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의학 용어로 ‘기계적 여드름(Acne Mechanica)’이라 불리는 마스크 트러블은 마찰로 인해 피부 장벽이 무너지고, 이 헐거워진 틈새를 파고든 박테리아가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염증이 생기면 피부가 심각하게 건조해지는 탈수 증상이 오는데, 이때 피부가 부족해진 수분을 채우기 위해 과도한 피지를 분비시켜 모공ㅁ을 막으면 오돌토돌한 화이트헤드가 생긴다. 이게 바로 마스크 트러블인 셈. 평소 자잘하게 나타났다 없어지는 뾰루지와 달리 마스크 트러블이 생성되는 부위도 콧대와 볼, 턱 라인 등 마스크가 닿는 부위에 집중돼 있다. 가장 좋은 해결법은 원인 자체를 없애는 것이지만,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니 차선책으로 넘어가자.
가능하면 오랜 시간 마스크를 벗는 것 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항균 작용을 하는 살리실산이나 피지 억제와 살균에 도움을 주는 황 성분 등이 들어간 약산성 클렌저로 부드럽게 세안하고 세라마이드나 나이아신아마이드, 판테놀 등을 함유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크림을 듬뿍 바르는 것이다. 무너진 피부 장벽에는 질 좋은 미장질이 필요한데, 이때 가장 좋은 재료가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 판테놀 같은 피부 장벽 구성 성분이기 때문. 간혹 피부 결이 오돌토돌해졌다며 과도한 각질 제거나 딥 클렌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가뜩이나 생채기가 난 피부의 상처를 후벼 파는 거나 마찬가지니 주의해야 한다. 스킨케어 루틴을 간소화하고 평소 사용하는 화장품의 전 성분표를 확인해 앞서 언급한 피부 장벽 구성 성분과 마데카소사이드, 병풀 같은 진정 성분이 앞에 있는지, 전체 성분의 개수가 너무 많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Let’s Be Clear
」“간헐적으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한 올해 초와 겨울이 성큼 다가온 지금의 피부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죠. 마스크를 쓴 시간이 누적된 만큼 피부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40대를 넘긴 지금 안티에이징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정착한 방법은 병풀 추출물로 이뤄진 워터 에센스와 마이크로바이옴 성분이 함유된 안티에이징 에센스를 바르고 갈바닉 기계를 활용해 활성 성분을 피부 깊숙한 곳까지 흡수시킨 뒤, 피부 솜털 한 올 한 올이 느껴질 정도로 피부 결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장벽 크림을 발라 마무리하는 거예요. 많은 전문가들이 고기능 성분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라지만, 피부 노화가 신경 쓰이는 나이라면 안티에이징을 놓을 수 없거든요. 피부가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았다면,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백지수(뷰티 콘텐츠 디렉터)



“평소 트러블이 나는 피부가 아닌데, 턱 주변에 여드름인 듯 여드름이 아닌 것 같은 트러블이 나더라고요. 열심히 케어해서 수그러들면 다음 날 세 개가 나고, 두 개 가라앉으면 다섯 개가 나는 식으로요. 염증이 악화돼 딱딱하고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기에 피부과를 찾아 항생제를 처방받고 치료했어요. 저처럼 염증이 심해 홈 케어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지체하지 말고 피부과로 발걸음을 옮기길 권해요.” 김태연(KLH인터내셔날 홍보팀)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초기엔 끄떡없던 피부도 9월 즈음이 되니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보기 싫은 각질과 화농성 여드름, 홍조와 두드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 피부과로 달려갔죠. 진단은 마스크로 인한 접촉성 피부염! 그때부터 외출을 자제해 마스크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유튜브 ‘땅끄부부’ 채널 속 유산소운동을 따라 하며 림프 순환을 촉진했어요. 피부과에 다니며 급한 불을 끈 이후엔 모든 스킨케어 제품을 약산성으로 바꾸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식초 세안을 했죠. 세숫대야에 물을 3분의 2 정도 채우고 사과식초 한 스푼을 똑 떨어트린 뒤 어푸어푸 세안하고 마지막에 깨끗한 물로 헹궈내요. 식초 속 AHA 성분 덕분에 별다른 각질 제거 없이도 피부 표면에 지저분하게 들러붙은 각질이 떨어져 나가더라고요. 그다음엔 수분 로션을 세 겹으로 레이어드해 속 보습을 채우고, 무기 자외선차단제를 발라 피부 결을 보송보송하게 유지했어요.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난 지금, 제 피부는 어느 때보다 깨끗해졌답니다.” 소유정(모델)



“가능하다면 수시로 한적한 공간에 가서 마스크를 벗고 짧게는 3~4분, 길게는 10분 정도 마스크 속에 꽉 들어찬 습기를 빼는 과정이 필요해요. 간혹 마스크를 엉성하게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과정에서 미세한 마찰이 반복적으로 생겨 피부 자극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그러니 답답하더라도 마스크를 밀착해서 사용하길 권합니다. 이미 피부가 손상됐다면 병풀이나 세라마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 등 피부 염증이나 민감도를 낮춰주는 성분이 들어간 재생크림을 사용하길 추천해요.” 김홍석(피부과 전문의)
“마스크를 쓴 이후로 생전 트러블이 난 적 없는 부위에 오돌토돌한 것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볼과 콧등, 턱, 마스크 끈이 지나가는 자리까지, 마스크가 닿는 모든 부위에 말이죠. 처음엔 피부가 붉게 일어나더니 나중엔 좁쌀 여드름처럼 올라오더군요. 원래도 홍조가 있고 건조한데 마스크 속에 습기까지 들어차니 마치 히터를 코앞에서 쐰 것처럼 코와 볼 주변의 홍조가 심해졌어요. 피부 속 열을 빼고 민감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 병풀 추출물과 쑥 추출물, 티트리잎 추출물이 함유된 1회용 패드를 피부 결 방향을 따라 슥슥 닦아내 들뜬 각질을 제거하고, 유독 열감이 올라오는 날엔 양쪽 볼에 진정 패드를 올려놓곤 했어요. 그런 다음 히알루론산 성분이 들어 있는 앰플과 피부 진정과 정화, 수분 공급에 특화된 크림을 듬뿍 발라 마무리했죠. 피부 속 열을 빼는 과정만으로는 좁쌀 여드름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는데,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크림을 꾸준히 사용하니 트러블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정청솔(모델)


“피부가 휴식할 수 있는 밤 시간을 집중 공략했어요. 세안 후 거의 매일같이 어성초 성분이 함유된 시트 마스크를 붙이고 떼어낸 후, 에센스가 마르기 전에 병풀 성분이 함유된 워터 제형의 에센스를 덧바르고 피부 결을 따라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마사지해 불필요한 각질을 제거했어요. 그런 뒤 라벤더와 로즈메리 에센셜 오일 등을 함유해 피부 정화에 효과적인 크림을 전체적으로 바르고, 붉은 기가 심한 부분은 도톰하게 올려 마무리! 유독 건조한 날엔 영양크림을 레이어드해 피부에 촉촉한 막을 씌워줬답니다.” 오가영(메이크업 아티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