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직도 멀티플렉스로 가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영화 보러가자고 하면 으레 멀티플렉스에서 만나자고 하는 남친들이 있다. 정말 아무 생각 없다는 증거다. 그건 당신을 '그냥 커피'나 '다방 커피'쯤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원빈이 애용하는 커피만큼 존중을 받고 싶다면 멀티플렉스를 기꺼이 거부하라.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그래서 준비했다. 당신을 위한 맞춤형 영화관! 이제는 영화 예매도 변해야 한다.::여성영화제,서울아트시네마,영상자료원,아키 카우리스마키,메트오페라,호암아트홀,엘르,elle.co.kr:: | ::여성영화제,서울아트시네마,영상자료원,아키 카우리스마키,메트오페라

'대한민국'만큼 영화제가 많은 나라도 없다. 그러니 제발! 동네 극장에 갔더니'볼 영화가 없다'는 푸념은 늘어놓지 마시기를. 일단 남친을 영화제에 '중독'시키면 매번 알아서 티켓을 예매하는 기특한 습관이 생겨날지도 모른다(영화광은 아니라도 영화제 마니아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게다가 영화제 티켓은 대부분 저렴한 오천원이다. 2편 정도 봐주셔도 돈이 아깝지 않다. 4월을 대표하는 영화제는? 단연 13회를 맞이한 서울여성국제영화제다. 내 수컷 남친에게 여성학 강의나 성장 호르몬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두손 꼭 잡고 같이 가자. 때로는 남자들도 발육이 필요한 법. 14일까지니 조금 서둘러주시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28일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된다.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 놓치지 마세요!1 잔느 라브륀 감독의 고급 창녀 앨리스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인생을 바꿔줄 테라피스트를 찾는다. 한편 심리치료사 사비에르는 아내가 곁을 떠나자 운명처럼 앨리스를 만난다. 는 앨리스와 자비에르의 세계를 교차시키면서 감정과 욕망, 정신적 영역을 대상으로 사고 파는 자본주의적 상황과 그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을 파헤치고 있다.2 미리암 아지자 감독의 프랑스어 교사 솔렌스카는 뛰어난 유머와 상상력으로 어린 학생들을 매혹시킨다. 이런 솔렌스카를 짝사랑하는 우울하고 내성적인 열두 살 소녀 줄리엣. 솔렌스카의 총애를 차지했다고 생각한 줄리엣은 그녀와의 특별한 관계를 상상하며 몰래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영화는 줄리엣이 느끼는 외로움, 동경, 사랑, 질투, 배신감을 드레스를 통해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사춘기 소녀의 로맨스를 다룬 청춘 퀴어 영화다.3 나이젤 콜 감독의 포드 다겐함 공장의 여인들은 미숙련 노동자로 분류되자 폭발한다. 유머와 상식, 용기로 그들은 회사의 급여담당자, 적대적인 지역사회, 그리고 마침내 정부와 맞붙는다. 주인공 리타(샐리 호킨스)의 불같은 성질과 예측불허의 유쾌함은 남자들과 맞서는 무기가 된다. 1968년 187명의 재봉사들이 동일임금지급 법안을 발의하게 한 포드 다겐함 파업을 다루고 있다. 계급을 넘어선 여성들의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종로3가,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로 '고고!' 대한민국에 내노라는 영화광들과 영화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맥주 맛을 알아?"하면서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이 H 맥주를 광고한다. 바로 시네마테크전용관 건립을 위한 후원금을 모아주는 CF다. 예술영화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분들이 있다면, 그 편견을 날려줄 기회다. 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 아니다. 현재 'B 영화의 위대한 거장 3인전'이 열리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살인극이나 스릴러를 즐기는 분들을 위해 리처드 플레이셔의 영화를 추천한다. 스페인 호러 영화 에 반했다면 이 추천작을 놓쳐서는 안 된다. 멀티플렉스에선 볼 수 없는 또 다른 '틈새' 영화들이다.B 영화의 위대한 거장 3인전을 위한 초이스!1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보스턴의 한 아파트에서 한 여인이 목이 졸려 살해된 후, 같은 수법의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사건의 발단부터 수사, 범인 체포, 심문까지를 리얼한 세미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묘사한 범죄 영화의 수작이다.의 꽃미남 스타 토니 커티스가 연쇄 살인마의 초상을 보여주며, 1960년대 유행한 화면 분할 테크닉이 심리적으로 미묘하게 사용되었다. 헨리 폰다와의 연기대결도 볼거리를 제공한다.2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리처드 아텐보로(, 의 감독)가 연기한 미스터 크리스티는 1940년대 후반 영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던 인물이다. 