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추위에 지쳐 극장가로 피난간 고양이의 평점

징하게 춥다! 강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그럼에도 극장 가는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알짜 정보없이 영화 전단지나 뒤적이며, 영화를 고르는 당신을 위해 엘르가 좀 나섰다. 고양이 입맛에 따라 멋대로 발바닥 평점,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을 위한 가벼운 조언이다.

프로필 by ELLE 2011.01.13

 

<라스트 갓파더>와 <심장이 뛴다>가 엎치락뒤치락 한판 승부를 펼쳤다. 개봉 당일 <심장이 뛴다>가 <라스트 갓파더>를 누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8일, 9일(주말)에는 뒷심을 발휘한 <라스트 갓파더>에 밀렸다. 주말 동안 <라스트 갓파더>가 39만 명을 모아 31만 명에 그친 <심장이 뛴다>를 간발의 차이로 앞질렀다. 하지만 10, 11일 이틀 동안에는 <심장이 뛴다>가 다시 역전하고 1위에 등극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총 누적 관객은 <라스트 갓파더>가 200만 명, <심장이 뛴다>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심장이 뛴다>가 열심히 뛰었지만, 이번 주에 개봉하는 외화 <메가 마인드>, <시즌 오브 더 위치>, <러브 & 드럭스>에 때문에 심장이 멈출지도 모른다. 블록버스터 급의 할리우드 영화는 아니지만, 세 편의 영화는 분명한 타깃을 갖고 있는 영화다. 애니메이션 광들과 아이들에게  드림웍스(<메가 마인드>)는 결코 실망을 주는 법이 없고, <러브 & 드럭스>는 의외로 노출(베드 신)이 많은 탓에 연인들의 입소문을 탈만 하다. <시즌 오브 더 위치>는 다소 평범한 판타지지만, 케서방(니콜라스 케이지)의 박스오피스 파워는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라스트 갓파더>가 300만 명을 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 이상의 신화를 기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월 20일에 충무로 파워넘버 원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출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라스트 갓파더>와 누가 진정한 '대부'인지를 겨룰 전망이다.


고양이 세수: 흑사병으로 폐허가 되버린 14세기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가 무단 이탈한 기사 베이맨(니콜라스 케이지)은 우연히 마녀로 의심받는 소녀를 수도원으로 호송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마녀의 저주를 없애라는 추기경의 부탁을 받고, 마녀호송단을 꾸려 길을 떠난다.
고양이 기지개: 감독이 <스워드 피쉬>의 도미닉 세나라는 점과 블록버스터의 달인 케서방(니콜라스 케이지)에 '헬보이' 론 펄먼이 합류했다면 어딘가 구미가 당긴다. 그냥 통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다소 당혹스럽다. 십자군 시대의 반지원정대는 특별한 매력이 없다. 이 영화엔 호러 요소도, 스릴러 요소도, 게다가 판타지 요소까지 모조리 적당히 섞여있다. 부대찌개를 먹는 느낌이 들 정도다. 차라리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만들지라도, 호러에 방점을 찍는 것이 더 좋을 뻔 했다. 대책없이 진부한 스토리라는 수면제를 먹었다가 마녀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스펙터클이 출몰한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십자군, 흑사병(대재앙), 마녀 사냥! 이런 것들은 제발 사절이다. 그나마 '솔로몬의 책'의 주문이 <내셔널 트레져> 같은 재미를 준다.

고양이 세수: 찰리(잭 에프론)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동생 샘을 잃는다. 하지만 죽었다가 살아난 찰리는 동생의 영혼을 보는 능력이 생긴다. 그후 저녁이 되기 전에 동생과 캐치볼을 하겠다는 약속만 지키며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다가 테스(아만다 크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고양이 기지개: 초반 설정만 보면 놀랄 수도 있다. <헬로우 고스트>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후로, 찰리(잭 에프론)에게는 귀신이 보인다. 찰리의 목숨을 구해준 플로리오(레이 리오타)가 등장해, 신이 '그를 살린 이유가 있다'고 말할 때는 나이트 샤말란의 <싸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오, 데자뷰? 이미 피터 잭슨이 <러블리 본즈>의 혼령으로 끝을 봤으니, <세인트 클라우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저 잭 에프론의 매력을 증폭시킬 방법을 찾는 것 밖에 없다. 가슴 절절한 사랑이나 이별은 없다. 유령 소동을 동원해도 <시간여행자의 아내>처럼 떠돌기 전까지는 신비한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식스 센스> 식의 '반전'은 유치해도 나름 좋았다. 하지만 찰리와 테스의 재회는 웨런 비티가 <천국의 사도>에서 보여 준 엔딩보다 약하다.

고양이 세수: 메트로 시티에는 영웅 메트로맨과 악당 메가마인드가 존재한다. 어느 날 메가마인드는 얼떨 결에 메트로맨을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다. 숙적이자 자신을 대적할 유일한 상대였던 메트로맨이 사라지자 메가마인드는 무료함에 빠진다.
고양이 기지개: 수퍼 히어로 이야기는 어디까지 계속 될까? 히어로에 대한 <메가마인드>의 놀라운 발상은 <행콕>을 뛰어넘는다. 지쳐 버린 히어로 메트로맨은 평범한 삶을 선택하고, 오로지 악당만이 홀로 남는다. 권태에 빠진 악당은 스스로 영웅을 만들어 내고, 그와의 결투를 계획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악당 메가마인드가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한다. <매가마인드>는 슈렉이 선남선녀로 가득 찬 디즈니의 동화를 비튼 것처럼, 기존의 히어로 장르를 해체하면서 마음껏 가지고 논다. 한마디로 포스트 히어로 물이다(어떤 식으로든 히어로는 영원하리라!). <드래곤 길들이기>에 이어 드림웍스가 인트루 3D의 위력을 선보인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수퍼맨>의 삶을 따른 히어로와 <화성 침공>에서나 나올 만한 외계인 악당과의 결투. 이 진부한 승부를 빛나게 만드는 건 역시 아이디어의 힘!

