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교동 껀수네 포차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삼삼은구 밴드. 술에 흠뻑 취해 음악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좀 진지한 대화를 해보려 하지만, 그들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3대 기타리스트 있잖아?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그리고 또 뭐드라?", "김태원이던가?" 옆에서 민기와 수의 대화를 묵묵히 듣던 윤제문이 버럭 화를 낸다. "무슨 김태원?", "제프 백이지!" 또 그들이 '에이프릴'이 누구의 곡인지 헷갈리자 "에이프릴은 딥퍼플의 명곡 중에 명곡이야!"라고 소리지르며 폭발한다. 아무리 봐도 이 남자는 젊은 친구들과 안 어울린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모여서 밴드를 한다니! 정말?
이곳은 영화 <위험한 흥분>의 현장이다. '버럭' 윤제문의 포스는 음악의 달인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다. 남몰래 음악 공부를 좀 하셨나? 놀랍게도 무대에서 직접 연주도 하고, 온몸을 뒤흔드는 강렬한 퍼포먼스 보여주신다.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성준 역할을 맡아 연일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키고 있는 윤제문은 인디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아 일탈을 꿈꾸고 있다. 어딜 봐도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생긴 배우가 악기를 잡은 것만으로 이미 사건이다. 밴드 친구들만 촬영하는 동안, 윤제문은 껀수네 포차를 빠져나와 동네를 산책했다. 어슬렁어슬렁 영역 표시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 예비역 고참처럼 느리게 움직이더니, 구멍 가게에서 슬그머니 떡볶이를 사왔다. 손수 떡볶이를 이수씨개에 꽂아서 스태프들에게 나누어 준다.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재현?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거 먹어 봐!" 아이처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떡볶이를 보더니 한 마디 '툭' 던진다. "난 세상에 이렇게 맛 없는 떡볶이는 처음 봐", "이런 게 있냐, 한번 먹어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절대 맛있어서 같이 먹자는 게 아니었다. 개그콘서트에나 나올 유머를 천연덕스럽게 펼치고 있었다. 의외로 유머 욕심까지 있으시네! 촬영장에서 스토커처럼 윤제문의 하루를 엿보다가 내친 김에, 정혜영 PD에게 시나리오를 슬쩍 받아서 읽어봤다. 며칠 후 어린이 놀이터에서 대희가 자신의 우상인 '밥 딜런'을 만나는 장면이 있었다. 꿈 속에서 윤제문은 밥 딜런에게 영감을 받는다. 그렇다면 밥 딜런은 누가 연기할까? 넌지시 물어보니 미존(?)의 배우가 우정출연할 예정이었다. 윤제문과 원조 신스틸러의 만남이라, 뭔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생각할수록 엉뚱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