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Gentle

글로벌 리서치 그룹 민텔(Mintel)에서 발표한 ‘2021 글로벌 뷰티 앤 퍼스널 케어 트렌드’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짙은 외부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일정한 뷰티 루틴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기 시작했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홈 케어에 대한 니즈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한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마일드’ ‘젠틀’ ‘수딩’ 같은 키워드를 지닌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클렌저나 토너, 에센스, 크림 등을 고를 때 순한 성분과 마일드한 포뮬러를 우선적으로 살펴본다는 것.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시장조사 그룹 칸타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화장품 구입 요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34.9%가 합리적인 가격을, 34.2%가 제품의 원료와 성분을 꼽았다.

여기서 ‘합리적인 가격’이란 1ml당 가격을 비교해 얼마나 저렴한지 따지는 게 아니다. 객관적인 비용뿐 아니라 품질에 중점을 둔 경험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질적 경험의 가치로 판단했을 때 얼마나 합리적으로 느껴지는지 주관적인 비용에 더 가깝다. 모두가 불황을 외쳐도 오히려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증가한 걸 보면 이 ‘질적 경험’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요소가 제품 구매에 있어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리라.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지,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한 비건 뷰티 브랜드인지, 매출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돕는 데 활용하는지 등 우리가 속한 사회에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에코-에티컬한 브랜드를 선별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고, 10시 이후에 5명 이상이 모여서 술 한 잔 기울이는 등의 물리적인 상황은 변할 수 있지만, 한번 바뀐 화장품에 대한 인식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테다. 이제는 화장품 판매자와 소비자를 넘어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그 공감대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할 때가 아닐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딩’ ‘마일드’ 같은 키워드는 여성 대부분이 자신의 피부를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국내에서나 ‘먹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샤넬, 라 메르, 비오템, 클라랑스 등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서 이런 키워드를 지닌 제품을 출시했거나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전 세계의 많은 이가 화장품을 통해 집에서 안정감을 찾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굳이 연령대를 따지면 35세 이상보다 MZ 세대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또렷이 나타난다. 에센스와 크림 모두 순한 성분을 선호하고, 마스크를 구매할 때도 ‘온전한 휴식’ ‘푹 잔 듯한 피부’의 키워드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워터 제형의 에센스를 선호하는데, 피부에 잔여감 없이 빠르게 흡수되고, 스킨 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클렌저는 꼼꼼한 세안이 가능한 동시에 자극 없이 각질 제거가 가능한 2-in-1 폼 클렌저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메이크업이 가벼워지며 좀 더 촉촉한 세안을 원하는 이들에겐 클렌징 워터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마스크를 쓰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성들은 보다 근본적인 피부 변화를 원하기 시작했다. 화장을 두껍게 하지 않아도 파운데이션을 바른 것처럼 피부 톤이 환했으면 좋겠고, 컨실러로 가린 것처럼 점이나 잡티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이로 인해 모공과 여드름, 화이트닝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고, 이런 기능을 자극적이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지 않냐고? 제대로 잡은 제품들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