중년 여성을 유인해 자신의 집 지하에서 유독가스로 기절시킨 후 성폭행을 일삼고 죽였다. 그런 과정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크리스티는 3층에 세 들어 온 에반스 부부에게 악의 손길을 뻗친다. 시리즈의 존 허트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사형당하는 남편 에반스 역을 맡았다. 상암동 DMC단지까지 간다는 것이 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상자료원의 영화는 공짜다. 매달 놀라운 특별전과 기획전이 열리고 있지만, 모든 영화들이 전부 무료니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주말에 번잡한 멀티플렉스에서 가서 커플이 16,000원의 입장료를 쓰며 영화를 보느니, 여기서 무료로 2편 영화를 즐긴 후, DMC단지 주변에 있는 치킨집이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영상자료원의 극장도 멀티플렉스만큼 시설이 좋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라. 16일부터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회고전을 한다. 을 보고 필이 꽂혀서 헬싱키 여행을 가보고 싶은 분이라면, 카우리스마키 영화를 먼저 마스터할 것을 권한다.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에서 영화시간표를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아키 카우리스마키 회고전을 위한 초이스!1 (1988)타이스토는 일하던 광산이 문을 닫자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중고 캐딜락을 타고 헬싱키로 향한다. 이혼한 싱글맘 이르메리를 만난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만난 미코넨와 일을 꾸미지만 실패하고 맥시코로 가는 아리엘 호에 몸을 싣는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엔딩에서 흐르는 핀란드 버전의 '오버 더 레인보우'는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 2 (1992)알바니아 망명자인 화가 로돌포, 프랑스 시인 마르셀, 아일랜드 출신 작곡가 슈나르드는 우연히 만나 친분을 나눈다. 어느 날 로돌포는 갈 곳이 없는 아름다운 미미에게 자신의 잠자리를 내주고 이를 계기로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보헤미안의 삶은 가난하고 애달프다. 19세기 프랑스 앙리 미제르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카우리스마키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녹아 있는 비극이다. 극장에서 영화만 보는 건 지겹다. 그렇다면 또 뭘 볼 수 있을까? 월드컵 시즌에는 축구를 본 적도 있지만, 지금껏 최고의 경험은 메트 오페라였다. 현재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녹화 중계 방송이다. 워낙 현장감이 뛰어나서 직접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휼륭하다. 잘 나가는 오페라 한 번 보려면 R석도 15만원 정도는 주어야 한다. 1/6 가격(2만 5천원)에 오페라를 즐기고 맛집도 부담없이 가려면 메트 오페라만이 살 길이다.현재 압구정cgv에서도 메트 오페라가 상영 중이지만, 영화관이 아니라 오페라 극장처럼 '우아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호암아트홀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메트 오페라를 위한 초이스!베르디의 4월 16일, 17일 2회 상영(작년 12월 11일 무대 녹화)는 역사적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본이자, 중심인물의 대표 아리아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뽑혀 왔다. 한 세기 이상 길고 난해한 오페라로 취급받았지만, 오늘날의 베르디 애호가들은 이 작품을 베르디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간주한다. 는 16세기 스페인 최전성기의 궁정이 배경이다. 스페인 왕자 카를로는 프랑스 공주 엘리자베타와 사랑하는 사이로, 이미 약혼까지 한 상태였다. 그러나 엘리자베타가 카를로의 아버지 왕 필리포 2세의 여왕으로 시집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부자간의 갈등, 사랑과 질투, 정치적 음모와 종교적 암투 등, 인간의 온갖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번에 상영되는 프로덕션은 5막 풀 버전으로, 상영 시간만 4시간 30분에 이른다. 지난해 6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 지명된 야닉 네제 세겡과 로베르토 알라냐 같은 스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연출을 맡은 니콜라스 하이트너는 영국 내셔널시어터의 예술감독으로 로 메트에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