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정근에게 ‘과유불급’이란 인생의 모토이자 연기철학이다. 그것이 지금의 반짝이는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쁜 역을 하는데 너무 나쁘지 않아서, 웃긴 역인데 너무 웃기지 않아서 다음 영화에 캐스팅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나 혼자 광분해서 울고 불고 뛰어 다닌다고 해서 관객이 대체 뭘 가져가냐고. 내가 100을 채웠을 때 재미는 줄 수 있지만 작품에 불편함을 준다면 그것은 좋은 연기가 아니라고. 그는 이렇게 ‘런닝구 차림의 삼촌’ 같은 편안한 배우를 꿈꾸고 있다.
1983년에 극단 '하나'의 단원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판 인맥이 장난이 아니던데? '하나' 다음 극단인 '광장'에서 박준규, 박상면, 여배우는 이일화와 함께 공연하면서 어울렸다. 덕화 형님도 사년간 악극을 같이 했었고, 동갑내기 친구인 (김)윤석이, 김명수, 조성화, 이달영, 윤제문은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니 자리 내자리 구분 없이 다 친한 친구들이다.
잠깐 잠깐 나오는 악역이 꽤 많았다. <더 게임>의 물새도 그렇고. <더 게임> 물새... <사생결단>, <아홉살 인생>... 아, 이제보니 나쁜 놈, 참 많이 했네?
악역으로 각인이 될 쯤 <거북이 달린다>에서 연기 변신을 했다. 잘 맞는 배역인 것 같아 재미있게 봤다. 용배와 나는 제일 비슷하다. 허세 떠는 것도 그렇고...
용배의 추리닝이 잊혀지질 않는다. (나는) 추리닝을 평소 잘 입는다. 용배도 그런 캐릭터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처음엔 이감독은 안된다고 했다. 그러다 (이감독이) 지방 헌팅을 나갔다가 흰 추리닝을 입고 키는 짤땅만해서는 노래방에서 여자들을 양 옆에 끼고 나오는 남자를 본거다. ‘아 저거다!’ 하면서 사진을 찍어왔더라.
이준익 감독님이 "신정근은 나의 페르소나"라고 할 정도다. 대체 어떤 관계인가? 사랑하는 관계다(웃음). 정진영 선배님 때문에 이준익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황산벌>에서 내 모습이 귀여웠나 보다. 그 다음 작품을 하는데 이준익 감독 왈 "누가 제일 가난하냐. 걔 또 불러.” 그러셨다더라. 내가 많이 실망을 시키지 않은 것 같다. 하다 보니깐 나의 다른 모습을 보셨을 수도 있고… 나대지 않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이쁘셨나 보지.
가장 호흡이 잘 맞나? 내가 이준익 감독님 말귀를 잘 알아 듣는 것 같다. 감독님 눈이 반짝반짝 하시면 내가 연기를 반짝반짝하면 되고, 감독님이 소년처럼 다가오면 소년처럼 연기하면 된다. 촬영 후 술자리에서는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받아주신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아이디어를 내니깐 나는 당연히 더 많이 준비하게 된다.
닮고 싶은 롤모델은 누군가? 말론 브란도와 알파치노. 특히 말론 브란도의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안 할 것인가를 고민해라’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드라마를 하면서 이순재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 백일섭 선생님, 변희봉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