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유튜브 채널 〈트러블러〉에서 본 신년운세에서 2021년은 두 사람에게 좋은 해가 될 거라고 했죠. 상승 곡선을 체감하나요
용진 이제 방송에서 ‘허리’ 정도의 위치 같아요.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죠.
‘용진호’는 개그계의 아이돌이라 불리죠. 용진 씨의 결혼 이후 이진호 씨의 인기가 독보적이 됐다는 농담도 있고요
용진 괜찮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돌’이 아닌 ‘아이 둘’이 목표인 사람이기 때문에(웃음).
진호 방송에서 만들어준 컨셉트예요. 사실 즐기기에는 조금 부담스럽죠.
용진 데뷔 16년 차, 17년 차에 조금 쑥스러운 수식어이긴 하죠. 그냥 젊은 남진 오빠 정도로 할까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이용진이 입은 그레이 자켓과 팬츠는 Off-white™. 셔츠와 패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Yowe. 이진호가 입은 그레이 컬러 티셔츠는 Acne Studios. 와이드 팬츠와 오버사이즈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퀘어토 더비 슈즈는 Yowe.
이용진이 입은 그레이 자켓과 팬츠는 Off-white™. 셔츠와 패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Yowe. 이진호가 입은 그레이 컬러 티셔츠는 Acne Studios. 와이드 팬츠와 오버사이즈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퀘어토 더비 슈즈는 Yowe.
이용진이 입은 그레이 자켓과 팬츠는 Off-white™. 셔츠와 패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Yowe. 이진호가 입은 그레이 컬러 티셔츠는 Acne Studios. 와이드 팬츠와 오버사이즈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퀘어토 더비 슈즈는 Yowe.
방송에서는 ‘허리’ 정도의 위치라고 답했지만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에서는 ‘기둥’에 가깝습니다
용진 공개 코미디를 한 햇수로만 치면 아마 저와 진호가 (김)준호 형과 (김)대희 형을 제외하고 개그맨 중에서도 가장 오래됐을 거예요.
진호 9년 가까이 한 주도 쉬지 않고 했으니까요. 요즘 고민이 많아요. 1년 가까이 관객을 보지 못하다 보니 관객 없이 하는 공개 코미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용진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꾸 하게 돼요. 어제도 코너 하나가 사라졌는데 시간을 제가 예전만큼 못 들이니까 코너가 견고하지 못해 재미없어진 게 아닌가 싶어서요.
진호 차라리 잠시 쉬면 어떨까 싶은데 제작진이나 후배들은 그래도 저희가 중심을 잡아주길 바라거든요.
코너 속 캐릭터를 만들 때 이용진 씨는 사회규범에서 벗어난 캐릭터나 10대 유행을 활용하는 반면, 이진호 씨는 옛날 아버지나 아저씨 상을 곧잘 활용해요. 흥미를 갖고 관찰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용진 제 코너에서 나온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콩트를 좋아하는 제 성향에서 비롯된 게 커요. 캐릭터를 짜고, 연기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유행어나 캐릭터가 강한 캐릭터들이 많아졌죠.
진호 ‘석포빌라 B02호’의 아버지 역할은 후배들을 키워보자는 마음이 컸고요. 지금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예전의 캐릭터를 답습하고 있지는 않나 싶기도 해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쉽죠.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며 〈코빅〉으로 넘어온 개그맨들도 많아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용진 그러기에는 콩트를 향한 제 욕심이 커서요. 양보할 마음은 없습니다(웃음). 다만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반면 유튜브에서는 개그맨들의 활약이 엄청납니다
용진 저희는 여전히 관망하는 쪽이에요. 둘 다 개인 채널도 없고, 지금 콘텐츠의 방향과 흐름 속에서 내가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유튜브라는 큰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오면 출연자로서 등장하는 거죠. 촬영 방식이나 기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요.
진호 내가 투자한 만큼 뭔가 얻어갈 수 있는 체제라고 봐요. 물론 코미디언들에게는 좋은 기회고요. 눈치 안 보고 자기 실력을 발휘하다 보니 ‘흔한남매’나 ‘피식대학’처럼 빛 보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이용진이 입은 그레이 자켓과 팬츠는 Off-white™. 셔츠와 패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Yowe. 이진호가 입은 그레이 컬러 티셔츠는 Acne Studios. 와이드 팬츠와 오버사이즈 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퀘어토 더비 슈즈는 Yowe.
(왼쪽) 이진호가 입은 레드 컬러 티셔츠와 와이드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퀘어 토 슈즈는 Yowe. (오른쪽) 이용진이 입은 로고 플레이 패턴 셔츠, 옐로 컬러 쇼츠, 니 삭스는 모두 Fendi. 안경은 Raventears. 하이탑은 Converse. 이진호가 입은 티셔츠와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틴트 렌즈 선글라스와 안경 체인은 모두 Raventears.
