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봄처럼 포근해, ‘할매니얼’이 돼 볼까?_선배's 어드바이스 #56

유행을 넘어선 유행, 할머니 스타일이 지금 가장 핫한 이유

BY송예인2021.03.15
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성한 ‘할매니얼’취향이 트렌드 키워드. 그 외에도 #할미룩, #할매입맛, #할미감성 같은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에 꾸준히 등장하듯 의· 식· 주 전 분야에서 할머니 스타일이 인기다. 2010년대 이후 더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 나오기 어려운 창의력의 한계 때문에 레트로 바람이 불었지만, 콕 집어 할머니의 다락방 같은 다소 투박하면서도 포근한 스타일에 밀레니얼 세대가 마음을 완전히 연 것이다.
 
 
할머니 스타일 하면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고(故) 타샤 튜더가 떠오른다. 미 동부 대학 도시 보스턴에서 태어나 뉴욕 출판사들에서 책을 내며 커리어를 쌓아 올렸지만 늘 꿈이었던 건 자신의 작품세계와 일치하는 18~19세기 영국 시골풍 삶. 결국 작가로 일해 모은 돈으로 50대에 버몬트 주대지 30만 평을 구매, 집과 정원뿐 아니라 옷과 음식, 생활방식마저 그 옛날 할머니 스타일로 완성했고 가장 행복한 90대가 되기까지 그대로 살았다. 
 
마치 야생 초원인 듯 온갖 꽃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타샤의 정원’을 보면 생명력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할머니들의 스테디셀러인 꽃무늬는 소박하면서도 생동감 가득한 당신들의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리라. 굳이 기원을 꼽자면 컨트리 스타일이 발전한 영국, 프랑스 등일 것이다. 타샤 튜더가 사랑한 꽃무늬‘몸뻬(もんぺ)’의 그것엔 의외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촌 대표 일 바지인 몸뻬는 일제강점기 여성의 노동복으로 강요당한 게 시초지만 그리 역사가 긴 옷은 아니어서, 일본이 개화기에 유럽에서 영향받은 패턴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 구찌는 시간을 거스른 것 같은 꽃무늬 패턴으로 가득하다. ‘패션의 정원사’로 유명했던 디자이너 고 켄 스콧의 아카이브에서 가져와 발랄하면서도 예스럽고, MZ세대에겐 그 무엇보다 힙하게 다가간다. 프렌치 캐주얼 패션엔 언제나 꽃무늬며 오래된 색감, 소재가 존재했다. 다만 이번 봄엔 더더욱 기운이 상승해 인플루언서이자 디자이너인 잔느 다마스도 본인이 이끄는 브랜드 루주에 한가득 펼쳐 놓았다.
 
 불리 1803 오 트리쁠 로즈 드 다마스크 - 진저, 장미, 베티버가 조화된 화사한 플로럴 계열 워터 베이스 향수. 75ml, 20만5천원

불리 1803 오 트리쁠 로즈 드 다마스크 - 진저, 장미, 베티버가 조화된 화사한 플로럴 계열 워터 베이스 향수. 75ml, 20만5천원

용기 때문에라도 손이 가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불리 1803은 뜻밖에도 뉴욕, 파리에서 활동한 아트 디렉터 람단 투아미와 프랑스 뷰티 전문가 빅투아 드 타이악 부부에 의해 2014년 재탄생한 브랜드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인기였던 장 뱅상 불리의 레시피와 그 시대 디자인 감성까지 되살려 파리에 부티크를 열었을 때,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기뻐하며 추억의 화장수를 사러 왔다고 한다. 
 
 폴앤조 립스틱 UV SPF25 고양이 립밤 - 보습력이 있으면서 은은하게 색감이 표현되는 자외선 차단 기능 립스틱.2.6g, 3만원.

폴앤조 립스틱 UV SPF25 고양이 립밤 - 보습력이 있으면서 은은하게 색감이 표현되는 자외선 차단 기능 립스틱.2.6g, 3만원.

