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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이유 있는 전성기

나 또 잘해버렸네? 태어나서 처음 해본 운동을 태릉인처럼 가뿐하게 해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미소 짓는다. 김민경의 전성기가 그렇게 찾아왔다.

BYELLE2020.07.06
 
시어한 소재의 트렌치코트와 티어드 스커트는 모두 Dew E Dew E. 플로럴 패턴의 미니드레스는 09Women. 핑크 컬러의 워크 부츠는 Dr. Mart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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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드레스는 Dew E Dew E. 이너 웨어로 입은 슬립 드레스는 09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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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에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발탁됐고, 30대 중반에 첫 상을 받았다(2013년에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우수상을, 2015년에는 같은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벌써 6년 차인 미식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건강 프로젝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에서 경탄할 만한 운동 실력을 뽐내며 나이 마흔에 핑크빛 전성기를 맞이한 김민경은 자신의 인생이 언제나 남보다 한 발짝 늦었다고 했다. “목표를 세운 다음, 그것만 보고 죽어라 내달리는 게 무서웠어요. 천천히 가다 보니 내 길이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죠.” 포기할 수도 있었을 길을 가도록 도와준 건 언제나 사람들의 말 한 마디. “너무 잘하는데요?” “천재 아니에요?”라는 말에 성인 남성에게도 버거운 레그 프레스 340kg을 성공시키고, 종합격투기 수업 첫날에 완벽한 힘과 자세로 묵직한 러시언 훅을 꽂아 넣은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자꾸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 그 힘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니까요.” 어떤 도전이든 이제 사람들은 기대감에 찬 눈으로 그의 다음 몸짓을 응시한다. 김민경이라면 이번에도 잘해낼 게 분명하니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걸 축하합니다. ‘운동뚱’의 인기가 정말 뜨거워요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많은 곳에서 제2의 전성기라지만 저는 ‘처음 온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에요(웃음). 
 
13년 차 개그우먼인데 정작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건 운동 때문이라는 게 아이러니해요 정말이지 어떤 게 잘되고, 터질지 모르겠는 게 지금 시대인 것 같아요. 〈맛있는 녀석들〉에서 복불복에 당첨돼 ‘운동뚱’ 프로젝트에 도전하자마자 제가 PD와 작가분들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나 웃음기 쫙 빼고 정말 진지하게 할 거라고요. 다들 흔쾌히 그러라고 했지만 내가 운동하는 걸 보는 게 과연 재미있을지 속으로 많이 걱정 했어요.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죠. 그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니까, 이제는 애써 웃기려 하지 않아도 진정성이 보이면 좋아해주는구나 생각해요. 
 
표정이 일그러져도 마우스피스를 덥석 물고, 늘 거짓 없이 웨이트를 올리는 데서 느껴지는 스포츠 정신이 정말 보기 좋아요. 잘하니까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겠지만요 평생 힘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그건 이삿짐 옮길 때나 팔씨름할 때 이야기죠. 심지어 초반에는 트레이너분들이 “왜 이렇게 잘해요?” 하면 ‘이 사람들이 방송이라고 나를 띄워주는 건가?’ 싶었다니까요. 워낙 지는 걸 싫어하는데 그런 승부 근성이 운동할 때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남동생팬, 헬스팬 등 새로운 팬 층의 유입도 느낄 것 같은데 댓글에 ‘누나’라는 말이 많아졌어요. 가끔 연락만 주고받는 사이였던 남동생들이 ‘누나, 진짜 대단해. 내 친구들 완전 난리 났어’라며 열광적인 카톡을 보내올 때마다 남자들 세계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하더라고요(웃음). 
 
당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10주 헬스 트레이닝을 함께 한 양치승 트레이너부터 김동현 선수, 심으뜸 필라테스 강사까지 내로라하는 트레이너들이 1:1로 코칭을 해주니까요 어유, 그렇죠. 저는 정말 복받았어요. 
 
특히 양치승 트레이너와의 케미스트리가 대단했어요. 마치 개그 듀오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처음 ‘운동뚱’을 하게 됐을 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는 양 관장님 모습이 너무 무서웠는데 제가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먹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보니 관장님도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가르쳐준 것 같아요. 힘든데 계속하라고, 저를 일으켜 세울 땐 너무 미웠지만요(웃음). 
 
주변에서 더 이상 잘한다고 부추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부상을 염려하는 팬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일주일에 정말 딱 한 번 운동하는 거라서(웃음). 승부욕 때문에 처음에는 무작정 힘만 썼는데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중요한 건 집중력이에요. 운동할 땐 잠깐만 딴생각 해도 몸에 힘이 풀리면서 곧바로 다치기 쉽거든요. 최대한 집중하고, 솔직하게 운동하려고요. 
 
필라테스에 도전하면서 한 말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죠. ‘날씬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도전 종목을 고를 때 좀 더 신중해지는 건 있어요. 운동하면서 들으면 제일 뿌듯한 얘기가 바로 그런 거거든요. “김민경이 하니까 나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긴다”는 말요. 
 