개인적으로는 tvN D ENT 채널에 업로드됐던 ‘괴릴라 데이트’가 MC로서 두 사람의 역량을 보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은 SM C&C 채널에 ‘괴로운 데이트’로 컨셉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용진 그런 면에서는 저희 또한 유튜브 수혜자일 수 있죠. ‘괴로운 데이트’ 또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다 보니 예전처럼 거리를 걸으며 생기는 돌발 상황 속에서 게스트를 ‘후두려 패는 맛’이 없어지긴 했어요(웃음).
진호 제 기준으로 최고는 ‘날것의 웃음’이거든요. ‘무야호’ 할아버지처럼요. 그런 건 누가 그 분께 요청한 것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나온 거잖아요.
유튜브를 하나의 방송국으로 생각한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포맷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용진 맘껏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러다 생기는 논란도 본인이 감수해야 해요. 신뢰할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제작진의 편집과 감에 100%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진호 독하게 해서 터지는 게 순간의 이슈는 될 수 있어도 출연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은 안 되거든요. 20대 때는 웃기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지금은 재미는 있겠지만 좀 아슬아슬하다 싶으면 그렇게 ‘10’을 채우느니 ‘7~8’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용진 보호받지 못한 경험이 생기면 다음 번 녹화 때는 스스로 검열하게 돼죠. 각자가 자신을 위한 안전장치를 염두에 두면 좋겠어요.
용진 ‘부캐’라는 개념이 괜찮아 보여요. (김)신영 누나의 ‘다비 이모’처럼요. 혼자 사는 남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도전해 보고 싶은 개그가 있는데 결혼하고 애도 있는 상황에서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서(웃음).
진호 제품이나 게임 리뷰 영상,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와 관련된 영상을 매일 봐요. 함께 촬영한 적 있던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여행 영상도 많이 보고요. 그런 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엔터테이너로서 15년 넘게 큰 사고 없이 꾸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스스로 잘해왔다고 여기거나 더 잘하고 싶은 것
용진 예전에는 스스로 잘하는 거나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낯뜨거웠어요. 이제는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모습은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족에게도 잘하고 사생활도 진짜 깔끔하거든요. 그런 면모는 조금 더 솔직하게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용진이 입은 그레이 자켓과 팬츠는 Off-white™. 셔츠와 패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Yowe.
이진호가 입은 티셔츠와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Acne Studios.
유재석, 이영지 씨와 출연 중인 〈컴백홈〉에서 지금 말한 가정적인 모습과 감성이 돋보이더군요
용진 그래서 진호가 지금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더 유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돌발적인 플레이어가 한국에 없거든요. 전 이제 안돼요. 철없는 아빠가 될 수는 없잖아요.
진호 녹화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후회할 때가 생각보다 많아요. 내가 왜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했지? 그 말을 왜 했지? 못 웃겨서 후회한 적은 없는데 그런 건 후회가 되더라고요.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에 함께 출연했던 카이 씨가 진호 씨 개그를 “폭포를 가르는 보트 같다”고 했죠. 정말 순간의 한 마디, 설정으로 새로운 웃음을 줬어요
진호 웃음을 주는 직업인데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요. 그런데 또 모든 걸 다 무겁게 인식하면 방송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오래 알고 지내고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우정이 지속되지는 않아요. 두 사람이 계속 함께할 수 있는 비결은
용진 친한 사이에는 시기와 질투가 없어야 하는데 저희는 그게 되는 것 같아요.
진호 누가 더 잘되는지 신경 쓰기 시작하면 혼자 ‘꿍’해져서 상대방을 인정하려 들지 않거든요. 그런 태도는 사실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죠. 저는 동료가 잘되면 기뻐해주고 박수쳐 주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용진 20대 초반에는 초조함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같이 나이 드는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는 건 무의미해요. 서로 인정하고, 같이 가야죠.
진호 그래, 누가 치고 나가면 꽁무니라도 부지런히 따라가 발 맞출 생각을 해야지(웃음).
진호 사실 공연을 해보고 싶었어요. 2018년에 대학로 공연장을 빌려서 둘이 스탠드업 코미디 〈용진호쇼〉를 선보였는데 그 공연의 여운이 한 달이 갔어요. 공연 끝나고 나가는 분들이 만족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용진 5분 만에 800석이 매진됐어요. 두 시간 동안 콩트하고 노래도 부르고요.
노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실제로 힙합 팬은 용진 씨인데 진호 씨가 ‘농번기 랩’으로 화제가 됐잖아요.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이간질하는 건 아닙니다(웃음)
진호 정작 저는 코너 짜듯 계산적으로 했어요. 그런데 노래 만드는 콘텐츠도 해보고 싶어서 지금 준비 중입니다. 프로듀서와 가수도 섭외하고요.
용진 함께 출연했던 〈플레이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건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워요. 사람들이 우리 직업에 기대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진호가 ‘농번기 랩’을 했으면 나는 ‘어촌기 랩’을 했어야 했는데…. 워낙 랩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멋을 부려버렸네?
용진 후회하는 몇 안 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왜 그랬나 몰라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