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랬어요.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스티브가 말한 것처럼 이들은 늘 하고 싶은 걸 했고,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런던에서 돌아와 자신들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컬렉션을 열고, 세컨드 브랜드 SJYP까지 론칭한 스티브 J와 요니 P가 10년 동안 이끌어온 브랜드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캐릭터 사업에 뛰어든 것도 호기심 넘치는 기질 때문이지만, 새로운 영역을 헤쳐나가는 능력은 그간의 경험과 즐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키키히어로즈의 프로듀서가 된 두 사람의 남다른 감각과 취향을 이제는 패션뿐 아니라 카페나 갤러리, 소품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스왈로 더 캔디 캐릭터와 포즈를 취한 요니와 스티브.
요니 패션 쪽에만 있다가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고 보니 생각보다 준비 시간이 길었다. 폐공장을 개조한 사무실 ‘크리에이티브 랩’을 베이스로 가나아트 사운즈에서 〈스왈로 더 캔디〉 전시도 열고 3개월마다 새로운 주제로 변신하는 프로젝트 매장 〈팩토리 봉봉〉도 오픈했다.
패션 브랜드를 이끌던 디자이너 시절과 아우르는 영역이 달라졌을 것 같다
스티브 스티브 J & 요니 P 이름으로 패션쇼를 준비할 땐 한 시즌을 위해 달렸다. 그때는 패션이라는 영역에서 생각했다면 지금은 카테고리나 방식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캐릭터가 트렌디한 옷을 입을 수도 있고 이들을 가상현실에서 만날 수도 있다.
1년 동안 키키히어로즈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프로젝트는
스티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열었던 첫 전시 〈스왈로 더 캔디〉는 기획부터 캐릭터 개발, 피규어를 제작하고 수작업으로 헤어를 붙이는 모든 과정이 포함됐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패션쇼는 10여 분의 짧은 시간으로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형식이지만 전시는 오랜 시간 감상하는 형태여서 더욱 정교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했다.
요니 키키히어로즈는 디즈니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접근하기 쉽다. 그 안에 원숭이를 캐릭터로 만든 에이프 더 그레이트(Ape the Great) 라인과 몬스터들을 주제로 한 스왈로 더 캔디(Swallow the Candy) 라인을 전개하고 있다.
에이프 더 그레이트의 유쾌한 원숭이 캐릭터는 두 사람의 일상을 떠오르게 한다
요니 사람처럼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원숭이 캐릭터엔 우리 일상이 많이 반영되는 편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포함해 스마트폰 케이스, 캐릭터가 들어간 티셔츠까지 우리가 즐기는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테니스 문화가 다양하게 반영된다.
요니 에이프 더 그레이트보다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진 캐릭터들이다. 스티커부터 컵, 초 등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몬스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전 연령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에이프 더 그레이트의 캐릭터들은 카페와 버거 가게 등 일상 공간에서도 보이더라
요니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 원숭이를 주제로 한 에이프 더 그레이트 라인은 기획할 때부터 문화 전반에 걸쳐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쇼케이스를 선보인 양양 해변을 시작으로 카페 로우 스탠드 커피에서는 협소한 공간을 활용해 원숭이 인형을 빼곡히 설치한 〈리틀 룸〉 전시를, 부산 버거 숍에서는 캐릭터 파파이가 그려진 버거와 컬래버레이션 티셔츠를 선보였다. 앞으로도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경계를 두지 않고 컬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얼마 전 오픈한 ‘팩토리 봉봉’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요니 매번 주제를 바꿔 오픈하는 ‘아이코닉 숍’으로 첫 번째 주제가 몬스터들이 일하는 사탕 공장 ‘팩토리 봉봉’이다. 그곳에서 스왈로 더 캔디 몬스터들이 그려진 굿즈를 구입할 수 있다.
요니가 업사이클링한 조명이 크리에이티브 랩에 설치돼 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키네틱 아티스트 정우원과 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브 몬스터 캐릭터를 통해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공장 소음을 시각화한 비눗방울과 불빛이 깜박이는 창문 등 사탕 공장에서 몬스터들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이름이 독특하다. 하이나와 힐로 같은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나
스티브 이름은 주로 요니가 짓는다. ‘스티브 J & 요니 P’도 요니의 아이디어다. 처음엔 너무 긴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사람들에게 많이 불리고 이미지가 쌓여가니 고유명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키키히어로즈의 캐릭터들도 아직 생소하지만 언젠가 사람들에게 각인될 것이라 믿는다.
요니 시안이는 키키히어로즈의 1호 팬이다. 이번 생일에도 공주님, 왕자님을 찾는 아이들과 달리 케이크에 몬스터들을 올려달라고 하더라. 유치원 발표에서도 부모님에 대해 하이나와 힐로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일을 벌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스티브 매번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 문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패셔너블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하다 보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부딪혀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