 찾으며 스스로를 믿어가는 단계에 있는 거지, 두려움은 항상 갖고 있어요. 성과가 클수록 어깨도 무거워지잖아요. 전 진짜 일이 잘 풀릴 때 의심 없이 자기 확신을 갖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완전 추진력을 제대로 받는 사람들 있잖아요.
저는 그런 용기까진 없어요. 계속 잘되다 보니까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객관화하기도 어렵고요. 그런 두려움을 껴안되, 처음의 패기는 잊지 않고 나아가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다행히 주변에 솔직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저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고민이나 어두움, 우울한 감정을 작업을 통해 해소하기도 하나요
음, 우울감이나 불안, 고민을 음악에 압축해 두면 나중에 들었을 때 트라우마를 다시 건드리는 것 같아 좀 버겁더라고요. 곧 발표할 신곡에서는 조금 더 가볍게 듣기 좋은, 제 보컬을 느낄 수 있는 곡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마음이야 항상 갈팡질팡하지만.
2020년 1월에 발표한 ‘왈가’를 다시 들으니 “걱정을 빙자한 모든 것들이 난 너무 버거워”라는 가사를 당시 무슨 마음으로 썼을지 궁금하더군요. 지난번 만났을 때 저도 ‘오지랖’을 부렸던 것 같기도 해요
‘나는 지금 완전 잘하고 있는데, 잘한다는 칭찬만 들어도 피곤한데 왜 다 나한테 난리지?’ 그때는 진짜 이렇게 생각했어요. 지금은 약간 마음가짐이 바뀌었죠. 관심을 갖고 유심히 봐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더라고요. 이런저런 평가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으면 빼먹고, 불순물은 거르면 되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DM으로 무분별한 혐오 발언이 오면 ‘맞짱’도 떴어요. 정당한 비판이 아니니까. 너무 억울하니까! 그런데 그런 사회악은 제가 대응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고요. 저는 이렇게 정신 승리를 할 수 있지만, 또 순수하고 여린 사람들이 다치고 아파하는 걸 보면 마음 아프죠.
〈컴백홈〉 시즌1을 함께했던 유재석 씨가 ‘영지는 스펙트럼이 넓다’고 여러 번 말했어요
진짜 경이로운 분이에요. 옆집에 살 것처럼 현실적인 동시에 대단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 해내시거든요. 지금 제가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는 데에는 선배님이 저한테 “너는 너무 잘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라고 격려해 주신 이유도 있어요. 그분이 그렇게 말하시니까 진짜 그래도 될 것 같더라고요.
완전 공인인증서죠(웃음). 저도 사람이고 어리니까 당연히 삐끗하고 어쩌면 파렴치한 실수도 할 수 있겠죠. 혹시 그런 일이 생겨 질타를 받더라도 그로 인해 배우고 바뀔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요. 부끄럽지 않게.
공룡 자수가 새겨진 렉시 스웨터와 레이어드한 체크 셔츠, 체크 패턴의 스커트와 에이프런 스커트, 오리 자수가 새겨진 시그너처 자카르 로그 백과 반으로 접어 든 리사이클 토트백, 레깅스는 모두 Coach.
강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본인을 ‘나무’라고 표현했어요. 스스로 심지가 있고, 뻗어나갈 잔뿌리가 많은 사람이라는 걸 언제 확신했나요
‘올웨이즈(Always)’입니다. 그 심지가 두루마리 휴지의 심지처럼 두꺼워졌다가 풀렸다 할 뿐이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 확신이 저라는 사람을 계속, 진짜 계속 만들어요. 교만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항상 난 ‘쩌는 놈이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고 살아요. 그렇게 믿고 있어야 고난이 찾아와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귀엽고 섹시하고 멋진 나에게 감히?’ 같은 마음으로.
한창 준비 중이라는 이모티콘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은 문구네요(웃음). 직접 제작한 스마트폰 케이스의 수익금 2억4000만 원을 전액 기부한 굿즈 장인의 실력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진짜 제가 쓰고 싶은 걸 만들려고요. 한편으로 제 얼굴을 쓰는 건 너무 ‘짜치는’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