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내가 키운다〉 포스터 속 김나영과 두 아들 @JTBC
제 주변 사람들은 다 김나영을 좋아합니다. 아니,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하는 모든 여자들이 그의 팬이 된 것 같았죠. 그의 인스타나 유튜브를 팔로우하지 않던 저로서는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 김나영의 영향력을 ‘풍문’으로 접했을 뿐. 비로소 김나영이란 사람을 알게 된 것은 최근 방송을 시작한 JTBC 〈내가 키운다〉를 통해서 입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 연예인들의 육아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첫 회에서 김나영이 과거를 회고하며 덤덤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는 진행자 채림을 비롯해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말았죠.
“사실 되게 숨고 싶었어요. 그런데 숨을 수가 없잖아요.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방송 일이 아니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낸 거죠. 이겨내야 하니까.” 엄마이기에 용감해질 수밖에 없었던, 6살 신우와 4살 이준이를 돌보는 그의 모습은 솔직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고된 일상 속에서 짜증 내거나 한숨 쉬는 일 없이(세상 엄마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겁니다), 온 몸으로 신나게 놀아주고 뚝딱뚝딱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이는 엄마. 침실 벽면을 두 아이가 자유롭게 스케치북 삼도록 해주고, 어떤 순간에도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아이들의 마음 헤아리는 걸 잊지 않는 다정한 엄마 김나영.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 멋진 엄마, 용감한 여자 김나영.
2005년 방송계에 데뷔한 그는 쾌활한 모습으로 각종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초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가볍고 웃기는’ 이미지가 부각되면서(내성적이고 낯 가리는 실제 성격과 달리) 정체성 고민에 빠졌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바로 2013년. 온스타일 〈스타일 로그〉 촬영 차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해 현지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고, 그 이후 ‘패션’은 김나영과 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죠. 새로운 나를 보여주고자 열정적으로 트렌드를 익히고 삶의 관심사를 확장한 그는 차츰 사람들의 호감과 관심을 얻는 ‘인플루언서’가 됐습니다.
드디어 구독자 59만을 자랑하는 〈노필터 TV〉에 접속하고 콘텐츠를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강원도 어딘가 캠핑장에 머물며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 주근깨가 드러난 맨 얼굴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브이로그 영상들은 절로 웃음이 흘러 나옵니다. ‘입어만 볼게요’는 김나영의 매력이 듬뿍 느껴지는 패션 콘텐츠입니다. 특정 브랜드 매장을 방문해 옷을 입어보는, 어쩌면 평범한 포맷이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김나영만의 탁월한 패션 센스와 재기발랄한 입담, 즐거운 에너지가 시선을 붙듭니다.
김나영의 콘텐츠가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건, 무엇보다 친근하고 편안하다는 것. 아무리 값비싼 명품 의상을 입고 있더라도 위화감이나 자기과시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음식이든 옷이든 인테리어든,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스며들어 있으며 진솔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김나영의 마음이 묻어납니다.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며 정기적으로 유튜브 수익을 공개하고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선행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줏대 없고, 잘 울고, 속 얘기 잘 못하고, 숫자 개념 없고, 결정 잘 못하고, 쉽게 흥분하고, 쉽게 행복해지는 여자.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살짝 즉흥적인… 좀 문제가 있는 여자! 그러나 매일 매일 멋지게 살고 싶어 애쓰는 여자. 당신이 알고 있는, 아니 사실은 당신이 전혀 모르는 여자.”
2015년, 패셔니스타로 부상했을 즈음 김나영이 펴낸 에세이 〈마음에 들어〉의 저자 소개글입니다. 2021년, 다시 펼쳐본 책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나’가 되고 싶은, 멋진 여자가 되고 싶은 서른다섯 김나영의 고민들로 가득합니다. 그랬던 그가 시간이 흘러 이렇게 단단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있다니.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아픔을 겪는다고 해서 누구나 성장하는 건 아닙니다. 김나영의 성장은 흔들리는 인생 속에서 그가 놓지 않았던 수많은 고민과 노력, 도전, 용기에 대한 결과일 것입니다. 〈내가 키운다〉에서 김나영은 말합니다. “지금이 제 인생의 전성기 같아요. 일도 잘 되고 있고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부디 좋은 사람 김나영에게 찾아온 전성기가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