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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휴가, 자랑해도 되나? 5개의 휴가 타입 중 당신의 유형은?

스테이케이션? 호텔에서 워케이션? 아니면 비밀스럽게 해외로 떠나버려?

BY이마루2021.08.23
 
모두가 기다려온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인구가 밀집한 도심을 벗어나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 없는 숲속의 캠핑장이나 탁 트인 해변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계절. 그동안 어디에도 가지 않고 1일 1팩과 ‘홈트’로 나를 가꾸며 보냈던 인고의 시간에 대한 결실을 거둘 때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여전히 떠나기는 불가능하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금, 풀 파티 사진이나 ‘예전의 월정리가 아니네’ 같은 문구를 SNS나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올렸다가는 생각이 있는 거냐는 은근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 섬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즐긴 킴 카다시언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생각해 보길! 그렇다. 달라진 세상은 우리의 휴가 방식도 바꿔버렸다. 이제 여행과 휴가를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드러내야 할지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하지만 루프톱 수영장의 바비큐 파티를 자랑할 수 없다면, 혹은 시시각각 바뀌는 숙소의 풍경을 업로드할 수 없다면 폭등한 숙박비와 각종 검사에 돈과 시간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을까? 휴가를 즐기고 싶은 욕구와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이 상충하는 지금, 새로운 여행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당신의 여행 자아는 어떤 타입인지, 다음 중에서 골라보길.  
 

Persona 1 집만 아니면 돼, 스테이케이션

집 근처나 생활 반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보내는 휴가를 의미하는 스테이케이션. 확 줄어든 해외 여행자로 인해 한산해진 명동 혹은 남대문 주변의 작은 호텔이나 북스테이 펜션을 예약해 둔 당신은 이런 결정을 내린 자신이 자랑스럽다. 다소 허름해 보이는 카페나 식당은 ‘좋아요’를 받을 만한 핫 플레이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마음을 열고 들러본다. 이런 나의 한 걸음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호텔 주변의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를 진행 중인지도 체크해 보고, 왠지 여름을 맞은 시청 앞 분수도 새롭게 보인다. 하지만 이런 당신의 에코백에는 지난해 초 여름휴가를 꿈꾸며 샀던 포틀랜드 여행 에세이가 들어 있다. 지금의 시간은 언젠가 돌아올 영광의 미래를 위한 웅크림일 뿐이다.
 

Persona 2 혹시 첩보원? 비밀의 해외파

몰디브와 푸켓이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입국 시 자가 격리 기간을 제한한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접수하고, 스페인과 한국 사이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안전권역)’ 체결 소식에 심장이 뛰는 당신. 오랜 집콕 생활 덕분에 몰디브 5성급 리조트에 묵을 돈도 충분히 모았다. 머릿속은 온통 해외로 떠날 생각뿐이지만 이런 호화로운 계획을 동네방네 떠드는 것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당신은 아무도 모르게 떠날 생각이다. 몸이 안 좋아 한 달짜리 병가를 냈다거나, 당분간 집과 헬스장, 명상 센터를 오가며 몸과 마음을 보듬을 예정이라거나… 핑계는 준비됐다. 선글라스와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채 공항에 들어선 당신은 곧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는 몰디브의 일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 비록 프라이빗 비치에서 함께 리조트 조식을 나눠 먹은 거북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을 슬프게 하더라도.
 

Persona 3 일과 휴가를 한 번에, 워케이션

탄력근무제 규정을 확대한 회사에 일단 감사한다. 어디에서든 업무가 가능한 시대에 적극적으로 역량을 발휘해 보자는 사측의 말이 양양 바다로 향하는 렌터카 조수석에서 일하라는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업무 ‘카톡’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답하고, 시간 맞춰 이메일을 회신하는 것만으로도 관리자에게 당신은 항상 ‘일하는 중’이라는 인상을 준다. 지금 내가 호텔 스파에서 발 마사지를 받으며 스프레드시트를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들키고 싶지 않다. 혹시 갑작스럽게 다음날 미팅이라도 잡힌다면? 갑자기 맞게 된 잔여 백신 후유증을 핑계로 반차를 내고, 그 사이 재빠르게 이동하면 된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도한 첫 워케이션의 성공 이후 당신은 생각한다. 거리 두기와 재택 근무가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고 이 방법을 써먹겠다고!
 

Persona 4 좌절한 트렌드세터

방콕이 아닌 치앙마이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모두가 에펠탑이나 사그라다 파말리아 앞에서 인증 샷을 남길 때 일찌감치 베를린이나 포르투를 공략했던 당신. ‘핫’해지기 직전의 여행지를 선별해 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지만 코로나19는 그런 당신조차 ‘일반인’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게 만들었다. 이제 다시 여행 트렌드를 선도해야 할 때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SNS에 올리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로컬’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친환경적인 곳. 물론 고위험국 목록을 조사하고 백신허가완료증을 받고, 이런저런 검사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 위기 상황이 라이벌보다 더 빨리 새로운 곳으로 향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래도 ‘아직은 국내 여행지에 만족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면 ‘스테이폴리오’에 접속해 더 낯선 장소에, 더 멋진 숙소가 새로 생기지는 않았는지 열심히 검색해 본다. 매달 1일에 열리는 숙소 예약 신청이 이렇게 빨리 마감된다는 사실, 나 같은 트렌드세터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하면서.
 

Persona 5  인스타그램 순례자

미안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백신 접종 이야기가 아니다. 올여름이야말로 꼭 영도의 루프톱 카페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 샷을 남기고 말 테다.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나 그 카페에서 파는 크로플 맛이 유난히 끝내주기 때문은 아니다. 소망은 하나. 그 장소 그 시간에 있는, 내 모습을 영원히 박제하는 것! ‘가오픈’ 기간 사진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왔을 때부터 4개월이나 억눌러온 이 욕망은 당신을 존재론적 한계점까지 몰아붙였다. 근처 계단을 따라 그려진 벽화 길, 천사의 날개 앞에서도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대체 해외로는 언제 떠날 수 있는 걸까? 제니와 로제가 안토니 바카렐로의 아이 선물을 사기 위해 들렀다는 LA 쿠튀르 키즈 매장의 시크한 벽 앞에서 인증 샷을 남길 최초의 지인은 누구일까? 혹시 내가 될 수도 있을까? 어쨌든 성지 순례의 결과 모처럼 채워진 새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니 잃어버렸던 나라는 퍼즐 조각을 다시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