그렇지만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꾸준히 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저도 운동 정말 싫어했어요. 복근운동은 아직도 싫고요. 그런데 막상 하니까 좋은 걸 느껴요. 일단 한번 해보세요.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다른 운동도 해보고요. 저한테는 정적인 운동보다 힘을 쏟아내는 역동적인 운동이 맞는 것처럼 사람마다 궁합이 좋은 운동은 따로 있어요. 이것저것 기웃거려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운동을 시작한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저보고 자꾸 ‘피부 좋아졌다’ ‘인상이 환해졌다’ 하고, 이왕 하는 거 저도 잘해서 인정받고 싶으니까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헬스 영상 찾아보면서 ‘이런 운동도 있네?’ ‘이 사람은 운동을 이런 식으로 하네?’ 생각하게 되고.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은 건 자존감이 올라가는 건데, 그건 나이를 먹으며 높아진 것도 있을 거예요. 올해 마흔이 되면서 ‘그래, 뭘 더 두려워해? 고민할 시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고 마음먹게 됐거든요. 
 
당신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젊게 사는 비결이 있을까요 통통하다 보니 제가 주름이 좀 적은 편이에요(웃음). 물론 ‘운동뚱’ 이후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어린 친구에게는 자기 나이에도 너무 힘든 걸 제가 도전했다는 게 놀랍나 봐요. 
 
항상 밝고, 웃고 있는 모습도 좋은 기운을 뿜어내는 것 같아요 제가 주변 사람에게 늘 하는 말이 “웃으면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다”예요. 저도 힘든 일 많았어요. 죽을 것 같을 땐 당연히 웃을 힘도 없죠. 그래도 막연하게나마 미래에 웃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요. 그러면 진짜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오나미, 박소영, 허민 등 개그우먼 공채 동기를 포함해 친구, 동료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가득하더라고요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순간마다 제 손을 잡아준 건 항상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가난한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스물한 살에 ‘이 끈 놓지 말고 계속하라’고 말씀해 주신 전유성 선배님이나 제가 악플로 힘들어할 때 ‘너를 좋아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 말을 더 많이 들어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해준 (김)준현 선배처럼요.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댓글들…. 결국 사람으로 치유되는 게 인생 아닌가 싶어요. 적어도 제 삶은 늘 그랬어요. 
 
대구에서 홀로 상경해 극단 생활을 하고, 28세에 공채 개그맨이 되기까지 녹록지 않던 시절을 버틴 것은 어떤 마음에서였을까요 버틴 적 없어요. 충분히 즐기면서 사느라 남보다 뭐든 조금씩 늦은 거죠. 늘 현재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제가 쉬운 길도 좀 멀리 돌아서 가는 사람이에요. MT도 30대가 아니라 20대에 가야 재미있듯이 젊었을 때 해야 될 것, 느껴야 할 것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지난해에 이어 얼마 전 열린 2020 백상예술대상 TV예능상 여자 부문에 또다시 후보로 올랐죠. 박나래, 안영미, 장도연, 홍현희까지 다섯 명의 모습이 스크린에 뜨는데 정말이지 쟁쟁하더라고요 다들 오랫동안 고생해 온 걸 아니까 좀 뭉클하고, 감회도 남달랐어요. 한편으로는 〈개그콘서트〉 종영 소식이 더 아쉽게 느껴지면서 우리를 보고 후배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저도 ‘그냥 내비둬’와 ‘뿜 엔터테인먼트’ 코너를 하며 개그우먼 김민경을 대중에게 알리고 좋은 상을 받게 되기까지 〈개그콘서트〉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존재만으로도 용기를 주는 선배가 되면 좋겠어요. 
 
6년째 함께하고 있는 〈맛있는 녀석들〉도 당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죠 이젠 그냥 가족이죠. (김)준현 선배는 원래도 스타였지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로 네 명 다 너무 잘돼서 더 기뻐요. 사랑받게 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매주 먹여주고, 요즘은 몸 상할까 봐 운동까지 시켜주는(웃음)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 
 
‘힐링쿡방’과 소통을 앞세운 개인 유튜브 채널 〈민경장군〉이 얼마 전 구독자 20만을 달성했는데 먹방이든 쿡방이든 그냥 있는 그대로 제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고 좋아해주시니 다행이죠. 원래 댓글을 안 봤는데 주변 사람들이 ‘네 채널은 정말 댓글 청정 지역이야’라고 하길래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웬걸요, 3000~4000개나 되는 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행복해하는 게 요즘 낙이에요. 
 
과도한 웃음 욕심 없이 김민경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채널이 아닌가 싶어요 맞아요. 공채 동기로 만난 (오)나미랑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선한 영향력을 위해 살다 보면 우리처럼 조용하고 소심한 코미디언을 위한 프로그램도 결국 생기지 않겠느냐고요. 웃기면서도 따뜻한 대화가 오가는 채널을 갖게 돼서 행복해요. 
 
최근 뷰티 프로그램 〈왈가닥뷰티〉에도 고정 패널리스트로 합류하게 됐죠. 프로그램마다 180˚로 다른 매력을 선보여야 하는 게 힘에 부치지는 않나요 그게 다 ‘나’이니까요.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을 하나씩 꺼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오히려 너무 좋아요. 〈맛있는 녀석들〉을 하며 패션이나 뷰티에 대한 관심을 털어놓을 순 없으니까요. 
 
뭐든 잘해내니까 김민경의 다음 도전을 자꾸 기대하게 돼요 다음 계획은 저도 몰라요. 그냥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거라서요. 뭘 하든 아마 또 승부욕이 발동해 열심히 하긴 할 텐데, 시작하기 전엔 항상 두려운 거예요. 참 그렇죠? 도전이란 것 말이에요.  
 
러플 장식의 핑크 드레스는 Zara.

러플 장식의 핑크 드레스는 Z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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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김영준
  • 에디터 류가영
  • 스타일리스트 박지영 / 원세영
  • 디자인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