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로맨스는 없었다. 〈오만과 편견〉과 〈가십걸〉이 믹스된 영국 시대물이라니! 슈퍼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와 넷플릭스가 손잡고 선보인 화제의 작품 〈브리저튼〉은 19세기 런던의 사교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피부색의 배우들이 등장하며, 아리아나 그란데와 빌리 아일리스의 노래가 무도회에서 울려 퍼지는, 여성의 시각을 반영한 베드신(보기에 불편함이 없는)이 포함된, 시대 감각을 장착한 황홀하고 즐거운 볼거리로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무결점 미모’를 지닌 다프네 역의 피비 디네버는 마성의 상대역 레지 장 페이지와 함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 아름답고 지적인 매력을 지닌, 어딘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연상케 하는 ‘뉴 페이스’ 피비 디네버는 알고 보면 오래 전부터 배우의 꿈을 갈고 닦은 준비된 스타다.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용기를 지닌 다프네처럼, 피비 디네버는 마침내 펼쳐진 ‘꽃길’을 대담하게 걸어 나갈 것이다.
피비 디네버(Phoebe Dynevor)는 1995년 4월 17일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27세.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극 속에서 다프네의 나이는 21세. 〈브리저튼〉 출연 배우들 몇몇은 극 속 나이와 실제 나이간 차이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10대처럼 보였던 엘로이즈 역의 클라우디아 제시가 89년생, 페넬로페 역의 니콜라 코글란은 87년생이란 사실!
사랑과 우애가 넘치는 브리저튼 패밀리처럼 피비도 가족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특히 부모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어머니 샐리 디네버는 영국 최장수 TV 드라마인 〈Coronation Street〉에 출연한 잘 알려진 배우이며 아버지 팀 디네버 역시 극작가로 일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피비를 임신했을 당시 얘기를 자주 들려줬는데, 예정일이 훌쩍 지나도록 출산 기미가 없자 〈메리 포핀스〉를 반복해서 보면서 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렸다는 것. 〈브리저튼〉에서 레이디 휘슬다운의 목소리를 맡은 줄리 앤드류스와의 놀라운 연결고리! (줄리 앤드류스는 1964년작 〈메리 포핀스〉에 출연했다)
부모님의 일터를 오가며 일찍이 배우의 꿈을 갖게 된 피비의 첫 오디션은 11세 때. 영화 〈황금 나침반〉 오디션이었는데, 비록 역할은 얻지 못했지만 “인생 최고의 날”처럼 느껴졌으며 어떻게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2009년 TV 시리즈로 데뷔한 피비는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스내치〉와 힐러리 더프 주연의 미드 〈영거〉 등에 얼굴을 비쳤으나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다 기적처럼 찾아온 〈브리저튼〉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 스타 탄생!
〈브리저튼〉에는 시청자를 숨죽이게 하는 짜릿하고 매혹적인 섹스신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를 촬영한 배우들은 어땠을까? 〈가디언〉 및 여러 매체를 통해 피비가 전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다. “전투 장면을 찍는 스턴트 배우들처럼 꼼꼼히 리허설을 했어요. 레지(사이먼 역의 레지 장 페이지)가 언제 어디에 손을 둘지 정확히 알고 있었죠. 그리고 우리 사이에는 침대 매트 같은 소품들이 있었으니까요.” 피비는 또한 극 속에서 다프네가 사이먼의 벗은 몸을 바라보는 장면을 언급하며 〈브리저튼〉의 섹스신이 “다른 작품들과 왜 다른지” 설명한다. “너무나 많은 작품에서 남자들은 그저 침대에 누워있고, 여자들은 벌거벗은 완벽한 뒤태를 드러내죠. 이를 뒤집었다는 게 너무나 흥미로웠어요.”
최고의 신랑감을 찾아서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인 다프네를 과연 이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글래머〉 매거진 인터뷰에서 피비는 이에 관한 코멘트를 남겼다. “페미니즘은 한가지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이 보시기에 다프네가 명백한 페미니스트는 아닐지라도,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어요.”
〈브리저튼〉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패션쇼이기도 했다. 촬영을 위해 피비가 입은 의상은 무려 100벌이 넘는다는 사실. LA에 있던 그녀가 캐스팅 소식을 듣고 영국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도 드레스 피팅이었다. 환상적인 작업을 보여준 코스튬 디자이너 엘렌 미로닉(Ellen Mirojnick)은 다프네의 의상을 디자인하며, 연한 푸른빛에서 시작해 캐릭터가 변화함에 따라 점점 짙어지도록 고려했다. 가슴 라인이 보이게 네크라인을 깊게 판 것도 특징인데, 덕분에 “가슴을 귀까지 밀어 올리는” 경험을 했다는 피비의 후일담. “전 평소에 브래지어를 잘 하지 않아요. 그래서 내 가슴이 그 상태가 되는게 신기했죠!”
그렇다면 스크린 밖 피비의 패션 스타일은 어떨까? 그녀의 인스타그램(@phoebedynevor)를 들여다보면, 쇼츠나 청바지에 민소매 톱을 입은 편안하고 내추럴한 스타일이 엿보인다. 반면 공식적인 자리나 레드카펫에서는 아직 인상적인 룩을 찾기 어려운데, 아마도 조만간 새로운 패션 아이콘다운 면모로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엘르〉 미국판을 통해 피비가 함께 일해보고 싶은 창작자로 꼽은 인물은 데이비드 린치와 데이미언 셔젤 감독(특히 〈브리저튼〉 촬영 당시 로맨틱한 감정을 잡기 위해 그의 영화 〈라라랜드〉 속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배우로는 케이트 블란쳇과 메릴 스트립을 꼽았다. 어린 시절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 나온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보고 넋이 나갔다고 회상하며.
〈엘르〉 미국판에서 피비가 공개한 가장 좋아하는 책은 클라리사 핑콜라 에스테스(Clarissa Pinkola Estés)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Women Who Run With Wolves〉.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2018 디올 크루즈 컬렉션의 영감을 받기도 했던 유명한 페미니즘 저서이다. “제 모든 여성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에요. 이 책은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다르게 느껴지죠. 그래서 계속 해서 손이 가요.”
피비에게도 몇 차례 데이트 상대와 공개 연인이 있었으나(가장 알려진 인물은 〈스킨스〉의 션 틸) 현재는 싱글이라고 추정(?)된다. 극 속에서 달달한 케미를 보여준 피비 디네버와 레지 장 페이지가 진짜로 사랑에 빠진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지만, 두 사람은 거듭 부정하고 있는 상황. 후끈한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가 2시즌(2021년 공개 예상)을 확정했으니, 다프네와 사이먼 커플을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찬양하고 애정하고 소문 내고 싶은 별의별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 ‘요주의 여성’은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