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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지만,' VS '월간 집', JTBC 연애 드라마 뭐 볼래?

상상을 못하게 하는 연애 드라마 '알고있지만,' VS 상상이 필요 없는 연애 드라마 '월간 집'

BY라효진2021.07.12
드라마에도 유행이 존재한다는 사실, TV 좀 본다면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에는 이 유행을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맨스'인데요. 오랫동안 드라마 팬 사이에서 돌았던, '한국 드라마는 병원에서도 연애하고 법원에서도 연애한다'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라고 보기 힘들죠.
 
현재 한국 드라마계를 장르물이 지배하고 있는 건 이 '아무데서나 연애'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이상 로맨스물의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장르물이 몰아쳤습니다. 소재는 점점 강렬해져 가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의탁해 멋대로 휘갈긴 졸작들도 쏟아졌습니다. 한동안 씨가 말랐던 로맨스 드라마들이 슬슬 편성표에 나타나는 건 이에 대한 반동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 속 JTBC에서 두 편의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대학판 부부의 세계'를 표방한 '알고있지만,' 또 하나는 부동산 광풍의 시대에 부동산 소재를 내세운 '월간 집'입니다. 연애 드라마가 아닐 것 같은 설명이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두 작품 다 그린 듯한 로맨스입니다.
 

상상을 못하게 하는 연애 드라마 '알고있지만,'

 
 
먼저 '알고있지만,'을 보죠.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두고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의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라고 설명했는데요. 유나비가 첫 연애에 크게 데이고 난 후 마음을 두는 남자가 '연애는 안 하는' 박재언입니다. 말이 '연애는 안 하는'이지, 서로를 연인이라고 부르는 것만 빼고 다 합니다. 이런 상황이 '대학생 유나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만큼 특히 여자 시청자들에겐 그 길이 아닌 줄, 그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했던 과거를 떠오르게 하죠.
 
공감을 안 하기도 어려운 설정인데, 뭔가 깊게 몰입을 하기 힘듭니다. 감정이입을 해치는 범인은 과도한 내레이션입니다. 배우의 표정이나 몸짓, 행간 있는 대화로 풀어 가야 할 캐릭터의 속마음을 전부 독백으로 처리합니다. 대표적인 게 2화 말미 술자리에 박재언이 나타나는 장면인데요. 박재언이 술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박재언의 등장에 한껏 치솟는 섹슈얼 텐션'이 유나비의 독백으로 나옵니다. 술자리에서 치솟은 섹슈얼 텐션 정도는 시청자들이 느껴도 될텐데, 모든 장면에서 제작진의 의도를 주입당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요.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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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원작 웹툰에 있는 내용이었다지만, 생리와 아침 발기를 비교하는 대목을 굳이 집어 넣은 건 작가진이 여자라는 사실을 의심케 합니다. 이처럼 대체 원작에서 어떤 메시지를 뽑아내 드라마로 만들고자 했는지 헷갈리게 하는 각색만큼이나 심각한 건 중심이 잡혀있지 않은 연출입니다. 정말로 '대학판 부부의 세계'를 그리고 싶은 건지, 선남선녀 둘이 알콩달콩하는 청춘 로맨스를 보여 주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내용을 간단히 하자면 남자의 의지로 연애는 할 수 없어 여자의 의지로 섹스 파트너 관계를 맺은 두 대학생 이야기인데, 연출은 순수 로맨스의 문법을 따라가니 아귀가 맞지 않죠. 예쁜 배우들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0.5배속으로 돌린 듯한 화면 속도와 그 위를 흐르는 몽환적 OST가 너무 좋지만, '알고있지만,'이 그렇게 포장할 이야기가 아니란 겁니다.
 
4화를 보죠. 유나비의 생일, 박재언은 미역국을 끓여 주겠다며 집으로 찾아옵니다. 부엌에서 한참 알콩달콩하는 두 사람 그림이 너무 예쁩니다. 그러다가 둘 사이 스파크가 튀고, 박재언은 싱크대에 유나비를 앉힙니다. '하겠구나' 싶죠. 여기서 경악을 유발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키스에 열중하던 유나비가 자신도 모르게 생수병을 치는 바람에 안에 든 물이 터지듯 쏟아지는데요. '변강쇠'적 화면에 '피치포크 갬성'의 OST가 입혀진 '가관'이 연출됩니다. 섹스 파트너를 하기로 합의하는 순간 유나비는 박재언에게 "너 병 같은 것 없지?"라고 묻고, 제작진은 어김없이 해사한 포장을 서슴지 않습니다.
 
 
사랑 이야기를 한다고 잔잔할 필욘 없고, 섹스 이야기를 한다고 치명적이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잔잔하고 치명적이고 예쁜 그림까지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냥 술, 담배, 섹스 같이 금기시됐던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20대 초반 학생들의 좌충우돌 연애담일 뿐인데, 왜 이렇게 어렵게 돌아가는 걸까요?
 

상상이 필요 없는 연애 드라마 ‘월간 집’

 
반면 '월간 집'은 전형적 한국 연애 드라마입니다. 극 중 부동산 투자로 자수성가한 유자성(김지석)이 가끔 임장을 다니며 부동산 분석을 할 때면 '트리플 역세권이 투자 가치가 있다'는 등의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밥은 쌀로 짓는다'나 '메주는 콩으로 쑨다'와 비슷한 소리죠. 전문직 장르물 전성시대 속 한껏 높아진 눈으로 본다면 이 드라마에 '부동산'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부동산 드라마'라기 보다는 '잡지 드라마'라고 보는 게 낫겠습니다. 그래서 '월간 집'은, '잡지사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입니다.
 
어마어마한 부자인데 까칠하고 이성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알고 보면 어릴 적 상처 탓에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이었던 남자와, 가난해서 억척스럽게 살고 싶지만 천성적인 따뜻함 때문에 손해만 보고 사는 여자... 너무나 익숙한 문법 덕에 극 중 인물들의 한 보 한 보가 어디로 향할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날 때부터 재벌이 아닌 자수성가형 남자 주인공이 독특한 듯 싶다가도 이미 지난해 tvN '스타트업' 한지평(김선호)이 나왔었죠. 그런데 이게 흠이냐고요? 그럴리가요. 물론 전형성을 탈피한 설정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연애 드라마를 추리하면서 보지는 않으니까요. 쓸데없는 ‘고구마’만 심어 놓지 않는다면 제일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게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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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집’의 미덕은 이 전형성에서 나옵니다. 유자성은 나영원(정소민)과 상사와 부하로 만납니다. 티격태격하는 사이 나영원이 유자성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고, 그 사이 어리고 잘생기고 착하고 재벌인 신겸(정건주)이 나영원에게 다가가죠. 유자성은 한참 ‘입덕 부정기’를 겪다가 모두의 예상대로 나영원에게 빠진 자신을 인정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알고있지만,’ 설렌단 말이죠.
 
이 드라마는 로맨스 뿐 아니라 코미디도 능수능란하게 활용합니다. 개그 프로그램처럼 유행어를 제시하고, 말도 안되는 설정을 들이 밀어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건 극 중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이죠. ‘월간 집’의 인물들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모두 서사를 부여받았습니다. 편집장 최고(김원해)는 재개발, 여의주(채정안)는 욜로(YOLO), 남상순(안창환)은 아파트 청약이라는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들이 유자성과 나영원의 연애담에 잡음을 넣지 않는 건, 이들을 드라마의 큰 줄기 속으로 완벽히 녹인 덕이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