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다는 홍콩에 상장돼 있기에 해외 주식 계좌를 따로 개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망설이지 않고 라프 시몬스에게 베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프라다 주가는 한 주에 29.40홍콩달러(약 4600원). 그렇게 2020년 6월 1일, 2940홍콩달러(약 46만 원)에 프라다 주식 100주를 구매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주린이’에게는 꽤 큰 시드 머니였다. 그날 이후 프라다 쇼가 공개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 그래프를 체크했다. ‘라프라다’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만큼은 라프 시몬스 본인만큼 간절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3개월이 지나고 9월 24일, 드디어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가 함께 선보이는 첫 컬렉션이 공개됐다.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된 패션쇼를 시청하면서 스타일과 무드에 집중하기보다 ‘과연 이 컬렉션이 성공해서 주식이 오를까?’라는 관점으로 쇼를 감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쇼가 끝난 직후부터 프라다 주식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한 것만큼 단박에 치고 오르진 않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오를 뿐 상상했던 ‘한 방’은 없었다. 단기간에 수익을 바라는 ‘주린이’ 입장에선 김이 빠질 뿐이었다. 결국 10월 1일, 약간의 수익을 남기고 3255홍콩달러(약 48만 원)에 프라다 주식을 모두 매도했다. 반전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컬렉션이 매장에 입고되고 ‘클레오’ 백이 대박을 치면서 프라다 주식이 나날이 상승세를 기록한 것. 이후 프라다는 한 주에 51.50홍콩달러까지 치솟았다. 만약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더라면 1.5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셈. 이번 실패는 금융 문맹으로서 주식을 투기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또 주식을 배운다. 요행은 없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덕분에 또 다른 패션 종목인 LVMH와 케어링 주식을 기웃거리며 다음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