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스타일 하면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고(故) 타샤 튜더가 떠오른다. 미 동부 대학 도시 보스턴에서 태어나 뉴욕 출판사들에서 책을 내며 커리어를 쌓아 올렸지만 늘 꿈이었던 건 자신의 작품세계와 일치하는 18~19세기 영국 시골풍 삶. 결국 작가로 일해 모은 돈으로 50대에 버몬트 주대지 30만 평을 구매, 집과 정원뿐 아니라 옷과 음식, 생활방식마저 그 옛날 할머니 스타일로 완성했고 가장 행복한 90대가 되기까지 그대로 살았다.
마치 야생 초원인 듯 온갖 꽃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타샤의 정원’을 보면 생명력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할머니들의 스테디셀러인 꽃무늬는 소박하면서도 생동감 가득한 당신들의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리라. 굳이 기원을 꼽자면 컨트리 스타일이 발전한 영국, 프랑스 등일 것이다. 타샤 튜더가 사랑한 꽃무늬와 ‘몸뻬(もんぺ)’의 그것엔 의외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촌 대표 일 바지인 몸뻬는 일제강점기 여성의 노동복으로 강요당한 게 시초지만 그리 역사가 긴 옷은 아니어서, 일본이 개화기에 유럽에서 영향받은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 구찌는 시간을 거스른 것 같은 꽃무늬 패턴으로 가득하다. ‘패션의 정원사’로 유명했던 디자이너 고 켄 스콧의 아카이브에서 가져와 발랄하면서도 예스럽고, MZ세대에겐 그 무엇보다 힙하게 다가간다. 프렌치 캐주얼 패션엔 언제나 꽃무늬며 오래된 색감, 소재가 존재했다. 다만 이번 봄엔 더더욱 기운이 상승해 인플루언서이자 디자이너인 잔느 다마스도 본인이 이끄는 브랜드 루주에 한가득 펼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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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니얼’이 되고 싶다면 먼저 할머니 스타일은 구식이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편견부터 버릴 것. 디지털과 가상현실이 난무하는 세상에 오히려 가장 참신하고 아우라 뚜렷한 스타일일 수 있다.
옷과 화장품일 경우 톤을 유심히 봐야 한다. 옛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는 노랗고 탁한 톤이 도는 깔린 게 중요한 요소인데,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물건, 사람 모두 고유의 매력이 살아나지만 반대로 푸르고 쨍한 톤인 사람에겐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같은 꽃무늬여도 맑으면서 노란 기가 없는 색 조합도 종종 있고, 진주나 은처럼 시원한 느낌 주얼리로 보완할 수도 있으니까.



전신을 할머니 스타일로 꾸미는 건 코스튬 플레이 같아 부담스럽다면 우선 한 아이템만 시도해 본다. 카디건을 할머니 스타일로, 하의는 데님처럼 심플하고 젊은 스타일로 입는 것. 스니커즈, 워커 같은 정반대 스타일 신발까지 접목시켜도 좋다.




리빙 할매니얼이 되려면 오래된 걸 억지로 깔끔하게 바꾸려고 하지 말 것. 구옥이 어색해지는 건 체리 색 몰딩과 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거나 시트지를 바르는 등 완벽하게 리모델링할 것도 아닌데 어설프게 반대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어울리는 앤티크풍 손잡이를 달아주거나 형광등을 따뜻한 색 조명으로 바꾸는 등 고유의 매력을 살리는 쪽으로 갈 것. 또, 타샤 튜더처럼 특정 국가나 시대를 정해 소품부터 수집하고, 옛날식으로 티타임을 보내는 것처럼 생활방식 역시 시도해 보면 훨씬 매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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