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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왔다! 배우 윤정희

우리가 보지 못했던 6년간 윤정희는 세상과 더욱 편안하게 연결됐다.

BYELLE2021.03.30
 
 화이트 재킷은 Max Mara. 이어링은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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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랙 러플 드레스와 이어링은 모두 Off-White™. 부츠는 Gianvito R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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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의와 스커트는 모두 Akris. 스터드 브로그는 Church’s.

상의와 스커트는 모두 Akris. 스터드 브로그는 Church’s.

 데님 슈트와 셔츠, 블루 로퍼는 모두 Tod’s. 클래식한 시계는 Ferragamo Timepieces by Gallery O’Clock.

데님 슈트와 셔츠, 블루 로퍼는 모두 Tod’s. 클래식한 시계는 Ferragamo Timepieces by Gallery O’Clock.

실키한 코트와 니트 톱, 팬츠는 모두 Tod's. 크림 컬러 블로퍼는 Rekken. 조형적인 디자인의 이어링은 COS.

실키한 코트와 니트 톱, 팬츠는 모두 Tod's. 크림 컬러 블로퍼는 Rekken. 조형적인 디자인의 이어링은 COS.

 
복귀를 알리는 시작을 〈엘르〉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도 화보 인터뷰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좀 그랬죠   (웃음). 전에는 연기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왔는데 즐거웠어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새로운 회사도 생기고 복귀를 알리는 기사도 났어요 오늘 촬영을 하니 비로소 실감이 나네요. 신인 때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요. 
 
결혼 이후 지난 6년간 소식을 듣기 힘들었어요. 일부러 예전 생활과 거리를 둔 걸까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결혼과 출산, 두 아이의 육아를 하다 보니 그 외의 것에 신경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해요. 예전에도 촬영장과 집만 오가는 편이기도 했고요. 
 
어떤 것이 다시 연기로 돌아오게 만들었나요 연기를 그만둘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언젠가 다시 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소중하지만 제게는 개인의 삶과 아내, 엄마로서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해요. 그러던 차에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게 됐죠. 가족들은 선뜻 축하해 줬어요. 
 
두 아이가 있죠 아들은 다섯 살, 둘째는 딸이고 세 살이에요. 어떤 부분은 반반 좀 섞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향이 달라요(웃음). 분명 행복한데,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있으니 자꾸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보상심리랄까요,  그래서 제 개인의 인생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측면도 있어요. 
 
데뷔 직후 오디션을 거쳐 주연으로 등극했어요. 심지어 〈하늘이시여〉는 85부의 대작이었죠.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본다면 방송 날짜가 정해진 상태에서 촬영하다 보니 몇 개월 동안 밤샘 작업이 이어졌어요. 차에서 쪽잠을 자고, 집에 가 겨우 씻고 나왔죠. 그때는 맡은 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좀 무지했나 싶기도 해요. 당시에는 정말 여유가 없었어요. 현장을 즐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여왕이라니, 엄청난 단어를 붙여주셨어요(웃음). 아마 〈하늘이시여〉의 ‘자경이’가 많은 분에게 강하게 남은 거겠죠. 당시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역할이 주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흡수하고 적응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썼어요. 사회생활도 처음이었고요.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방법조차 몰랐던 터라 그렇게 쌓였던 감정들이 눈물로 폭발했던 것 같기도 해요. 
 
배우에게는 발산이었군요 그때 그 마음은 나만 아는 거겠지만요. 감정선을 쌓기 위해 현장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차분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인지 작품을 볼 때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밝은 작품을 좋아해요. 아이 둘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중에도 〈사랑의 불시착〉은 다 봤어요. 남편에게 “현빈 너무 멋있지 않아?” 하면서. 
 
영화 〈고사〉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출연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윤정희의 의지 같았습니다. 촬영을 앞둔 복귀작에 대한 귀띔을 해준다면 작은 역이라도 새로운 결의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운 좋게 그런 역할을 맡게 됐어요. 일단 부잣집이라 입고 나오는 의상부터 예전과 다르고요(웃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 활동했던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나요 저는 현장에서 만나는 선배님들이 너무 좋았어요. 의지도 많이 됐고, 배우는 것도 많았죠. 특히 드라마 〈가문의 영광〉이 기억나요. 처음엔 적응하기 바쁘겠지만 새로운 관계도 만들고 현장을 다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이제는 후배 연기자들이 더 많겠죠. 
 
어떻게 보면 ‘경력 단절’을 겪고 ‘워킹 맘’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일하기 위해 어떤 게 가장 중요한가요 결혼하기 전에는 내 한 몸만 챙기면 됐지만 아이가 생기면 가족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육아는 엄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일하는 모든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육아겠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남편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만 그래도 걱정이 안 될 수 없어요. 
 
지난 6년간의 일상이 어땠냐고 물으면 눈치 없는 질문일까요. 두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하루는 상상이 가능합니다만 엄마는 처음이잖아요. 배우면서 해내야 할 것이 워낙 많다 보니 물리적 시간뿐 아니라 모든 고민이나 관심사도 결국 아이에게로 귀결돼요. 한 1년 정도 제가 또 아팠어요. 일상이 힘들다 보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운동을 시작했죠. 그 정도가 제 하루가 아니었나 싶어요. 30분이든, 1시간이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영어 공부하고,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그때 깨달았죠. 
 
아이를 키우면 세상 보는 시선이 많이 바뀐다던데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은 들어요. 오직 내게만 집중했던 세상을 보는 시야 자체가 넓어진 느낌이죠. 사회 면에 올라오는 사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요. 
 
배우이자, 개인으로서 윤정희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한참 생각하게 되네요. 사람이 다 그렇듯 갖고 있는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을 자꾸 생각하다 보니 스스로 좋은 점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나 봐요. 그래도 20대 초반에도 엄마 역할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감정이 풍부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간접적으로 보고 느꼈던 것을 상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쉰 6년을 ‘경력 단절’이라고 느끼지 않아요. 나이에 맞는 일을 경험하면서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 시간이죠. 
 
어떤 사람이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이나요 아이가 제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제 예전 사진들을 보게 될 때가 있어요. 당시에는 스스로 썩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 만큼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절 사진을 보니 나도 충분히 나만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더라고요. 지금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요. 
 
자신의 강인함을 느낀 적은 무엇이든 내가 해온 것을 포기한 적은 없어요. 힘들었던 신인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기특해요. 그리고 엄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강해졌어요. 이제는 내가 돌봐야 할 존재를 살펴야 하니까.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삶을 즐기고, 충실해지는 법을 알게 됐다는 것, 아무 탈 없이 지나간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해요. 
 
복귀 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걱정돼요. 나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나이 들었지, 아이도 둘이나 낳았는걸 하고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제 모습을 보게 될 사람들의 반응에 완전히 초연해지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말을 들으면 가장 기쁠까요 연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오는 것. 가장 바라는 건 그거예요,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