고양이 세수: 제약회사에 취직한 바람남 제이미(제이크 질렌할)는 자신의 끼를 적극 활용해 영업에 나선다. 우연히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매기(앤 헤서웨이)를 만나 잠자리 친구로 발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기의 매력에 끌린 제이미는 사랑을 고백하나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양이 기지개: 참 희한한 일이다. 앤 헤서웨이가 처음 벗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길렌할과는 첫 섹스(?)가 아니다. 이미 <브로크백 마운틴>(2005)에서 트위스트 부부로 나와, 카 섹스(여상 상위 시대!)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의 재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걸 보면, 동성애의 아련한 추억을 이 영화에 덧붙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 영화를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식으로 표현하자면 '섹스, 약 그리고 파킨슨 병' 쯤 된다. 의외로 '약'에 관한 이야기가 길다. 스토리 놓고 보면 식상한 로맨스 영화다. 그럼에도 이런 장르가 지속되는 것은 스토리보다는 배우의 '약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헤서웨이의 누드가 궁금한 사람이 있나? 이미 그녀를 스타가 아니라 '배우'로 인정했다. <레이첼, 결혼하다>의 꼴초 연기가 있었으니.

고양이 세수: 홍콩 조직 삼합회의 원로들이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해 모인다. 록(임달화)과 따이디(양가휘), 두 후보의 경합이 치열하지만, 현직 회장 탱의 제안으로 회장은 록으로 결정된다. 이 결정에 불만을 품은 따이디는 회장을 의미하는 용두 단장을 빼앗으려 한다.
고양이 기지개: 이렇게 늦게 만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홍콩 영화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모양이다. 두기봉(조니 토)의 대표작으로 2005년 영화다. 홍콩에서 주요상을 휩쓸었던 이 영화는 다음해 <흑사회2>까지 만들어졌다. 폭력 미학의 대부 두기봉이 뒤늦게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대표작 <흑사회>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6년이란 시차가 있지만, 다시 봐도 홍콩 갱단의 잔혹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폼생폼사의 <익사일>처럼 화려한 총싸움(총알 발레)은 없지만, <대부>를 연상시키는 비장미로 가득 차 있다. 아직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면 냉혈한 야쿠자의 세계를 그린 <아웃레이지>와 비교해 봐도 좋다. 그 남자들은, 참 흉폭하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선남으로 보이던 임달화가 갑자기 악마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씩 웃고 나서 바위로 양가휘를 무려 14번 내려찍는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

 

고양이 세수: 오자크 산골 마을의 열일곱 소녀 리(제니퍼 로렌스)는 홀로 동생을 돌본다. 어느 날 갑자기 마약판매 혐의로 실형 선고를 앞둔 아빠가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사라져 버린다.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빠를 찾아 나선다.
고양이 기지개: 작년 화제작은 단연 <윈터스 본>이었다. 선댄스를 시작으로 시애틀과 토리노에서 상을 휩쓸었다. 제니퍼 로렌스는 올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미주리에서 촬영된 2백만 달러짜리 저예산 영화가 일으킨 파장이었다. <다운 투 더 본>으로 데뷔(선댄스 영화제 감독상)한 그래닉 감독은 두 번째 영화 <윈터스 본>으로 '선댄스 루키'에 어울리는 성과를 냈다. 아버지를 찾아나선 리의 이야기는 초반에는 '아빠 찾아 삼만리' 정도지만, 주위 사람들에 의해 점점 위협이 가해지고 숨막히는 이야기로 돌변한다. 홀로 치열한 싸움한 펼치는 리에 반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화면은 차가움으로 꽁꽁 얼어붙는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뚝심 하나로 돌진하던 그녀가 결국 아버지의 시체를 찾는 장면. 아버지의 죽음을 입증하기 위해 참으로 놀라운 방법을 동원한다. 그건 상상에 맡긴다.
고양이 세수: 퇴출 직전의 꼴통 프로 투수 김상남(정재영)은 매니저 철수(조진웅)의 손에 이끌려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임시 코치를 맡는다. 듣지도 못하는 열 명의 애들로 야구를 한다니 황당할 뿐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승을 향한 까칠한 지옥 훈련이 시작 된다.
고양이 기지개: '착한 영화'가 또 나왔다. 착하디 착하지만 참신한 구석을 찾을 순 없다. 뜻밖에 조진웅이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지만 그 역시 <라디오 스타>를 떠올리게 만든다. 안타깝지만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정재영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업그레드할 수는 없었다. '감동 실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포의 외인구단>보다는 당연히 핸드볼 영화 <우생순>과 비교하는 게 맞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전적을 보면 승리하지 못한 야구(패자에게 보내는 박수)가 통할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스포츠로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기는 참 어렵다. 할리우드에도 해마다 미식 축구 영화가 쏟아지지만, 평작이 넘어서는 영화를 보기란 참 쉽지 않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퇴물 투수와 매니저의 끈끈한 우정이나 아이들의 슬픔에만 기대고 있다. 투박한 강우석 감독에게 보다 세련된 걸 주문할 수는 없는 노릇.

 

Credit

  • 글_전종혁 기자 COURTESY OF 영화인
  • 영화사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