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콜린 퍼스,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찬 베일
미국 시간으로 16일 저녁에 열렸던 제 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소셜 네트워크>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영화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오리널 스코어 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그의 친구들은 기쁨을 누렸지만, 다소 김빠지는 결과였다. 이번 시상식은 한마디로 '이변은 없었다'로 정리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승리는 예상된 결과였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는 작년 말부터 모든 시상식을 차례로 점령했다. 이미 로스앤젤레스영화비평가협회(LAFCA), 전미비평가협회(NBR), 뉴욕영화비평가협회(NYFCC) 등, 주요 영화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여기에 골든글로브 작품상까지 챙겼으니, '올킬'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는 작년 11월 18일 국내에도 개봉해 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의 결과에 신경을 쓰는 건, 그 영향력이 아카데미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으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쥘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작년의 경우에는 이변이 속출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는 골든글로브에서 3개 부문에 겨우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정작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을 포함 주요 6개 부문에 수상하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화제작 <아바타>를 물리쳤다. 안심할 수는 없지만 올해의 경우는 <소셜 네트워크>의 독주에 힘이 실려있다. 2009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아카데미 상 후보에 13개 부문이나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에게 참패를 당한 바 있다(3개 부문 수상에 그침). 절치부심한 <소셜 네트워크>로 다시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노리는 기회를 잡았다. 이번 골든 글로브에서 <소셜 네트워크>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영화는 <킹스 스피치>였다.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는 데 그쳤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블랙 스완>에서 발레리나로 변신한 나탈리 포트만이 수상했다. 콜린 퍼스는 경쟁자 제임스 프랑코(<127 시간>)와 마크 월버그(<파이터>)를 따돌렸고, 나탈리 포트만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할 베리(<프랭키와 앨리스>)나 니콜 키드먼(<래빗 홀>)을 이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 배우는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남녀 조연상은 <파이터>의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에게 돌아갔다. 애니메이션 작품상은 국내 성인 관객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픽사의 <토이스토리3>가 차지했다. TV 드라마 부문에서는 마틴 스콜세지와 <소프라노스>의 작가 테렌스 윈터가 손을 잡은 <보드워크 엠파이어>가 작품상을 받았다.1920년대 금주령 시대의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마이클 피트, 스티브 부세미, 마이클 새년 등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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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든글로브는 <소셜 네트워크>의 승리로 끝났지만, 아카데미의 이변은 아직도 가능하다. 다크호스 <킹스 스피치>와 <파이터>를 미리 체크해 보자. 두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후 국내에 개봉할 예정이다. <킹스 스피치>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왕 6세(콜린 퍼스)의 이야기다. 그는 말더듬을 극복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특이한 박사 라이오넬(제프리 러쉬)과 만난다. 그의 도움으로 조지왕 6세는 1939년 독일 히틀러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성공적으로 발표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톰 후퍼는 TV시리즈 <존 아담스>, <엘리자베스 1세>, <프라임 서스펙트>를 연출했다. 영화는 1925년 앨버트 왕자(콜린 퍼스)가 영국왕실 전시회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말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질 않고, 침묵과 음절이 뒤섞여 관중 사이를 떠돈다. 그는 당황하고, 부인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는 남편을 진심으로 안타까워 한다. 앨버트를 돕기 위한 라이오넬의 연설 수업은 마치 치료요법과도 같아서, 왕가의 생활을 세세히 들여다 보고 이유를 분석해 낸다. 그의 아버지이자 허풍이 센 조지왕 5세(마이클 감본), 냉소적인 형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를 통해 앨버트 왕자의 섬세하고 약한 심리를 되짚어 본다. 에드워드는 미국인 이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좌를 포기하고, 누구도 왕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앨버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킹스 스피치>의 작품성과 콜린 퍼스의 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극찬을 받고 있다. 작년 <싱글맨>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그쳤던 퍼스는 올해 수상이 아주 확실하다. 아카데미가 아주 선호하는 것이 있다. 영국의 왕실 이야기다. 거기다가 연극 무대 출신의 영국 배우가 나와 연기를 하면 아주 후한 점수를 준다. <더 퀸>(2006)의 헬렌 미렌이 그랬다. 이번에는 그 필요충분 조건을 콜린 퍼스가 만족시키고 있다. <킹스 스피치>는 <소셜 네트워크>에게 작품상에서 밀린다고 해도 다른 부문에서는 경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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