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다고 표현하는 남자의 속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극히 단순할 것 같은데 함수 방정식처럼 복잡다단하고 알면 알수록 더욱더 묘한 남자의 마음. 그래서 흔히들 새까맣다고 표현하는 남자의 속내를 한 꺼풀 벗겨냈다. ::복잡한,묘한,아리송한,스페셜 장소, 레스토랑, 카페,기념일,데이트, 생일,남자의 마음,속내,표현,남자,엘르,엣진,elle.co.kr:: | ::복잡한,묘한,아리송한,스페셜 장소,레스토랑

‘무조건’의 법칙인류가 탄생한 이래 남녀의 사랑은 영원한 테마다. 그 영원불멸한 관계에서 무한 반복되는 문답이 있다. 어느 여자가 남자로부터 예쁘다는 칭찬을 들었다 치자. 여자는 남자에게 반드시 묻는다. “어디가 예쁜데?” 남자는 이 정도면 여자가 흡족해할 거라 기대하며 대답한다. “넌 눈이 예뻐.” 그러면 탁구공 쳐내듯 여자가 되묻는다. “눈만 예뻐?” 조금 더 말해 달란 눈빛을 보내던 여자는 남자로부터 “코도 입도 예쁘고 마음도 예뻐. 무조건 다 예뻐!”란 대답을 받아내야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날 얼마나 사랑해?”로 시작한 질문도 “세상 누구보다 널 사랑해. 무조건 사랑해”란 대답으로 끝을 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런데 무조건 예쁘다고, 무조건 사랑한다는 대답을 원하고 갈구하는 여자들에게 ‘무조건’이라는 마법이 도통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남자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때다. 연인들의 싸움은 늘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찾아온다. 남자가 매일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주다가 어쩌다 한 번 거르면 애정이 식었다며 여자는 화를 낸다.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데려갔다가 취향이 다르다고 여자는 또 화를 낸다. 심지어 여자는 백일 기념일만 챙기고 이백일은 넘어갔단 이유로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 이 때마다 남자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며 사과한다. 그러면 여자는 캐묻기 시작한다. “뭘 잘못했는데?” 남자는 조건반사적으로 자신이 다 잘못했다고, 무조건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하면 여자들이 화를 풀 거라 생각하지만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무조건 미안하다면 다야? 그게 진심이야?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앞으로 고칠 거 아냐”라며 여자의 닦달이 이어진다. 궁지에 몰린 남자는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속이 타고 답답할 뿐이다.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할 때 ‘무조건’이라면 기뻐하던 그녀가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에는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자와 남자는 예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란 언어에 서로 다른 의미를 두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같은 말을 쓰고 있음에도 이렇게 갈등이 깊어질 수 있을까.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제발 서로를 이해해 달라고 목놓아 외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무조건’이란 단어로 예쁘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포장하는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속내에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갖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여자의 외모와 스타일이 확실하다. 뒷모습이든 다리든 혹은 목선이든 꽂히는 신체 부위가 정해져 있다. 때문에 남자가 여자에게 어디, 어디가 예쁘단 말을 하는 건 입술에 침 바르고 하는 빈말이 아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내가 어디가 좋은데? 어디가 예쁜데?”란 질문에 대해 남자들은 솔직하게 대답한다. 이때 대개의 남자들이 “넌 말야, 눈이 예뻐, 손이 예뻐, 다리가 예뻐”라며 여자의 특정 부위를 언급한다는 것에 여자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남자에게 여자는 처음부터 무조건 아름답고 어여쁜 존재가 아니란 얘기다. 처음에 어느 특정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야 그 여자의 나머지까지 다 예뻐하고 사랑하는 게 남자다. 그 대신 사랑을 논할 때 깊이와 넓이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여자란 존재를 사랑하는 것일 뿐이다. 연극 에서 여주인공 록산느는 그런 남자들에게 ‘사랑한다’고 간단하게 말하지 말고 얼마나 어떻게 사랑하는지 시적으로 표현해 달라고 외친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은 시인이 되지는 못한다. 마음속 감정은 그 어떤 시구보다 감동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어도 언어를 빌려 표현하는 데 능하지 못하다. 사랑하는 데 그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하다고 그러는지 항변하고 싶은 게 남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그들은 ‘무조건’ 사랑한다는 말처럼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들을 쏟아낸다. 이때 여자들은 다소 무식해 보일 수 있는 남자의 사과에 관계 회복의 바람이 담겨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는 것이 두렵고, 이별하지 않기 위해서 일단 사과부터 하고 본다. 남자는 정말 잘못을 깨닫고 반성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의 화부터 풀어주려고 한다. 왜 싸웠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무조건’이란 단어를 앞세워 백배사죄를 하고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란 미래지향적인 멘트를 덧붙인다. 그런 남자에게 “뭐가 미안한데? 알지도 못하면서 사과부터 한다고 내가 용서할 줄 알아”라며 다그치는 건 남자의 기대와 의지를 단박에 꺾는 잔인한 말이 된다. 그런 점에서 다투고 난 뒤 지금 관계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려면 남자의 태도를 살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사과하지 않는 남자는 지금의 관계가 이미 끝났음을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크고 작은 다툼 뒤에 매번 미안하단 표현을 하지 않는 남자와는 차라리 헤어지는 게 현명하다. 재차 말하건대 남자와 여자는 말하는 방법이 다르다. 