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철학이라는 낯선 사유에서 얻은 '배움' #배움에진심

철학 학문공동체 '전기가오리' 신우승 운영자에게 '진정한 배움'에 관해 물었습니다.

BY전혜진2021.06.23

철학이라는 낯선 사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전기가오리' 운영자 신우승
 
‘철학이 서울에 거주하는 대졸 중산층의 전유물이 아니도록 만든다’는 전기가오리의 지향점은 어떤 경험에서 비롯했나
대학원 재학 시절 횡행한 부조리함을 몸소 겪은 이후에는 학교라는 기관에서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 게 됐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도 불필요한 경쟁과 투명하지 않은 시스템이 그대로 이어졌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편안 하게 공부만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출판 과정이 투명하 고 기여도가 정확히 인정받고, 작업자들이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을 꾸릴 수 있는 시스템. 후원 시스템을 통해 대학원생을 길러내고 거주지와 성적 지향성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편안하게 배울 길을 마련 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철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의 본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타 학문과 달리 한국에서 ‘철학 한다’고 말할 때 느껴지는 불필요한 아우라가 있다. 이를 둘러싼 신화와 허세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현대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인종과 계급, 성별, 질병 문제를 다룬 철 학은 경시되기도 하는데, 이런 문제야말로 현대 철학이 다 뤄야 한다고 본다. 플라톤은 계급 문제에 관심이 없을 테 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젠더 갈등이란 개념조차 모를 테 니까.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현대인의 문제를 좀 더 근본 적인 차원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배움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커리큘럼을 학습자에게 제공한다. 배움에서 꾸준함은 얼마나 중요할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학습자에게서 ‘논문을 3분의 1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푸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렇 다면 대성공이다. 한 시간에 한 문장을 이해하는 정도로 목표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 문장이 쌓이면 한 단락, 한 장이 되는거니까. 한 번에 공부할 적당한 양을 계획하고,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배우면 지치지 않고 지향점에 도달하게 된다.
 
더 잘 배우고 흡수하기 위해 버려야 할 태도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배움’에서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의 연속이다. 실망도 지나친 자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배움의 내용에 관한 것이든 속도에 관한 것이든 기대 없이 출발선에 서야 한다. 새로운 건 항상 낯설게 느껴지게 마련이니, 기대한 것과 다른 낯선 것에 진짜 배움이 있을 수 있다.
 
배움이 당신에게 준 것들 중 가장 귀한 것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시선. 배움은 남자와 여자, 생명체와 비생명체와 같이 기존 세계가 만든 구획을 나만의 방식으로 긋게 해준다. 철학은 이미 나뉜 구역들이 얼마나 인위적이고 불편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우리는 계속 배우는 존재여야 할까
계속 배우기만 하면 힘들다. 사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않나(웃음). 강제성 없는 자연스러운 태도가 우선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워내는 게 더 유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