디자이너 소피 미셸리가 이끄는 폴앤조의 화장품 패키지는 몽땅 할머니 화장대에서 꺼낸 듯 오래된 스타일이지만 시즌마다 패션 컬렉션과 연동해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기 때문에 아이로니컬하게도 역동적인 레트로다.
 
 
 
‘할매니얼’이 되고 싶다면 먼저 할머니 스타일은 구식이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편견부터 버릴 것. 디지털과 가상현실이 난무하는 세상에 오히려 가장 참신하고 아우라 뚜렷한 스타일일 수 있다.
 
옷과 화장품일 경우 톤을 유심히 봐야 한다. 옛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는 노랗고 탁한 톤이 도는 깔린 게 중요한 요소인데,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물건, 사람 모두 고유의 매력이 살아나지만 반대로 푸르고 쨍한 톤인 사람에겐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같은 꽃무늬여도 맑으면서 노란 기가 없는 색 조합도 종종 있고, 진주나 은처럼 시원한 느낌 주얼리로 보완할 수도 있으니까.
토리버치 레버리 플라워 프린트 셔츠 - 1970년대 벽지 패턴에서 가져온 꽃무늬가 정감 있다쟈딕앤볼테르 플라워 패턴 드레스 - 만개한 야생화에서 모티프를 딴 비스코스 소재 드레스.사봉 리페어 바디크림 라벤더 애플 - 시어버터, 부활초, 카놀라 오일이 든 건조한 피부용 보디 크림. 200ml, 4만5천원.
 
전신을 할머니 스타일로 꾸미는 건 코스튬 플레이 같아 부담스럽다면 우선 한 아이템만 시도해 본다. 카디건을 할머니 스타일로, 하의는 데님처럼 심플하고 젊은 스타일로 입는 것. 스니커즈, 워커 같은 정반대 스타일 신발까지 접목시켜도 좋다.
본 메종 by 11:55 (Double ONE Double FIVE) 양말 - 샌들이나 로퍼에 잘 어울리는, 프랑스 디자이너 양말 브랜드 본 메종의 S/S 컬렉션.살바토레 페라가모 비바 슬링백 - 할머니부터 20대 손녀까지 신을 수 있는 슬링백 샌들. 캔버스와 리넨 소재. 에트로 페가소 버킷 백 - 영원한 클래식 페이즐리 패턴에 페가소 로고를 더한 버킷 백. 쇼파드 프레셔스 레이스 컬렉션 반지 -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섬세한 레이스를 표현한 반지.
 
리빙 할매니얼이 되려면 오래된 걸 억지로 깔끔하게 바꾸려고 하지 말 것. 구옥이 어색해지는 건 체리 색 몰딩과 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거나 시트지를 바르는 등 완벽하게 리모델링할 것도 아닌데 어설프게 반대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어울리는 앤티크풍 손잡이를 달아주거나 형광등을 따뜻한 색 조명으로 바꾸는 등 고유의 매력을 살리는 쪽으로 갈 것. 또, 타샤 튜더처럼 특정 국가나 시대를 정해 소품부터 수집하고, 옛날식으로 티타임을 보내는 것처럼 생활방식 역시 시도해 보면 훨씬 매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royalalbertengland 20세기 중반까지 유행한 꽃무늬 직물에서 영감을 얻은 로얄알버트 로즈 컨페티 컬렉션.©starbuckskorea 현미, 보리, 흑미, 백태, 검정콩, 검은깨 등 곡물을 넣은 오트밀크에 백앙금을 더한 스타벅스 홀그레인 오트 음료.©parkhyattseoul 파크하얏트 서울의 여름철 인기 메뉴 홍시 빙수. 단호박 식혜 얼음, 도라지 정과, 홍시 아이스크림©parkhyattseoul 파크하얏트 서울의 여름철 인기 메뉴 홍시 빙수. 단호박 식혜 얼음, 도라지 정과, 홍시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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