사랑의 표현에 있어 남자에겐 언어적 텍스트보단 실천적 태도와 행동이 더 중요하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꽃을 사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한편 거절당하고 차일까 조마조마해 하고 망설이는 게 남자의 마음이다. 단순하고 심심하게 들릴지 모르는 ‘사랑한다’는 고백을 위해 보여주는 행동이야말로 남자의 사랑인 것이다.글쓴이 피오나 연애와 라포르(Rapport, 신뢰관계) 전문 카운슬러로 현재 도쿄 후쿠시 대학 임상심리대학원 연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사랑은 진화하는 것남자의 마음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부족한 시간에 남자의 마음 따위는. 사실 여자의 마음 또한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구체적인 ‘너’란 존재가 생겨야 그 때부터 대상이 된 여자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대신 남자는 구체적인 너란 존재 이전 여자의 몸에는 매우 관심이 많다. 아무리 몸의 일부 일부를 기억에 새겨놓아도 볼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자극받는다. 그 지속적인 관심은 언제나 남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만 다행히 마음을 동요시키지는 않는다. 어릴 때야 말초적인 신경과 마음이 연결돼 있어 달력 아가씨의 얼굴만으로 달뜨고 애달픈 며칠의 사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된 보통의 남자는 그보다 덜 섬세하고 덜 단순하다. 사람이 어떤 존재에 눈을 뜨게 되고 연애에 이르는 과정에는 몸이나 외모에 대한 관심 외적인 또 다른 동력들이 필요한 법이다. 눈빛, 미소, 목소리, 배려, 걸음걸이, 습관, 화법, 공유된 추억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어쨌든 남자라면 누구나 이성적인 매력에 끌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여자의 마음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는다. 처음에는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미래보다 과거가 중요하며 그녀의 취향과 취미,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 계절, 노래, 색깔, 속옷 등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그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 신체 부위는 어디인지, 그녀가 좋아하는 섹슈얼한 기호가 무엇인지(이건 남자한테 매우 중요하다) 골몰한다. 이런 부단한 노력과 정성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그때부터 남자는 무럭무럭 성장한다.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상대방의 취향을 받아들이고 맞추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대로 스타일을 다듬고 취미를 만들고 취향을 넓혀 나간다. 돌아가는 세상의 시계는 잠시 멈춰 두고 지금의 관계에 연관된 것들에만 온통 관심을 갖게 된다.그러나 누군가에게 쏟아 붓는 남자의 마음도 세상 모든 존재들처럼 유통기한을 갖고 있다. 풍만하고 충족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어느 한순간 남자는 여자가 갖춘 아름다움 이외의 것들 혹은 차가운 일면을 보게 된다. 서로에 대한 정염이 조금씩 수그러질 때가 되면 남자는 다시 한 번 여자의 마음을 고민한다. 여자의 마음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녀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으로 행복해지는지, 또 그녀가 왜 예민해졌는지 모르겠고, 무슨 이유로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다. 여자는 왜 그렇게 자기중심적이고 무슨 목적을 위해 이기적으로 태어났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서로 많은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에 커다란 물음표를 그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써 눈빛으로 그녀에게 자상함을 표하고 여자가 하는 말에 긍정의 끄덕임을 보인다. 사실 그 말들을 듣고 있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결국 여자는 남자의 이런 태도를 눈치채고 불만들을 쏟아낸다. 물론 이때도 남자는 여자가 쏟아내는 불만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미지의 세계에 마구잡이로 물음표를 던지던 남자는 점차 그 행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는 거다. 대신 의지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것들을 채우기 시작한다. 불투명한 미래, 등한시하던 친구와의 우정, 직장 동료와의 갈등, 신문 사회면의 자극적인 기사들, 사회적인 분노, 스마트폰, 야구, 주식, 그녀로 인해 알게 된 최신곡과 패션 트렌드, 퇴근 후 다니는 외국어 학원에서 알게 된 조근하고 새침한 아가씨 등등. 지금의 관계를 겉돌며 그녀와의 시간보다는 다른 시간, 예를 들면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들을 찾으려 든다. 어느 순간 혼자서도 옷 잘 고르고 여자보다 더 민감한 음악적, 문화적 취향이 생기고 둘이 아닌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게 되며 여자 못지않은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 남자는 그녀와의 사이가 아닌 세상과의 사이를 고민하기 바쁘다. 그리고 어느 날 예전의 그녀가 알려준 진일보한 패션과 넓은 취향을 겸비한 화술로 외국어 학원에서 알게 된 새침한 아가씨와 저녁을 먹기에 이른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그녀의 오물거리는 작은 입술을 보면서 어릴 적에 달력의 여자 모델을 보는 것마냥 자신의 말초적인 신경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을 느낀다. 둘은 잠시 미묘한 눈빛들을 나누고 남자는 여자에게 술을 권하게 된다.지금까지 늘어놓은 이야기는 단지 세상 모든 남자의 마음이 아닌 그냥 어떤 남자의 마음이다. 허나 이런 남자의 수가 적지 않고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미안한 소리지만 지금 당신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사려 깊은 남자가 얼마 후 그 사려 깊은 미소 뒤에 물음표를 숨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여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세상의 착한 남자는 드물어지고 있다. 남자의 마음은 매우 단순한 결을 가지고 있어서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스르륵 잘도 변하는 탓이다. 무엇보다 정말로 말하고 싶은 건 난 남자의 마음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거다. 글쓴이 김종관 을 비롯한 여러 단편영화들을 통해 청춘남녀의 미묘한 감정과 떨림을 섬세하게 표현했던 감독은 최근 장편영화 데뷔작 로 남녀간의 얽히고설킨 감정들을 달콤쌉싸름하게 그려냈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